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가을 들녘의 농심

  • 등록일
    2019/10/22 13:02
  • 수정일
    2019/10/22 13:02

가을들녘 추수가 늘어선 들판 한해농사의 결실의 계절...

소작농의 시름이 시작되는 시기...
소작료, 비료값, 종묘사 돈 내고 나면 늘 빈털털이가 되는 농심이 흐르는 추수 걷지 계절...

땅을 일구지만 시름만 늘어난 계절이기도 하다. 농협에 진 빛 한해 흉년 진 빛을 이고사는 근심이 흐른다.
도시에서 다시 힘겨워 이내 내려와 고향 더부살이 친구들 농심의 근심이 흐르겠다.

신경림 시 읽으며 황금들녘 농심의 근심을 상기해 본다.

농무(農舞)

신경림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 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 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 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꺼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꺼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