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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열무물김치

 

지난 일요일, 우리 아파트 단지에 함께 사는 임모 동지가

주말농장에서 땀흘려 가꾼 열무며 상추며 쑥갓이며 등등 갖은 야채들을

가져다 주었다.

 

좋구나, 하고서 삼겹살 덩어리를 사다가 수육을 해서는

갖가지 무공해 야채들을 다 해치웠고,

마지막 남은 열무들을 어떻게 처치할까 하다가,,

오늘 저녁 무공해 얼갈이 배추와 쪽파 따위 사다가는

오랜만에 열무물김치를 해버렸다.

(음, 사진에는 얼갈이배추만 나오네요. 그 밑에는 온통

 열무밖에 없는데..^^)

 

적당히 간이 배고 발효가 된 열무물김치에다가

국수나 냉면을 말아서 먹으면 얼마나 감칠 맛이 있을까,

(한 동지는 그렇게 얘기했고 또 주문했다)

다음 주에 임모 동지가 첫 월급타서 돼지 한마리 잡는다는데

나는 마냥 술이나 마실까

열무김치는 아니더라도 아삭한 얼갈이 배추에 쌈장 듬뿍 찍어서는

세상에 살아갈 맛이 없다는 동무들에게 맛중의 맛이나 보여 줄까.

 

암튼, 고마워요, 임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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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낀 시] 그 날

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허고 있었시야

 

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 하니 뒤에 올라 타블더라고. 난 뉘요 혔더니, 고 어린 놈이 같이 좀 갑시다 허잖어. 가잔께 갔재. 가다본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거 같어. 그랴서 멈췄재. 근디 내 뒤에 고놈이 자꾸 갑시다 갑시다 그라데. 아까부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한티 말을 놓는거이 우째 생겨먹은 놈인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

 

총구녕이 점점 가까이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 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시야. 그때 나가 떤건지 나 옷자락 붙든 고놈이 떤건지 암튼 겁나 떨려불데. 고놈이 목이 다 쇠갔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잉 발이 안떨어져브냐. 총구녕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하는디 말이 안나와. 근디 내 뒤에 고놈이 얼굴이 허어애 갔고서는 우리 사촌 형님이오 허드랑께. 아깐 떨어지도 않던 나 입에서 아니오 요 말이 떡 나오데.

 

고놈은 총구녕이 델꼬가고, 난 뒤도 안돌아보고 허벌나게 달렸쟤. 심장이 쿵쾅쿵쾅 허더라고. 저 짝 언덕까정 달려 가 그쟈서 뒤를 본께 아까 고놈이 교복을 입고있데. 어린놈이....

 

그라고 보내놓고 나가 테레비도 안보고야, 라디오도 안틀었시야. 근디 맨날 매칠이 지나도 누가 자꼬 뒤에서 갑시다 갑시다 해브냐.

 

아직꺼정 고놈 뒷모습이 그라고 아른거린다잉.....

 

-5.18민중항쟁기념 서울청소년 백일장 대상.

-경기여고 3학년 정민경: 여수에서 태어나 7살 때까지 광주에서 자랐고, "어릴 때 들었던 이야기들이 그대로 시가 됐다"고 함.

-진압군을 피해 자신의 자전거에 올라탄 학생을 엉겁결에 진압군에게 내주고 평생을 아픔 속에 살아간 작중 화자의 슬픈 고백을 다룸.

 

=청산위원회 하러 연맹 사무실에 왔다가 오늘자 신문에서 우연히 읽음. 20년전 쯤에 읽은 박용주의 "목련이 진들" 이후 가장 선연한 이미지로 다가온 5.18 관련한 학생의 시.

=나도 무언지 모를 그 날들의 환영과 환청 속에 지금껏 살고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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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념 두 줄

낮에는 일에만 집중했으면!

밤에는 잠 좀 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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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얄궂은 봄비,

저 혼자 처연히 내리지만

억겁의 고통과 분노쯤 다 안다고

입술을 실룩거리다가 곧 침묵하는 비.

 

고 허세욱 열사 영구차,

06시 20분 안성 출발

07시 15분 현재 죽전휴게소,

목적지는 성남화장장

 

연신 주방의 창밖으로 고개를 주억거리며

눈물 방울 몇 섞인

아침 밥상을 차리는데,

비,

떨어진 꽃잎들과 뒹굴며 무심히 흐르는 비.

 

알 턱도 없지만

아무도 흔쾌히 수저를 들지 않는다,

저 우라질 비 속에서

내 세포질 안으로 쿵하고 내려앉는

또 하나의 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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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

토요일(4/7) 대학로 집회에서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은

대회사를 시작하면서 '여러분, 사랑합니다'라고 했다.

 

나는 뜬금없다는 생각을 했다.

대회사가 끝나자마자 사회자(민주노총 이용식 사무총장)는

대학로 중앙분리대에서  서울대병원쪽으로 모여있던 동지들에게

차량 통행을 위해서 마로니에 공원쪽 대오의 뒷쪽으로 옮기라고 했다.

 

이 두가지 해프닝을 갖고 지금껏 글을 썼는데,

아차 하는 순간에 증발해 버렸다. 이유는 모르겠다.

길게 써내려간 그 글을 되살리기도 어려워

몇 줄 흔적만 남긴다.

 

민주노총의 한미FTA타결무효 투쟁선포대회에서

위원장이 조합원들에게 왜 "사랑합니다' 하고 고백했는지

그 깊은 뜻, 정말 잘 모르겠다.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한 가지 사건;

2005년 12월,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송년의 밤 행사에서

당시 민주노총 사무총장이던 그 동지가 술에 잔뜩 취해서

걱정스레 부축하던 내 얼굴을 물끄러미 올려다 보다가

"동지, 우리 뽀뽀나 할까요?" 했던 일...

 

사랑이든 뽀뽀든, 그 어떤 몸짓이든

제발 권력과 자본에게 보내는 어설픈 연가가 아니기를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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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2007. 3. 27. 화요일

1994년 4월 15일

처음으로 기업별노조를 해체하고 초기업(소산별) 노조로 출범했던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이 깃발을 내렸고,

전국공공연구전문노동조합과 함께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으로 다시 출범했다.

 

어떤 이는 이름에서 과학기술이 빠진 것 때문에

따로 술을 펑펑 마시며 울부짖었고

어떤 이는 공식 뒷풀이에서 주고받은 술로 취한 상태에서

우리 집으로 와서 술을 또 펑펑 마셨다.

 

메모 하나 남길 수 없을 정도로 술에 젖었기에

이 아침 FTA 저지 출근 선전전에도 안가려고 하다가 늦게서야 합류했고

사무실에 와서 다시 생각해 보아도

어제 하루의 사건이 가볍지 않아 일단 흔적부터 남긴다.

 

13년  세월동안

걸러가며 6년씩이나 위원장을 맡았던 처지에서

무어라 평가나 소회는 남겨야 되지 않겠는가.

조만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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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철쭉님의 [산별노조가 뭐 이래?] 에 관련된 글.

 

유구무언...그러나 동지의 말에 귀기울이고 있고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흔적이라도 남기려고

뒤늦게 트랙백을 겁니다.

 

물론, 논쟁할 거리도 많지만...^^

 

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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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그리고 봄비

봄비가 시원스레 쏟아진다고,

낮술이나 마시자는 전화가 왔는데,

나는 일에 쫓기고 있었다.

 

나 대신에 다른 누군가가

퇴근 이후에 그 동지랑 함께 하고 있더라.

 

밤에, 나도 그리로 갔다.

대전을 다시 근거지로 하고 나서 가장 달라진 점이라면

출퇴근 시간 4시간 30분 남짓한 그 시간 이상을

술 마시는 시간으로 대체했다는 것 아닐까.

 

가는 길에 아파트 어귀에서 본 풍경,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에 흠뻑 젖었던

사춘기의 추억이 막 살아나는~

 

이 풍경은 불과 두 시간도 안되어 이렇게 바뀌었다.

 

실은,

오늘의 우리 세 사람 대화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서

대화록 대신에 그것을 되새김질 할 수 있는

표지 하나 남기는 셈...

 

그러고 보니, 지난 주는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월.....주요일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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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대전정부청사 앞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직장을 만들기 위해서

KTX, 새마을호 승무원 직접 고용쟁취를 위한 현장순회 투쟁이 15일 서울역에서 시작되어, 지난 1주일간 부산, 영주, 제천, 순천, 광주를 거쳐 오늘 낮 2시부터 대전역에서 투쟁결의대회가 있었다.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를 비롯하여 하이닉스마그나칩사내하청지회, 한라공조사내하청지회, 대한이연지회, 한라공조대전지회, 케이엘텍지회, 학습지노조, 과기노조, 공공서비스노조, 운수노조 버스본부, 민주노동당 등등 여러 조직 많은 동지들이 함께 했다.

 

연설을 들으면서  메모 좀 해봤다. 그 중의 일부를 옮겨보면...

 

"(어제 PD 수첩에서 자세히 보도를 했는데) 정권과 자본이 여론의 압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노동자의 힘에 의해서 항복하는 그 순간을 KTX, 새마을호 승무원들이 만들었으면 좋겠다. 2만5천 철도조합원들이 함께 싸우겠다." (철도노조 송호준 비정규실장)

 

"자본은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동자를 갈라치고 우리 내부로 들어오고 있다. 하이닉스나 KTX 승무원 동지들이나 끝까지 싸워서 승리하자. 그래야 내 자식의 문제, 우리 가족의 문제도 해결된다." (하이닉스 마그나칩 지회장)

 

조합원 발언(서울지부 2조 강유선 동지), 모두 받아 적었는데 몇 대목만 이용한다.

 

"우선 감사드리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 1년 넘게 투쟁하게 도와준 철도노조 동지들께, 연대하는 모든 동지들께, 노조 가입하고 간부생활할 때 이끌어준 가장 존경하는 민세원지부장께... 류시화의 시에 이런 구절이 있더라.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이전에는 KTX 봐도 별 감흥이 없었다. 그냥 내 직장으로 다니고 월급받으면 그만이었으니까. 지금은 눈 앞에 있어도 들어갈 수 없고, 이성친구에 대한 감정이 KTX에 대해 생기는데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투쟁하지 말고 시집이나 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희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으면 뭐하냐? 100% 계약직에 파견일텐데. 여성의 80% 이상이 파견직, 계약직, 도급, 용역일텐데 왜 자식을 낳냐? 출산율 떨어진다고 정부가 난리치는데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 낳으면 직장을 떠나도록 하는 구조에 문제가 있다. 그래서 우리가 결혼하기를 마다 하고 여기 와서 싸우는 것이다."

 

"전에 방송국에 다녔다. 계약직에 계약직으로 되풀이하니까 정규직 되려고 KTX 왔다. 요즘 방송국 친구들 만나면 우리 KTX 승무원들이 싸우고 있기 때문에 철도외주화를 막고 있는 것이라고 하더라. 방송국은 첨부터 싸우지 않았고 막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PD 말고는 모두가 계약직으로 되어버렸다고 하더라."

 

"시민 여러분, 노동자가 아닌 척 하시지만 모두 노동자이다. CEO가 아닌 이상 다  노동자다. 아닌 척 한다고 아닌게 되는 게 아니다. 떨린다. 한마디만 더 하겠다. (울먹이기 시작함) 제 전공이 행정학인데, 어떤 교수가 학교 때 이렇게 말했다.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직장은 다닐 필요가 없다고, 사람을 소중히 하는 직장을 다니라고 했다. 대학 4학년 때는 대기업 공기업 가는게 중요하게 생각했다. 지금 그 교수 말씀이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뼈저리게 느껴진다. 철도공사가 사람을 소중히 생각하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1년이고 2년이고 투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싸움은 4월까지 끝내고 다른 분들한테 연대하러 전국순회하고 싶다."

 

사람을 소중히 생각하는 직장,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은 마음을 울먹이며 역설하던 동지에게 권력과 자본은 지금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 노동자의 힘으로 그들이 지금 보이는 후안무치한 행동을 사죄하게 만들려면 우리는 얼마나 크고 긴 싸움을 조직해야 하는가.

 

KTX, 새마을호 승무원 동지들의 현장순회투쟁은 내일 아침 8시 30분, 대전정부청사 앞에서 철도노조의 전국간부들과 연맹과 지역의 연대대오들이 참가하는 집회로 마무리하고, 그 후 투쟁(농성 등)으로 넘어가게 된다고 한다. 참, 오늘 저녁에는 대전역에서 문화제도 있다. 암튼, 여기저기서 서로 힘을 북돋우면서 반갑게 만나자, 동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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