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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준비하며 산다.

  • 등록일
    2010/08/08 14:02
  • 수정일
    2010/08/08 14:02

오늘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내일은 내일이 와봐야 안다. 오늘에 충실하고 내일이 아닌 매일 오늘처럼 살아가야 한다.


이주노동자 친구가 단속으로 잡혀갔다.
 

전화를 걸어온다. 잡혔다고, 그리고 눈물을 흘리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했다.
이 곳에 내려와 처음으로 만난 네팔 친구... 그가 작업장에서 일하는 도중 출입국 직원의 단속으로 연행되었다.
하나둘 정이 든 친구들을 이렇게 늘 보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참 가슴이 미어진다.
 

부모가 돌아가셨어도 동생이 아파도 속으로 삭히기만 하였던 이주노동자 그/녀들은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잡혀간다.
 

그래서 오늘에 충실해야 한다. 그/녀들과 많이 이야기하고 그리고 삶을 나눠가며 이 곳에 있는 동안 그 친구들이 단속이라는 불안한 공포에서 벗어나도록 함께 오늘에 충실해야 한다.

그/녀들에겐 내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언제 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녀들은 오늘 내가 있는 공간에 함께 머물면서 그/녀들의 삶을 나눈다.
받기만 하고 주는 것이 하나없이 늘 고맙게 그/녀들에게 배우기만 한다.
그렇게 삶을 가르쳐 주고 정이든 그/녀들을 하나둘 단속이라는 이름으로 떠나보내고 있다. 고작 한다는 것은 그/녀들이 일하던 작업장에 찾아가 그/녀들의 밀린 임금과 퇴직금 지급... 그리고 잘가라는 인사 몇마디 정도 뿐이다.

늘 삶이 이별을 준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많은 친구를 단속으로 떠나보내지 아니하였지만 몇몇 친해진 친구들이 잡혔다는 소식을 듣으면 마음이 떨린다.
 

또 한 친구를 보내는 구나 그리고 친구와의 인연의 끝이라는 생각을 하면 허무하다. 어제 간만에 찾아온 스리랑카 헤라드 얼굴을 보면서 소원하나를 빌어보았다. 이주노동자 그/녀들이 꼭 잡히지 말고, 몸 건강히 일을 하다 고국으로 갔으면 하는 바램을.... 내가 알고 있는 이주노동자 모든 친구가 그랬으면 좋겠다.

이 지역에서 당당히 일하고 오늘과 내일이 존재하였으면 한다.
내일은 또 어떨찌.... 그래도 주어진 오늘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이도 쉽지만은 않다. 옆에서 네팔 친구가 이야기를 하면서 하소연 하듯 눈물을 흘리며, 형의 죽음을 애석해 하고 있다.  그래도 이 친구가 네팔로 가지 않고 친구들과 함께 머물면서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한국에서의 생활을 적응해 가고 있다.

그런 일상들이다. 요즘은 일거리가 부쩍 줄어 이주노동자 친구들이 많이 힘들어 한다. 힘이 들다보니 마음 또한 약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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