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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언덕과 숲과 하늘과 꽃과 구름,

아파트와 길과 자동차와 사람들 따위,

내 눈에 늘 보이던 것들

속수무책으로 사라지고 난 자리에

 

바람소리, 물소리,

새떼가 지저귀고 우짖는 소리,

내 코와 입과 허파 사잇길로 드나드는

대기 중 질소와 산소의 기민한 몸놀림까지

 

한바탕 난장이다

총천연색 꿈이다

장님과 벙어리와 앉은뱅이와 뇌성마비와

몸과 마음 어딘가 한군데는 고장난 나 그리고 우리,

얼싸안고 춤을 춘다

 

새벽 안개를 더듬어 달리는 것은

억새밭을 미끄러지듯 역동하는 설레임과 열망,

드러내기 위해 싸우고

더불어 살기 위해 투쟁하는 삶, 아름다운 풍경

이다.

 

 

-바야흐로 안개의 계절이다. 늦가을이면 더욱 짙어져서 출근길마다 내 발목을 잡아 끌던 안개의 추억이 연구단지를 스쳐 지날 때마다 아련하고, 이따금 숨이 멎을 듯 아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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