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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3/08
    어제(5)
    손을 내밀어 우리
  2. 2007/03/06
    횡설수설(7)
    손을 내밀어 우리

어제

강남구 서초동의 한 오뎅집에서

중년의 사내 여섯 명이 모였습니다.

여섯 명 중에서 네 사람은

한 때 시국사건이니 국가보안법 위반이니 해서

감옥에 다녀온 전력이 있고,

그 중에 둘은 우연히도 같은 감방에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 그들은 무엇을 하느냐,

한명은 돈 좀 버는 회사의 CEO입니다.

그 전날 사장을 짜르고 맘이 안되어 밤새 술 마셨다고 합니다.

한명은 변호사입니다. 서초동에 사무실이 있습니다.

요즘 사업을 연예인 관련 법률 자문역까지 확대하고 있나 봅니다.

한명은 감정평가사입니다. 땅 좀 있거나 건설회사 개발책임자쯤 되는

사람을 많이 알면 돈 좀 되는데 저같은 사람만 알고 있으니 쉽지 않다고 합니다.

한명은 의사입니다. 도립병원의 내과 과장으로 있는데 연봉 1억쯤 되나 봅니다.

골프도 치고 중국어 공부에도 빠져서 여가를 보낸다고 합니다.

그래도 선거 때나 세액공제사업 때 민주노동당 후원하라면 곧잘 합니다.

한명은 꽤 이름난 좌파 활동가입니다. 그 중에서는 저하고 가장 자주 만날 수밖에

없는 분이지요.

한명은 저입니다. 임기가 끝나고도 노조 사무실로 출근한다고 했더니 의사 친구가

그럽니다. 월급은 나오냐?

 

이런 자리에서 정치얘기 나오면 좀 짜증이 납니다.

의사친구가 그럽니다.

-난 민노당에 정치기금 내고 그랬는데 요즘 하는 걸 보면 별로 의미없이 느껴진다.

-....(당원인 나도 짜증이 난다)

감정평가사 선배가 말합니다.

=100프로 잘하는 당이 어디있나? 그래도 한나라당 비하면야 백번 낫지.

 

의사가 또 얘기합니다.

-내가 정치하고 담쌓아서 하는 얘기이기는 한데 노무현이 가장 잘하는 것 같더라.

제가 바로 한마디 합니다.

=니가 정치하고 담쌓았기 때문에 노무현이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다.

-나는 노무현 같은 사람이 한번 더 했으면 좋겠다. 유시민이 나오면 후원금 낼

생각이다.

 

설왕설래가 이어집니다. 변호사가 한마디, 유시민은 독선적이라 절대로 안된다.

.....김근태처럼 세계관이 어느 정도 확립된 사람이라면 모르지만 노무현이나 유시민

이나 변변한 세계관도 없이 개혁 어쩌고 하니까 도리어 갈팡질팡하는 거고 인정받을

수 없는 거다.

그러고 보니 모인 사람 중에 두 사람인가는 유시민하고 친구사이쯤 됩니다.

 

이렇듯 나온 얘기들을 다 줏어모아도 별 볼일 없습니다.

강남에 눈 펑펑 내리던 저녁에

저는 이렇게 오랜만에 옛 친구들(선배들) 만나서

옛 추억을 더듬으며 술을 펑펑 마셨습니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고 했나요. 학교 다닐 때 모두가 저의 귀감이 되고 저를 이끌던

사람들이었는데, (의사친구 얘기를 빌면) 지금은 먹고 살만 하니까 여유가 생기고

몸도 좋아지는 것 같다고 하고, (제가 보기로는) 그러면서 한 때 치열했던 변혁을 향한

열정은 다 사그라지고 만 것 같습니다.

 

CEO 선배한테는 기왕에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노릇 하라고 주문한 적 많았고

(그렇게 해 오기도 한 사람이지요),

의사친구한테는 이제부터 좀 최소한의 역할이라도 하라고 주문할 생각이었는데,

좀 서글픈 생각이 들어서 그냥 술만 마셨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드는 사이에 시나브로 노동조합의 낡은 관료쯤으로

되어가고 있은지도 모르겠다 싶은 생각이 들때마다 섬뜩한 기분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어제 술자리는 그런 저를 한번 더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라 하고

내 안에서부터 질타하는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음, 이 글은 어제 모인 사람들을 나무라기 위해서 쓴 게 절대로 아닙니다.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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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지난 금요일에 과기노조 사무실에 와서 휴가 다녀온 얘기를 하고

월요일(3/5)부터 일단 과기노조로 출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과기노조 전임자로서 연맹 임원으로 파견되었던 것이니만큼

임기가 끝나고 복귀할 곳도 과기노조 사무실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그리 맘 편한 결정은 아니다.

 

1년만 하겠다고 나섰던 노동조합 전임활동이

어느새 10년을 훌쩍 넘어섰고

언제라도 실험실로 돌아가겠다던 내 의지가 무색하게

이제는 실험실 밖에서 벌여놓은 일들이

나더러 책임져라 어쩔거냐 제대로 해라, 하고 다그치고 있고...

 

과기노조 사무실 또한 2년 남짓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

나와 함께 일했던 동지들 2명 남고 모두 떠났다.

 

게다가 과기노조는 연전노조와의 통합을 추진하느라 정신없기도 하고

복직한 위원장을 대신하여 직무대행체제로 조직이 운영되는 상황이라서

자칫 연맹의 사무처장이나 한 자가 신중하지 못한 언행으로^^

조직의 진로를 그르칠까 하는 걱정이 안팎에서 은근히 있다.

(어, 우리 감시하러 오셨어요? 하는 한 동지의 일갈~.~)

 

암튼, 어제와 오늘 아침, 식구들 아침밥상 차려서 같이 먹고

곧바로 과기노조 사무실로 출근했다.

 

어제, 오전에는 과기노조 내부에 진행중인 일들에 대해 대강의 분위기를 들었고,

점심에는 해고되었다가 현업에 복귀한 옛 동지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고,

오후에는 지역의 금속노조 한 지회가 정리해고에 맞선 투쟁을 본격화한다고

연대집회에 나갔다. 오랜만에 참 많은 지역동지들을 한꺼번에 만났고,

이래저래 술 약속 일 약속만 잔뜩 받아들고 왔다.

 

어제, 밤에는 해양지부 시스템안전연구소분회장 엄주열 동지의 부친상 조문을 다녀왔다.

새벽 1시, 달은 휘영청 밝은데 거리에는 눈보라가 몰아치더라.

 

추운 건 가난한 사람들에게 엄청난 고통이지만

나같이 어영부영 사는 사람에게는 또렷한 자극을 주기도 하므로

가끔 반갑기도 하다.(퍼벅-?!)

 

오늘은 연구소지부의 몇 조합원들 만나 점심 먹고 나면

오후엔 서울에서 반가운 동지들이 온다 하니 밤은 금세 올 것이고,

내일은 연맹 사무실에도 한번 가야겠고,

모레는 서울에서 과기노조 집회와 중앙위원회 있다 하니 또 가고,

금요일 토요일에는 무슨 수련회가 또 있으니 즐겨 가고...

그렇게 당분간은 연맹의 청산업무만 아니면 큰 스트레스 없이 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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