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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풍경과 교통비

  • 등록일
    2004/08/18 02:22
  • 수정일
    2004/08/18 02:22

지하철 서민의 교통수단이니 서민의 발이니 뭐 이러한 시대는 끝장났다.

교통카드에 찍힌 금액을 보면서 한숨이 나온다. 이번달 회의때문에 종종 외부에 나가는 일이 이전에 비해 늘었지만 교통비 인상으로 이전에 비해 2배에 조금 못 미치는 금액을 교통비로 나가야 한다.

 

속이 쓰리다. 교통카드 할인도 안되고, 이전에 2구역 교통카드 할인을 받으면 840원이었는데 이제는 2구역은 없어지고 무조건 10Km 이상이면 100원 운임추가 그리고 5Km 간격으로 100원 추가 허걱.... 이 놈의 교통비 무서워 어디 마음데로 지하철 타고 돌아다닐 수 있을까? 버스도 마찬가지이다.

 

서민들은 서울 집값과 비싼 물가로 인해 서울 외곽으로 외곽으로 밀려나는 마당에 교통비가 이 따위로 인상되니 허리띠 졸라매도 살아가는데 버겁다. 나도 허리띠 졸라맸지만 허리를 줄여야 하나보다. 졸라매도 더이상 허리를 줄일 수 없다.

 

그래도 지하철 풍경은 변함없다.



하루 일상에 지쳐 곤하게 잠든 이들도 있고, 술이 얼큰히 취해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이도 있고. 늦은 퇴근시간으로 바쁘게 집으로 향하는 이도 있다. 지하철 요금은 인상되었으나 풍경은 여전하다. 그만큼 우리내 인생사도 빡빡해 졌다.

 

일할 수 있어서 기쁘다지만.... 다르게 말하면 짤리지 않기 위해 하루하루 전쟁을 치루며 숨가쁘게 생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두가 퇴근하지만 지하철 노동자들은 운행시간 연장으로 이전보다 더 빡빡한 지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모두가 지하철 기관사, 그리고 정비사, 역무원들의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은 뒤로 한채 하루를 마감하거나 시작한다.

 

한번쯤 지하철 풍경에서 인간의 풍경에만 신경쓰지 말고 지하철 노동자들의 풍경에 눈 귀기울이며 쳐다보았으면 한다. 에어컨 시원하게 나오는 지하철 전동차에서 우리는 무사고를 기원하는 지하철노동자들의 모습은 찾기 못하고, 일상에 지쳐있거나 연인과 나란히 즐거운 퇴근길을 가는이, 그리고 여러가지 잡다한 모습을 보지만 정작 기관사와 역무원의 분주한 몸부림은 거들떠 보고자 하지 않는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내 시야의 협소함으로 지하철 전동차 기관사의 분주한 모습 그리고 늘 지하철 전동차 문에 딱맞게 정차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고용불안의 그림자, 고된 노동의 그림자를 찾지 못하였다. 그들은 지하철 풍경의 주체이지만 정작 그들을 볼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은 지하철에서 소외된 이가 되었다.

 

오늘 서울지하철노조에서 붙인 스티커 한장을 보았다. 그러나 난 의문이 들었다. 이 많은 사람들중에 과연 서울지하철노동자들의 삶에 대해 이해하려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자신도 같은 처지이면서 왜 그들에게 눈과 귀를 기울이지 않는지.... 짧은 상념에 사로잡혀 보았다.

 

이렇듯 우리내 인생사 결코 녹녹치 않다. 남에 대한 고려나 배려가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는 것은 아마 도시가 갖고 있는 원죄는 아닐지.... 나에게 닥치는 일이 아니면 철저히 무시하는 풍토.... 나하나만 잘되면 되겠지 하는 이런 풍경....

 

물신이 세상 유일한 가치로 숭배받고, 부러움의 대상으로 전락한 이 사회에서 과연 인간은 어떠한 존재인가? 라는 의문이 든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이 물음엔 아랑곳하지 않고 지하철은 정시에 출발하며 정시에 종착역에 닿을 것이다. 내일을 위해 이밤 차량을 정비하고 있을 지하철 차량기지 노동자들의 근무모습이 눈에 가물가물 보일 것 같다.

 

힘내라 서울지하철 노동자들이며.... 해방역 닿을때까지 투쟁의 기관차 힘차게 전진하기를 바라며...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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