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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아침.
대전역에서 날 처음 맞은 건 분주한 시장이었다.
아침 일곱시가 조금 넘은 시간, 대전역 앞 광장은 할머니들의 작은 좌판으로 가득했다.
깨를 털지도 않은 시퍼런 깻대부터, 물에 불려놓은 녹두에, 오동통한 울타리 호박, 길다란 가지, 대야 가득한 우거지까지.
겨우 자신의 몸 정도 되는 작은 자리에 가져온 물건들을 가득 펼쳐 놓고 앉아있는 할머니들과 호루라기를 불어대며 갑자기 형성된 이 시장을 막으려는 공익근무요원들, 그리고 그 사이를 수레를 끌면서 바쁘게 다니는 사람들.
제대로 걸을 수도 없었던 정신없는 그 길을 지나고 나니, 정말 명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쁜 시장과 시장 속 사람들. 그런 북적거림 속에서야, 겨우.
그리고 그 복잡한 길에서 할아버지를 만났다. 대전역에서 집은 걸으면 금방인 거리지만, 할아버진 늘 우리를 데리러 나오시곤 했다. 기차를 탄 건 오랜만이니 할아버지를 그 곳에서 만난 것도 오랜만이었고, 우리를 보고 환하게 웃으시는 할아버지를 보니 내가 다시 어린 아이가 된 것만 같았다. 덕분에 난 생각보다 빨리 할아버지의 손을 잡아볼 수 있었다.
한가한 연휴였다.
몇 분의 손님이 다녀가시고, 내가 가장 두려워 하는 손님 앞에서 과일깎기에 시달렸던 걸 빼면, 그랬다. (정말 누군가가 보는 앞에서 과일을 깎는 건 고문이다. 손을 덜덜덜 떨면서 예쁘지 않은 모양에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아야 하니..ㅠ.ㅠ)
몇 가지 전 부치는 건 후닥 끝났고, 적당히 누워 잠도 자고. 많이 먹고 떠들고.
뭐 그렇게 무난하고 재미나게 지나가나 했더니만,
서울에선 라디카 언니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겨버려서 추석 당일은 결국 동대문서 보내버렸다.
결국은 만두에 고기에 잔뜩 얻어먹긴 했지만. ㅎㅎ
그렇게 정신없이 추석을 보내고 밤은 가족들과 간단한 술 한 잔.
그리고 오늘은 시이이일컷 잤으니 낼부턴 완연한 리셋을 해 줘야지.
으으 끝이구나 연휴도. 안녕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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