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무제

  • 등록일
    2004/11/03 08:02
  • 수정일
    2004/11/03 08:02

내 길은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

늘 단체에서 조직된 공간에서 안주하며 살아왔던 터라 내 길을 발견할 길이 없었다.

늘 주어진 상황과 일상 활동이 되어버린 일들을 처리하는 실무적인 인간이 되어버렸었다.

그 일을 훌훌 털어버리고 나온 지금 홀가분하다.

잠시 무엇을 할지 몰라 방황도 해보았고 그 방황의 늪에서 다른 일을 찾아 오산까지 내려오게 되었다.(정확히 말해 운좋게 오산에 내려와 이 곳에 머물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셔서 무지 고맙게 생각한다. 내가 뭐 할 줄아는게 있어야 써먹을 텐데... 그 써 먹을 것도 없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배워야 할 나를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주었다. 너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무심코 내려왔던 오산행..... 지금 몇달 지나지 않았지만 내려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단체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지 않고, 몇몇 단위노조와 지역단체가 있는 곳....

정확히 말해 시민단체의 수도 그리 많지 않고 민주노동당, 몇몇 지역에 명백을 이어온 시민단체와 조직을 정비중인 공무원, 케리어 엘지 노동조합, 전교조, 환원 CC 등 만이 조직된 노동자로 포진되어 있는 공간이다.



 

작은 도시... 그러나 많은 것들이 새롭게 시작될 수 있는 공간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잡히지는 않지만 만들어 가야겠다. 

단체생활은 주어진 상황과 그 단체의 성격에 따라 늘 벌어지는 사안에 따른 회의와 활동들이 분주하고 일상은 짜여진 프로그램으로 늘 여유없이 분주히 움직여야 한다. 이 생활에서 자신의 방향성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늘 진행되는 일과 활동에 녹초가 되어버리거나 아니면 일상의 흐름에 순종하며 그냥 하루하루를 무미건조하게 보내야하는 순간의 연속....

 

사업에 치이고 활동에 조이는 그런 짜여진 삶을 벗어나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전과 다르게 나를 돌아볼 기회가 많다. 땀의 대가가 무엇인지 노동이 무엇인지 몸으로 체득하고 있다. 그리고 배려와 나눔에 대해 조금씩은 배워나가고  있다. 나를  사랑하는 만큼 남도 사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우치고 있다. 

 

땀의 의미와 노동.... 사회과학서적에서 찾아보기 힘든 단어이다. 직접 일일이 작업을 하면서 체득해야하고 일을 하면서 자연스레 육체에서 흘러내리는 땀은 노동의 총체성이다. 노동을 이야기하기 이전 땀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것도 중요하다. 노동과 학습이 공존하였을 그 당시 노동자들의 현장활동.... 아마도 80년대 초반 위장취업을 하고 공장생활을 하였던 그분들은 고된 노동과 조직된 삶을 살아가면서 노동자 일상을 느끼며 스스로 활동을 지향하는 이로 단련시켰을 것이라 미리  짐작만 해본다.

 

이전 마냥 운동을 하고 싶었고 잘 조직된 단체에 들어가 활동하는 것이 늘 부러움이 대상이 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참 어릴적 생각이었음에 부끄러움이 든다. 

활동은 조직하고 투쟁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음을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조금 알것 같다. 현장이 있고 만남이 있고 어울림이 있고 투쟁이 공존하는 공간... 지금은 많은 곳이 사라져... 활동가와 활동가들만의 공간으로 치닫고 있는 무수한 집회들... 대중을 조직하여야 한다는 고민이 현재까지 이어져 오지만 용이하지 않는 현실이다.

 

이전 치열한 80녀대 선배들이 세웠고 지켜왔던 공간에서 90년대 우리는 많이 벗어나 있고 지금도 그 공간에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무엇이 우리를 가로막고 무엇이 그 치열한 선배들을 떠나게 했는가? 쉽게 이야기 하기엔 너무나 급박했던 90년대... 서정이 넘쳐흐르는 90년대... 무엇이 그토록 서글프게 하였는지 무엇이 그토록 모색하게 하였는지 무엇이 그토록 암흑으로 점철시켰는지... 많은 이들이 새롭게 조직을 만들었고, 조직이 해산되고, 새로운 단체들이 형성되었던 시기.... 그 길에서 많은 시민단체들의 형성되었던 시기....

그러나 90년대 노동운동은 많은 발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자산들을 잃어버렸다. 현장성의 상실.... 93년 전노대를 거치고, 94년 민주노총이 출범, 대산별 소산별이라는 논의가 진행되며 산별노조 건설이 주요한 수단이었고 97년 금속3사 결단으로 출범한 금속연맹... 현장성 강화의 깃발이 나부끼었지만 많은 노동조합의 현장성 깃발은 80년대 90년대를 거치면서 많이 사글어 들었다. 

 

지금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진영에서 주요한 투쟁의 화두는 너무많아 열거하기 힘들지만. 이 투쟁을 지지와 연대하기 위한 노동조합 단결력은 많이 상실되었다. 현장조직이 그나마 고전분투하지만 이전에 비해 현장조직과 현장 분위기는 많이 후퇴하였다.  배달호 열사의 유서에서 발견된 글이 그 단적예가 아니겠는가? 현장에 나가도 재미가 없다. 신명이 사라진지 오래이며, 노동자들의 문화공동체는 그 명맥만 유지될 뿐 되려 시대가 발전하여 여가를 생활을 위한 친목모임이 되려 많이 형성되고 운영이 잘되지만 이 공간에서 활동가들의 결합과 결속은 용이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운동은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 누구에 의해 노동운동이 지탱되고 있는지는 다들 알 것이다. 장기투쟁사업장. 비정규/이주/여성/장애인 노동자의 끊임없는 비타협적 투쟁이 전노협 정신을 계승한 민주노총을 지탱하게 해준다.

 

투쟁을 전개하기도 벅찬 현실...

20세기말에서  21세기를 들어서면서 많은 변화들이 노동운동 내부에 엄슥해 왔다. 정리해고/구조조정이라는 미명하게 정든 일터를 떠난 많은 노동자들.... 이 떠난 자리를 메우고 있는 비정규직 사내하청노동자들.... 현장에 너무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노동조합을 추스리기도 버거운 현실에서 사내하청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것도 용이하지 않다. 또한 많은 기업들이 한국에서의 공장운영이 어렵다 말하며, 중국과 동남아시아로의 공장이전으로 이전 전노협과 민주노총 출범의 일등공신인 중소사업장 수가 많이 줄어 들었다. 현재 노동조합에서 집회를 진행하는 것도 버거운 현실에 다다르고 있고, 수 많은 투쟁이 전개되지만 이 집회에 많은 노동자들의 결집 또한 과거와 다르게 큰폭으로 수가 감소되었다. 

투쟁을 전개하기도 버거운 현실이다. 과거 인천의 한 민주노총 소속 단위사업장에서는 노조위원장에 나올 현장활동가가 없어 고민하던 노조위원장의 모습을 본 기억이 생각난다.  민주

노조 깃발은 나부끼나 더이상 활동가가 없어 노동조합 전임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사업장이 어찌 이 사업장이겠는가? 그렇지 않는 조합도 있지만 중소사업장의 경우 많은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노동조합 활동하는 것도 버겁다.

 

조합원과 노동조합 간부와의 언어적 소통....

1999년  제2회 국제노동미디어 행사에서 세기말현장보고서팀에서 제기하였던 "노동조합과 Communication-전달인가 소통인가? 에서 제출한 조합원과 조합간부들과의 소통문화에 대한 지적... 평조합원 운동전략에서 우리가 참고해야 할 많은 시사점을 제시하고 느끼게 해주다.

무엇보다 전노협 시절 전체노동자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던 많은 교육활동과 수련회가 이제 연맹이나 지역본부 전임자의 활동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 아쉽다. 또한 현재 민주노총 수련회가 잡혀도 평조합원들이 결합할 수 있는 자리로 적을 뿐더라... 참여한다고 해도 직장에서 평조합원이 노조활동으로 참여하기엔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 현실이다.

 

이전 많은 발전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발전이 귀결이 아닌 이상... 그리고 많은 노동조합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순간... 활동을 지향하는 이들에게 있어 과거 현장에 대한 지지와 연대 그리고 공투의 경험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장활동의 복원에 온 신경이 집중되어야 하지 않을까? 조직활동의 기풍이 전체 노동운동의 들불처럼 확산되기를 바라며....

 

 

간장 오타맨이....

 

p.s  누군가의 글을 보고 그냥 잡생각을 끌적여봄.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