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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마종기 - 우화의 강 1

평소에는 티비 앞에 앉아 있을  시간이 거의 없고

일요일 밤에는 개그콘서트나 콘서트 7080쯤 챙겨보곤 한다.

오늘 <콘서트 7080>을 보니까 녹화를 3주쯤 전에 했는데,

내가 초대권을 얻어 놓고서도 일정이 겹쳐서 못갔던 바로 그날의 것이다.

 

거기에 가수 한경애가 나오더니

노래와 노래 사이에 시 하나를 읽어 주었다.

마종기 시인의 <우화의 강1>,

오래 전에 읽었던 것인데도

새로운 느낌으로 잔잔하게 다가와 내 마음을 울려 주었다. 

 

사람을 사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음의 물길을 이으며

바다, 하늘, 또는 그 어딘가로 함께 가는 것이겠지.

 

같이 읽어 보자...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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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의 강 1

-마 종 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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