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안에서 일하는 기분

나의 화분 2005/12/07 23:12
내 가방엔 조그만 온도계가 달려있다.
작지만 정확한 기온을 알려주기 때문에 내가 있는 곳의 온도를 알고싶을 때 편리하다.
 
요즘 날씨가 계속 춥다.
내가 일하는 곳, 사는 곳의 온도는 몇 도일까?
 
먼저 내가 사는 집.
올겨울 들어 가장 추웠다는 지난 월요일 기온은 영상 10도였다.
이 온도도 아침의 기온이 아니라 내가 잠에서 깨어나는 정오 무렵의 기온이다.
이정도면 상당히 낮은 수치 아닌가?
보일러를 틀지 않지만 옷을 몇 겹 입고서 이불 속에 완전히 들어가 바깥과 단절된 채 잠을 자니까 사실 자고 있을 때는 그리 춥지 않다.
문제는 이불 밖으로 기어나와야 할 때다.
재빨리 아무렇게나 벗어둔 두꺼운 잠바를 찾아 입어야 한다.
화요일에는 온도가 영상 12도로 올라갔다.
이 정도면 견딜만 하다.
 
그 다음으로 내가 일하는 피자매 사무실.
월요일 오후 4시에 기온을 재본 나는 허걱!
놀랄 수밖에 없었다.
기온은 영상도 영하도 아닌 영도였다.
그 상태에서 나는 몇 시간을 일하고 있는 것이다.
영도면 그냥 냉장고 안의 상태와 같다고 보면 된다.
 
냉장고 안에서 일하는 기분이 어떠냐고?
발이 시려운 것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
집에서 나올 때 다섯 겹으로 껴입고 나오는데 그대로 하나도 벗지 않고 사무실에서 지낸다.
거기다가 제일 시려운 발과 무릎은 침낭 속에 집어넣고 의자에 앉는다.
허벅지는 담요를 덮어서 온도를 유지시킨다.
이렇게 입고 있으면 숨을 내쉴 때 김이 나오지만 견딜만 하다.
물론 이래서 사무실에 북극곰 같은 나 말고는 아무도 없는 것일까? 하는 반성을 해보기도 했다.
그래서 누가 들어오기만 하면 바로 히터를 켠다.
하지만 곧바로 차가운 공기가 데워지지는 않는다.
지금 현재 이 글을 쓰고 있는 피자매 사무실 기온은 영상 5도다.
이 정도면 따뜻한 편이다.
입에서 김도 나오지 않으니까.
 
마지막으로 내가 매일 저녁 노래를 부르는 광화문 거리.
이곳은 보통 영하 5도 이하라고 보면 된다.
문제는 차가운 바람이 부느냐 아느냐이다.
이에 따라 체감온도가 많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온도계의 수치는 별 의미가 없다.
 
하루의 반 이상을 냉장고 안과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가다보니, 설령 누가 날 납치해서 냉장고 안에 가둬놓는다고 해도 나는 전혀 두려울 것이 없겠다는 자신감이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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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07 23:12 2005/12/07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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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희 2005/12/08 13:44 Modify/Delete Reply

    피자매 사무실은 너무 추워서 갈 때마다 고민하게 된다고ㅠ

  2. 2005/12/08 15:11 Modify/Delete Reply

    치, 히터 틀으면 덥다 뭐. 너 오면 하루종일 히터 틀어놓고 있으면 되잖아.

  3. pace 2005/12/08 23:43 Modify/Delete Reply

    오호~ 동지를 배려하는 이 따뜻한 마음 :)

  4. 2005/12/09 02:19 Modify/Delete Reply

    마음이 따뜻하기 때문에 얼음장 같은 곳에서도 버틸 수 있는 힘이 나오는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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