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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백무산] 初心

  • 등록일
    2004/09/21 21:47
  • 수정일
    2004/09/21 21:47

눈 오는 아침은

설날만 같아라

 

새 신을 새 옷 입고

따라나서던 눈길

어둠 속 앞서가던 아버지 흰

두루막 자락  놓칠세라

종종걸음치던 다섯 살

찻길 가던 새벽처럼

 

눈 오는 아침은

첫날만 같아라



눈에 젖은 대청마루

맨발로 나와

찬바람 깔고 앉으니

가부좌가 아니라도

 

살아온 흔적도 세월도

흰 눈송이 위에 내리는

흰 눈송이 같은데

 

투둑, 이마를 치는

 눈송이 몇

몸을 깨우는 천둥 소리

 

아, 마음도 없는데

몸 홀로 일어나네

몸도 없는데

마음 홀로 일어나네

 

천지사방 내리는 저 눈송이들은

누가 설하는 무량법문인가

 

눈 오는 아침은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첫날만 같아라

 

                                                          백무산 시집 初心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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