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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에게 집회란..

* 이 글은 썩은 돼지님의 [이 신발도 말을 하고 싶었을까?]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지난 2월 17일 굽다가 연행된 날이다.

출입국 관리소 직원이 어이 없이 샤말을 길에서 납치한 것을 항의하는 집회였는데

맘 먹고 덤비는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의 집회 침탈을 가까스로 외환카드 노동자들과

연대하러 온 학생, 활동가들이 막고 있을 때

뒤쪽에서 굽다가 연행됐다.

굽다의 사지를 잡고 50m 정도 떨어져 있는 봉고로 데려 갔다.

난 그 상황을 보고 맥이 빠졌다.

들고 있던 카메라는 지 맘대로 돌아가고 있었고

나는 나도 모르게 대오를 향해 큰소리로 '여기 여기' 했다.

다들 정신이 없었던 지라 그 소리를 들은 사람이 없었다.

멀리서 연영석 동지가 달려오면서

'이럴 필요까지 없잖아. 당신들 이럴 필요 없잖아' 한다.

너무 상식적인 말인데 멍하게 들렸다.

그 영상을 보면 순간 순간이 멈춰진 스틸 같다.

그 장면만 지나면 다 괜찮아질 것 같은

그래서 꾹 참아보지만 그 장면은 계속 된다

현실과 희망의 괴리...

그 상황이 재연되고 그 상황을 어찌 바꿀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일때면 그 장면에서 그땐 도망쳐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미치기 십상이다.

 

 

그렇게 굽다를 잃고

우리는 명동농성단으로 향했다.

사람들은 버스 안에서 흥분해서 어쩔 줄을 모른다.

농성단에 도착해서는 다들 들머리에 앉아

넋을 놓았다.

그러다 신발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걸 찍고 있다.

그런데 누군가 다가오더니 그게 굽다 신발이란다.

그 소릴 듣고도 난

그 신발을 한참 찍었다.

마치 굽다가 투명인간이 되었고

신발만 내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굽다' 부르면 투명인간이 된 굽다가

'어 비즐리' 그러면서 나타날 것만 같았다.



이주노동자 집회에 가면 상식 밖의 상황이 많이 벌어진다.

아무 일도 아닌 것 가지고 경찰이 트집 잡고 험악한 분위기를 만든다.

어느 집회를 가도 그런 식으로 하지 않을 일들이 벌어진다.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다. 왜들 그러는지 왜 말도 안되는 이야기로

저렇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난 한국 사람이니까.

그런데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멸시.

까놓고 이야기하면 그거였다.

별 것도 없는 나라에서

가난한 나라에서 왔으면 멸시 좀 받고 살아야지

어디 집회까지 하고 지랄이야.

얼굴에 씌어 있다.

노골적일 때도 있다.

 

출입국관리소 앞에서 집회할 때였는데

처음으로 이주노동자가 이주노동자 집회에 왔다.

그랬더니 하는 말 "왜 여기까지 데려 오고 그래"

한국 활동가에게 하는 말이다.

그 활동가 왈 "이주노동자가 개입니까 데려오게"

통쾌했다. 하지만 그 경찰 말 정말 어이가 없다.

어이가 없으면 웃으면 되는 데 웃음도 안나온다.

 

아무 권리도 없고 언제든 잡아채서 넣어 버리면

본국으로 돌려 보낼 수도 있고 어디 하나 거칠 것이 없는 것이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이주노동자들은 인간이 아닌 것이다.

아무런 권리가 없기 때문에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이주노동자가 집회에 간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농성을 하면서 중요할 때 집회를 해야 하는 데

머뭇거리는 이주동지들을 보면 답답했다.

하지만 한번 연행되면

너무나 어처구니 없게도 어떤 방법도 없이 본국으로 추방되니

그러면서도 그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집회에 나가는 이주동지들을

볼 땐 정말 마음이 아프다.

 

한국에서의 자신의 삶이, 시간이 송두리째 강탈당할 수 있다는

그런 압력을 이겨내면서 이주동지들은 집회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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