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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동결 VS 5600원으로 인상
최저임금위원회에서 2013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종시한이 6월 28일이다. 하지만 예년과 다르게 2012년 최저임금위원회에 양대 노총이 참여하지 않으면서 최저임금위원회는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럼에도 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들은 ‘경제 불황’이라는 미명하에 뻔뻔스럽게도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면서 양대노총의 최저임금위원회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양노총은 노동자평균임금의 50%를 기준으로 시급 5,600원 인상을 요구하며 장외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사실 이러한 파행은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결정구조의 고질적인 문제에 기인한다. 현재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정이 각각 9명씩 2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결국 공익위원들의 손아귀에 최저임금의 결정권이 쥐어졌음을 의미한다. 이 공익위원들은 사실상 정부와 자본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이다. 심지어 최저임금 심의회의 과정조차 비공개로 진행되는 등 처음부터 최저임금위원회는 ‘자본가들의 임금결정위원회’일 뿐이었고 저임금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완전히 외면당해 왔다.
더 이상 최저임금위원회에 목매지 말자
이제까지 최저임금 투쟁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날에 집중해서 최저임금위원회를 압박하는 방식이었다. 그렇기에 최저임금위원회가 종료되는 동시에 최저임금 투쟁도 끝났고 그 결과는 저임금구조가 고착화되고 일해도 빈곤을 면치 못하는 노동자들이 더 많이 양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러한 투쟁의 한계는 명확하다. 현재 최저임금 투쟁의 핵심은 4580원인 최저임금이 몇 푼 오른다고, 아니 양대 노총의 요구인 5,600원으로 오른다고 해서 여성,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저임금 노동자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현재 한국사회는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되어버린 노동자층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며, 심지어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12%, 2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주로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비정규, 여성 노동자들은 열심히 일해도 먹고 살기 힘든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될 뿐이다. 사실 ‘최저임금 현실화’라는 이름 아래 산정된 시급 5,600원은 노동자 평균임금의 50%에 불과하다. 이는 저임금 노동으로 고통 받는 노동자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도 아닐 뿐더러, 인간다운 삶과 정당한 권리를 누릴 수 있다 말할 수도 없다.
작고 느리지만 변화는 시작되었다
이미 변화는 시작되고 있다. 2011년 3월 8일 공동파업에 돌입했던 서경지부 청소·시설·경비 노동자들은 80여개의 공동 단체협약을 쟁취하고, 시급을 4,600원으로 인상시켰다. 이후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한 2011년 최저임금인 시급 4,580원은 이 투쟁의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이는 최저임금 투쟁이 최저임금위원회라는 답 없는 협상테이블에 갇히는 것이 아닌 최저임금 투쟁의 주체인 저임금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성과임이 분명하다.
동시에 이는 최임투쟁이 나아갈 길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의 최저임금으로는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수 없다. 최저임금이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라면 당연히 양질의 의식주·교육·건강보험·통신·여가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임금, 즉 생활임금 쟁취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실질 임금 인상! 생활임금 쟁취!
저임금 구조의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우선, 생활임금 쟁취라는 방향 하에 최저임금을 산정하는 노동자들의 기준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노동조합들이 임투 요구를 할 때 매년 물가인상을 반영해 표준생계비를 산정한다. 이것이 노동자들의 임금산정기준이 되어야 한다. 둘째, 최저임금 투쟁이 미조직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미조직노동자 사업과 맞물려 준비되고 조직돼야 한다. 나아가 업종, 산업을 뛰어넘어 전체 노동자들의 실질임금 인상 투쟁의 중심에 최저임금 투쟁이 자리잡혀야 한다. 셋째, 저임금 노동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비정규노동자들의 성차별 철폐, 정규직화 투쟁과 결합해나가야 한다. 넷째, 2011년 청소노동자들의 ‘따뜻한 밥 한 끼’를 계기로 드러난 저임금 노동자들의 열악한 작업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꿔내는 투쟁이 함께 전개돼야 한다.
이제, 2012년 이제 ‘자본가들의 임금결정위원회’로 전락해 있는 최저임금위원회를 거부하고 노동자가 만들어낼 새로운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생활임금으로 바꿔내는 첫 포문을 열어내자!
이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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