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어떤 나라와 천리마 축구단

왜 이렇게 할 일이 많으면 딴 짓이 하고 싶을까.

쌓여 있는 종이들을 들여다보다가 지겨워지니

예전에 봤던 영화들이 새록새록 생각나~

 

나다에서 마지막 상영일에 부랴부랴 가서 봤는데

(사실 뭐 또 오전 1회 상영이니, 연말이 되면 마지막 프로포즈니에서도 또 하겠지만)

뭐 부랴부랴 간 것이 후회스럽지 않은 영화들이었다.

개인적으론 천리마 축구단이 훨 좋았음.

 



흥미로운 영화인 것만은 분명하다.

 

우선 어떤 나라. 나는 예전에 이 영화를 엠비씨에서 본 기억이 있다.
처음 티비에서 이 영화를 봤을 땐 너무 뻔한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우리야 아주 어린 나이때부터 북한에 대한 교육을 받으면서 자랐기 때문인지

모든 이야기가 익숙했던 거다. 김일성, 김정일, 평양, 메스게임에 대한 이야기는

비디오로 책으로 끊임없이 접했던 것들이니까.
다른 점은 아무런 선입견 없이 북한을 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랬기 때문에 사람들이 인터뷰도 하고 했던 것이겠지만.

(근데 한글 자막이 있어서인지 한국어 사운드는 너무 안 좋았다. 안 들려 안 들려~)


어른들의 인터뷰는 좀 어색했지만. 아이들이 예뻤다. 특히 송연이.

(가운데 손 흔들고 있는 꼬맹이 아가씨가 송연이~)

 

같이 영화를 보러간 사람은 숙제하기 싫어하고 늦잠자는 송연이를 보고 나 같다고 했다.

흠, 중요한 거다. 감독은 우리에게 그들과의 공통점을 찾아내 보여준다.

북한에 대단한 집단체조를 하는 참가자가 아니라 그냥 꼬마 여자애로 보이게 만드는 것.

우리와 별 다를 것 없이, 비슷하게 느끼게 하는 건 대단한 힘이다.


하나 웃긴 얘기.

제작팀이라고 세 명이 갔다고 들었는데 마지막 아리랑 공연은 너무나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해서 굉장히 입체적이었다. 신기해서 찾아보니 매일 같은 곳에서 같은 동작을 반복하기 때문에 카메라 한 대로 며칠 동안 찍을 수 있었다나. ㅋㅋ

 

천리마 축구단은 아무래도 축구라는 '게임'이 나오다보니 더 긴박해서 재밌었던 것 같다.

그 당시-1966년 월드컵 때- 북한이 어떻게 경기했는지 전혀 몰랐기 때문에

끝까지 궁금함에 똘망똘망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유럽 선수들에 비해 너무 작기만한 북한 선수들이 너무 열심히 뛰어다녀서

사실 약간 안쓰러워 보이기도 하고. ㅋ 하지만 경기는 꽤나 멋졌다. 영국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팬이 됐을 정도이니.

축구단 할배들이 당시 출국하기 전에 김일성 장군님이 한 두 경기라도 이기고 돌아오라 했다면서 승리를 회상하는 인터뷰가 인상적.


 



(그리고 할배들의 가슴팍에 주렁주렁 붙은 훈장들도 인상적)

 

축구광이어서 천리마 축구단에 대해 알게 됐고, 그래서 북한에 관한 다큐멘터리까지 찍게 되었다는 다니엘 감독씨. 자기가 재밌어 하는 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는 건 참 멋지다. 난 뭘 좋아하고 뭘 재미나 하고 있을까나 뭐 그런 생각이 들게 했던 영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