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상 떨지 않는다

나의 화분 2005/12/08 15:28
피자매 사무실이 냉장고 같다고 하니까
느림이 "내가 그렇게 궁상떨지 말라고 그랬지!"
란다.
내가 궁상을 떨고 있는 것인가, 잠시 생각해보았다.
 
그렇지 않다.
난 일부러 궁상을 떠는 것이 아니다.
그저 자연의 온도의 변화에 발맞춰 가는 것이다.
여름엔 더운대로, 겨울엔 추운대로 사는 거다.
여름에 좀 더우면 선풍기를 잠시 틀면 되는 거고, 겨울에 좀 추우면 히터를 잠시 틀면 되는 거다.
덥고 추운 땅에서 태어난 살고 있기에 그저 그 변화를 일부러 거스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무리 추워서 얼어죽는 한이 있더라도 히터, 보일러 따위는 틀지 않겠다는 결의에 찬 고난의 행군 따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난 애초에 사서 고생을 할 생각이 없는 사람이다.
사실 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무엇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그래서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가'이다.
 
자연의 역동적인 변화와 흐름에 온전히 몸을 내맡길 때 난 행복해진다.
그런 경험이 여러 번 있기도 했지만 이건 지구에서 잉태된 생명체로서 본능적으로 느끼는 감각이다.
나의 입장에서는 일부러 춥게 지내는 것이 아니라 추우니까 그렇게 지내는 것이 더 맞는 말이고, 그렇게 지낼 때 행복하기에 그렇게 지내는 것이다.
 
물론 인간이 항온동물이라는 것을 잘 안다.
바깥의 날씨가 어떻게 변하든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어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것 말이다.
그래서 여름엔 실내온도가 27도 정도, 겨울엔 실내온도가 22도 정도가 유지되는 것이 인간 생체리듬에도 맞고 쾌적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도 안다.
그리고 가끔은 나도 그런 곳이 그리워진다.
그럼에도 여름에 두꺼운 잠바를 입고 지내는 것이 우스꽝스러운 것처럼 한겨울에 반팔 티에 빤스만 입고 지내는 것도 웃긴 짓이다.
 
적당한 온도란 사람마다 다르다.
내겐 겨울에 냉장고 같은 곳이 아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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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08 15:28 2005/12/0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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