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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3/16
    지하철에 선반이 없으면?(5)
    손을 내밀어 우리
  2. 2006/03/16
    그냥 산다(5)
    손을 내밀어 우리

지하철에 선반이 없으면?

아침, 유성에서 대전역까지 가는 20분 남짓한 길에서

나는 대전의 뉴스, 사건, 날씨 따위를 라디오에서 듣는다.

 

오늘은 대전에도 지하철이 개통한다는 날이다.

 

지하철을 찬양하는 대전도시철도 영업부장이라는 사람과

오래 전부터 지하철 건설의 무모함을 비판해온 시민단체 활동가가

잇따라 인터뷰를 하는 것을 듣다가 대전역에 도착했다.

 

거두절미하고,

진행자와 영업부장 사이에 오간 얘기 약간-

 

=대전지하철의 특징을 소개해 주시죠.

-에, 대전지하철은 가운데 중자 중전철입니다. 차량이 폭이 10센티 좁고,

  길이도 2미터(?) 짧게 했습니다. 서울은 무거울 중자 중전철인데, 대전은

  지하철공사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크기를 줄인 것입니다.

=지하철에 선반이 없어서 시민들이 불편할텐데요?

-지하철에 선반이 없으면 선반위에 물건을 두었다가 잊고 가는 시민들도

  없을 것이고, 또 필요한 사람은 물건을 좌석 밑에 두어도 됩니다.

 

푸하하하, 순간, 진행자가 어떻게 말을 이어가나 궁금했다.

=그건 설득력이 없는 것 같구요. 시민들의 불편의 소리에도 귀기울여

  주기를 바랍니다.

-예....

 

지하철에 선반이 있어서 물건을 잊어버리는 사람들이 있는 거라는

영업부장의 이 기발한 상상력에 어떻게 대응했어야 할까?

 

"대전에 지하철이 없으면 지하철 사고 따위는 영원히 없을텐데 말입니다."

 

그나저나,

대전지하철은 역사 전체를 위탁을 줘서

연간 27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떠드는 저 영업부장의 말이

사람들에게 선반이 없으면 물건 잊을 일도 없다는 말처럼

기막힌 헛소리로 들리게 하려면 얼마나 오래 싸워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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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산다

여기다가 쓰고 싶은 얘기도 많고

술 마시면서 듣고 싶고 하고 싶은 얘기들도 많고

그러면서 보고 싶은 사람들도 많지만-

 

하루하루가

그냥 정신없이 간다.

 

생각해 보니

12년째 쉼없이 달려오기만 했던 것 같다고

내게도 안식년같은 날들이 열흘쯤만 사치스럽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어제 어떤 자리에서 잠깐 넋두리를 했었다.

 

오래 전에 감옥에 있던 어떤 동지가 그랬지.

이성우는 여기라도 와야 푹 쉴 수 있을 거라고,

한 번 오시라고.

 

나보다 훨씬 더 잘 살고

더 치열하게 열심히 사는 이들 많은데

그러면서 날마다 살아있는 것이 고통스러운 정도로

사람과 세상에 대한 감수성을 지니고 사는 동지들 많은데

 

제대로 하는 일도 없으면서

가끔 내가 그려보는 현재의 자화상,

이렇게, 그냥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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