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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분들

  • 등록일
    2004/11/25 23:33
  • 수정일
    2004/11/25 23:33
12 여년 전의 일로 기억됩니다. 추운 겨울,난생 처음으로 항도 부산에서 수도 서울로 가 며칠을 머물다가 다시 부산행 통일호 열차를 타려고 서울역대합실에서 열차시간을 기다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들으시면 아실 만한 종교단체에서 종교인 두 분이 전도를 하고 있다며, 저에게 열심히 설교를 하더군요. 출발시간이 많이 남은지라, 저는 이야기를 들어서 손해 볼 건 없다는 생각에 열심히 그들의 논리에 고개를 끄떡이며 듣고 있었습니다.


이웃을 사랑하라,원수를 사랑하라,등등..... 그런데, 마침 우리들 앞에 지팡이를 더듬으며 시각 장애우 한 분이 나타나, 가지고 계시던 시계를 내밀려 사달라고 하더군요. 고개를 들고 바라보는 순간, 눈동자가 없어신 분이라 분명한 장애우님이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사정이 딱해 보여 저가 왜 팔려냐고 묻자, 부산 해운대가 집인 그분은 장애우님들만 모여 사는 시설에서 일하기 위해 서울에 왔는데, 갑자기 집에 어머님이 돌아 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집으로 갈려고 했지만, 그분 돈을 관리하고 있던 시설원장에게 돈을 돌려 줄 것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해 할수없어 몰래 빠져 나왔다며,그 분이 유일하게 남에게 팔수있는 것은 이 시계뿐이라며 팔아 부산 가는 기차표를 살려고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여러분, 시각 장애우님들의 시계를 보신 적이 있으신지는 모르겠지만,저는 처음으로 그 시계를 봤습니다. 보호 유리가 없고, 초침이 없으며, 시침과 분침이 일반시계보다 상당히 두겁더군요. 아마, 볼 수가 없으니 손가락으로 만져서 시간을 확인한다는 것을 저도 만져보고야 알 수가 있었습니다. 분명 그 시계는 시중에서 손쉽게 구할수 없고 특수한 것이여서, 그분에게 시간을 알려주는 상당히 소중할거라는 것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그것을 팔려고 할 정도면 정말 그 분의 사정이 절박할까라고 생각했지만,불행히도 저가 가지고 있던 현찰이라곤 2000원정도, 그래서, 그 두 종교인에게 부탁을 했지요. 사줄수 없는지... 그랬더니, 서울역 주위에는 원래 이런 식으로 돈을 뜯어내는 사람이 많다며 거절을 하더군요.할 수없어 지갑을 다시 뒤지니 전화카드가 있어,이것과 돈으로 바꾸면 안되겠냐며 하자, 그 중 한사람이 공중전화박스에 가서 남은 돈을 확인하고 저에게 돈을 주자, 그 분과 같이 매표소로 가 표를 사게 되었고, 우연히도 그 분도 저와 같은 시간의 차를 타게 되었습니다. 그날 저녁, 부산역의 개찰구를 빠져 나가는 도중에 또 우연히 그 장애우님이 마중 나온 듯한 가족과 만나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본 저는, 이 사회가 장애를 가진 분들에게 가혹한 세상을 본 듯했습니다. 그런데 저를 더욱 슬프게 한것은....,그 분의 눈물을 못본 사실입니다. 사람이 슬프거나,기쁠 때면 눈물을 흘려, 자기의 감정을 표현합니다만, 아마,눈동자조차 없으신 그분은 어머님을 잃은 슬픔에 눈물조차 흘릴 수 없다는 신체적 결함, 그리고 설령, 그분이 슬픈 눈물을 흘리셨다 하더라도 그 아픈 눈물을 따뜻하게 닦아 줄 수 없는 이 사회....... "이웃을 사랑하라...." 우리가 자기 속 치장에 능숙한 탐식자가 바로 그 종교인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분 어머니가 돌아 가셨다는데..... 말없이 역앞 버스 정류소를 향해 걸어가던 저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지더군요.... 영어로 장애우님들을 The Handicappered라는 말에서 보다 인식을 전환하는 뜻에서 Physical Challenger 라고 부른다고 하죠. 그럼 비장애인 우리는 Mental Challenger 라고 불러 보는게 어떨까 싶네요. 우리사회의 장애우님에 대한 마음을 바꾸보자는 의미에서요.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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