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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 그녀들의 바램....

  • 등록일
    2008/11/16 01:25
  • 수정일
    2008/11/16 01:25

다솜어린이방에 자녀를 보냈던 두명의 이주여성(이주노동자) 사연 입니다. 그리고 우리 센터에 함께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부부의 이야기도 덧붙이고자 합니다.

 

첫 이야기 짜니 가족 이야기.... 행복 

제니씨는 1991년 6개월된 자녀를 필리핀에 두고온 이주여성입니다.'

한국에 온 목적은 자녀의 미래와 가족의 생활을 이끌기 위해 한국이란 땅에 첫발을 내딛고 한국에서 삶을 이어간지 17년이란 세월이 흐른 이주여성입니다.

이 과정에서 필리핀 이주노동자인 남편과 결혼을 하여 9살(만 8살)된 짜니라는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작은 바램은 가족의 행복한 삶이라는 조금은 우습지만 절실한 소망을 간직한 이주여성입니다.

 

늘 모니터를 켜고 큰 아들과 야후 메신져 채팅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만 하는 나약하지만 가족의 삶을 위해 강인한 여성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요즘 근심에 젖여 있습니다.

짜니의 초등학교 입학을 시발로 짜니의 학교생활을 지원하기 위하여 부던히 노력을 하지만 한국땅에서 한글이라는 언어를 말로는 익혔지만 문자로는 익히지 못해 짜니의 일일 준비물 점검 통지서를 읽지 못해 늘 공부방 선생님에게 문의를 하며 무엇을 사다줘야 하는지 몰라 답답함이 밀려온다고 합니다.

 

짜니 또한 공부방에 다니지만 주변 적응을 잘하지 못하여 학업이 많이 뒷쳐졌습니다. 공부방에서 학습을 통해 한글을 익히지만 짜니가 집중을 하지 못하고 놀기만을 좋아해서 2학년이 된 지금 한국어를 익히지 못해 공부에 별 흥미를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똑똑하지만 기존 한국 일반가정의 아이들과 다르게 생활을 합니다.

어머니는 늘 일을 해야 하며, 아버지 또한 일을 해야 합니다. 모든 이주노동자 그/녀들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제니씨는 큰 아이들과 한번 떨어져 살아왔기에 짜니에 대한 사랑은 유난히 별나게 챙깁니다. 그러나 우리내 한국 어머니의 정성과 지극한 학습욕구에는 못미칩니다. 그러기에 외적인 것으로 이를 충족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짜니에 대한 사랑은 누구와 견줄수 없지만 학습에 대해서는 많이 걱정을 합니다. 그래서 집에서는 따갈로그어로 말하며 가르지치만 현실은 한국이라는 사회에 살아가기에 짜니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그리고 두 부부는 미등록이주노동자 신분입니다. 그래서 둘의 불안감은 고스란히 짜니에게 전달됩니다. 그래서 집중력이 다른 아이와 비해 현저히 낮습니다.

 

그래서 두 부부는 짜니에 대해 많이 걱정합니다. 자신들의 선택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서도 반신반의하게 되뭍기도 합니다. 일반 이주노동자 자녀들은 태어나자 마자 자신의 부모의 고국으로 보내져 친척이나 가까운 이들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가족과 떨어져 삽니다.

 

이런 모습을 마땅치 않게 생각해서 두 부부는 아이를 데리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남들과 다르게 행복하기도 하였지만 짜니가 학교에 들어간 지금 자신들의 선택에 대해서 되뭍습니다.

 

학습권이 보장되지 않는 미등록이주노동자 부모들 모두의 마음일 것입니다. 자신의 선택이 자식들에 까지 옥죄는 것에 대해서 한국사회가 관용과 포용력으로 받아주었으면 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그러하지 못하고 일관되게 형평성을 따지면 법의 잣대를 적용합니다. 이에 대한 이주노동자 그/녀들의 불만은 높습니다.

 

학습권과 체류권에 대해서 자녀에게는 주어져야 하지만 우리 사회는 포용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짜니의 부모님들은 짜니가 걱정없이 학교를 다니고, 하루빨리 그리운 가족과 상봉을 하여 삶을 살아가고 싶어합니다. 꿈을 꾸고 왔지만 꿈보다 상처와 가슴속에 멍이 든 이들은 그래서 웃으며 말합니다. 한국에 와서 그래도 가족들을 학교에 보내고 부모님들의 병 치료비, 집도 장만할 수 있었다며, 넌지시 씁쓸한 미소를 짓습니다.

 

이런 짜니 부모님을 보면서 마음 한편 무겁게 짖누르고 있는 우리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살펴봅니다. 둘은 그래도 짜니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돌아가는 그날까지 걱정없이 학업에 정진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저에게 넌지시 이야기를 합니다.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만 이주노동자 그/녀들의 가족에게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저의 마음 그리고 우리센터 식구들 마음을 짖누르고 있습니다.

 

돈보다 행복이 이제는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는 짜니 가족에게 이제 행복한 삶이 같이 하기를 바램해 봅니다. 

 

 

두번째 이야기 라삐 건강해야 해 슈바씨 힘내세요.

경기도 수원에 있는 성빈센트 병원에서 태어난 라삐(방글라데시 이름 : 아쉬팍율)는 태어날 때부터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병을 지니고 태어나 인큐베이터에 있어야 했고, 아버지가 과로로 사망하여 어머니가 홀로 한국에서 라삐를 키워야 했습니다.

늘 마른 체구에 큰 눈 라삐는 이런 이미지와 유난히 주위에 있는 노부부의 손에 유아기를 보내서인지 김치와 미역국을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센터에 오면 어머니가 해주는 방글라데시 음식이 맛이 없고, 김치와 미역국 그리고 별식으로 라면을 좋아하는 아이인 라삐는 늘 해맑은 아이입니다.

 

2005년 7월 고국으로 돌아갔다가 다시금 어머니와 함께 2007년 6월 재입국을 하였습니다. 현재는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여 어엿한 1학년이기도 하구요.

 

이런 라삐는 몇번 공장에 방문하였을 때 저에게 보여주는게 있습니다.

라삐 엄마인 슈바씨 말로 제일 행복했을때의 사진이라면 라삐가 엄마와 귀거하고 있는 집에서 넌지시 꺼내주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라삐가 3개월이었을때의 사진이라며 보여줍니다.

 

라삐가 이 사진의 의미를 알까요. 이 사진을 보면 슈바씨는 금새 눈가에 눈물을 머금고 이야기합니다. 라삐를 어떻게 키워야 해요. 선생님.....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면 눈가에서 금새 눈물이 주르륵 흘립니다.

 

슈바씨는 늘 라삐에게 의지를 하며 힘을 냅니다.

지난 시간은 슈바씨에게 고통의 시간이였습니다. 라삐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 지 몰라 돈을 벌어서 공부를 열심히 시키겠다는 욕심으로 한국에서 미등록이주노동자라는 신분으로 7년간 생활을하고 떠났다가 다시금 라삐를 키우기 위해 어렵사리 재입국을 하였습니다.

 

라삐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마자 자신도 라삐의 교육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센터에 찾아와 낮선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학교에서 보내온 통지서를 읽고 라삐 교육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엄마가 한국어를 모르면 라삐를 어떻게 키워요. 라삐 교육을 위해 어려운 선택을 하였습니다.

 

슈바씨가 일하는 회사에서 남자와 같은 일을 하는 슈바씨는 늘 라삐를 보면서 힘을 낸다고 말합니다. 온통 라삐라는 단어로 시작해 라삐이야기로 끝나는 슈바씨의 이야기에서 저는 라삐에 대한 슈바씨의 사랑의 깊이를 느낍니다.

늘 라삐에게 부족한 엄마가 되지 않기 위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어디로든지 다니는 슈바씨가 늘 부럽기도 하고, 저의 어머니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 주어서 슈바씨를 보면 저도 모르게 힘이 나고 늘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슈바씨와 라삐를 보면 모든지 주고 싶은 두 모자입니다. 늘 그래서 두 모자를 보면서 행복이라는 단어를 머리속에서 되뇌이기를 많이 한답니다. 마음속으로 라삐  행복해야해 슈바씨 힘내세요 혼자 말로 격려를 해준답니다.

 

그런 슈바씨가 저는 자랑스럽고 고맙습니다.

슈바씨가 늘 그래왔듯이 라삐로 시작해 라삐로 시작하는 단어 라삐가 크면 슈바씨로 시작해 슈바씨로 끝나는 두 모자가 될 것이라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지금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렇듯이 두 모자 늘 힘내시고 행복하세요.

두 모자가 저의 곁에 있다는 것이 행복이라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라삐 삼촌이라고 늘 말해주어서 고마워요.

 

설날 배운 라삐의 큰 절 고맙게 받았어요.... 라삐 세뱃돈도 주지 못했는데.... 멀리 떨어져 있어도 우리 함께하고 있다는 것만 잃지 말구.... 슈바씨 늘 우리 앞에서 울지만 않았으면 해요. 지금 처럼 강하게 라삐와 행복을 만들어가면 되요.

 

슈바씨는 요즘 라삐가 초등학교에 가서 제일 신난다고 합니다. 공부를 할 수 있어서요. 그렇지만 우리의 법은 이를 허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저희 센터가 사장님과 함께 보증을 서서 학교에 보냈는데..... 학교에서만이라도 이주노동자 자녀에 대한 차별이 없었으면 한다는 슈바씨의 말처럼.... 이런 차별이 꼭 없어졌으면 해요. 교육은 누구에게 균등하게 부여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슈바씨의 바램은 라삐가 엄마와 한국에 있는 동안 교육의 기회를 제공받고 싶어합니다. 이에 대한 한국사회의 고민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지원이 하루 속히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저의 바램도 그렇고 슈바씨도 강하게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저에게 부탁을 하였답니다.

 

세번째이야기 저희 아이를 고국으로 보내고 싶지 않아요.

모든 부모가 그렇듯 자식과 떨어져 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 그/녀들은 부모로서 아이 미래를 위해 자신의 출신국으로 아이를 낳자 마자 보내야 합니다. 아니 보내어야만 합니다. 그래서 아이를 보내고 싶지 않은 부모들이 저희센터에 찾아와 아이를 보내고 싶지 않으니 지원을 해 달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필리핀 이주노동자 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가 간혹 저희에게 찾아와 이런 아이와 함께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많은 수의 필리핀 이주노동자 부부가 자녀를 낳아 고국으로 보내어 늘 매센져 채팅으로 사랑하는 아이를 보는 그/녀들.... 누군가의 손에 키워지는 아이에게 사랑한다는 말 조차 몸으로 전달해 줄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이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아이들의 이야기만 나오면 늘 떨리는 음성과 사랑의 마음이 교차하며 애뜻한 그리움이 밀려오는 듯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그/녀들을 보는게 이제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이주노동자 그/녀들에게 가족이야기중 아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 금기시 되고 있습니다. 아이 이야기만 나오면 금새.... 눈물을 흘리는 그/녀들의 모습을 보게 되니까요.

 

이런 그/녀들의 고심은 한국 유아원에 보내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아이들을 종일반하고도 나머지 몇시간을 유아원에 두어야 하기때문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어디를 가야 하면 늘 유아원비 외에 부수적인 돈을 지급해야 하기때문입니다. 지금은 많은 곳에서 다문화 아이들을 위한 지원이 이루어지지만 이전엔 흔하지 않았고, 높은 보육료와 높은 아이 체험학습비로 부담감이 들어 자녀를 누군가의 손에 맡겨 자신의 고국의 가족에게 보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한국 땅에서 태어났지만 떠나야하는 사회.... 그게 한국입니다.

 

부모를 둔 이주노동자 그/녀들이 부모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국사회의 다문화사회에 대한 방향들이 사회적으로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이런 부모를 만나고 나면 마음의 빚을 너무많이 지는 것 같아 편하지만 않습니다.

아이들과 행복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품에서 새곤새곤 잠자는 모습으로 키울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한다는 부모들의 마음은 한결 같을 것입니다.

 

우리사회가 성숙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간다면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 다문화사회라는 것이 결혼으로 들어온 여성결혼이민자와 다문화가족만의 몫이 아닌 이주노동자 그/녀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었으면 합니다.

 

함께한다는 것은 서로에 대해 배려하고 격려해주는 것인데.... 우리는 너무 획일적으로 선만을 긋고 살아가고 있지 않나요.

 

조용히 그/녀들의 모습 그리고 그/녀들의 아픔에 한번 귀기울여 주세요. 그리고 한마디 해주었으면 합니다. 힘내시라는 말을 요. 당신들이 있어 한국경제의 어두운 곳에 빛이 되고 있다고 마음속의 고마움이라도 표현해 주었으면 합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이주노동자 그/녀들은 걷고 있습니다. 묵묵히 언제 떠날지 모르는 단속이라는 불안감을 감수하면서요.... 그게 저와 살아가고 있는 이주노동자 그/녀들의 한국에서의 삶이 랍니다. 늘 이별을 준비해야 하며, 덤덤히 받아들이는 그/녀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죄스럽기만 합니다.

 

제가 이런 일을 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길가에서 아니면 지하철에서 아니면 이웃 구멍가게에서 마주치게될 이주노동자 그/녀들에게 다가가지는 못하더라고 넌지시 눈인사도 못해주지만 마음속으로 고마움을 표시해 주었으면 합니다.

 

고맙다는 것이 꼭 말로 전달되지 않더라도 하나둘 이런 마음이 작지만 우리사회의 차별과 편견의 벽을 허무는 희망의 기운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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