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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들과 함께 나눈 일주일 시간...

  • 등록일
    2004/12/19 22:59
  • 수정일
    2004/12/19 22:59

일거리가 도통 들어오지 않다 보니 아저씨들과 어울릴 시간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고스톱을 치거나 아니면 술을 먹으면서 아저씨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저씨들의 인생사 역정을 들으니 눈가에 눈물이 조금 고이더군요.

 

주로 박씨 아저씨와 명수 형님과 함께 술을 나눠 마시거나 고스톱을 칩니다.



박씨 아저씨는 오산에 온지는 3년이 되었고, 이전에는 다른 건설 현장에서 직영(건설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채용한 건설일용노동자)으로 일을 하였다고 합니다. IMF로 건설 경기가 불황을 타는 바람에 직영자리에서 내쫓기고 오산으로 내려오셨다고 합니다.

이전엔 오산 다른 역에 나갔는데 직냔 11월부터 내가 다니는 에 나와 일을 하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나이는 59세로 혼자 사십니다. 제 작년까지 동겨녀가 있었는데 경제적 사정이 악화되어 여자 분은 떠나셨다고 합니다. 현재는 오산 터미널 근처 모텔에서 생활을 하시고 있다고 합니다. 한 달에 15만원 모텔비를 내고 사신다고 합니다.

밥은 중앙시장에서 이런저런 술집에서 그냔 국밥 한 그릇에 소주를 마시면서 해결하신다고 합니다.

 

인생역정을 혼자 이겨온 우리 용역에서 제일 나이많이 먹은 박씨 아저씨.

 

명수 형님도 오산에 온지는 2년이 되었고, 이전에는 서울에서 건설현장 직영으로 근무를 하였다고 합니다,. 명수 형님 또한 혼자 살아간지 3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부인과 이혼을 하였기에... 부인이 도박 빚 때문에 건설회사에서 쫓겨난 후 오산에 내려와 건설일용직노동자 생활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몇번을 말려보고 달래보고 해도 부인은 도박(경마)에 빠져 가산을 탕진하고 도저히 함께 살 수가 없어 이혼을 하였다는 말이 가슴을 때리더군요. 그 동안 열심히 일해 돈모아 사놓은 집은 도박 빚으로 경매에 넘어가고 현재도 부인의 도박 빚을 월 50만원씩 갚아나간다고 합니다.

인생을 털어 모아놓은 돈 다 날려먹고 자식은 형님집에 맡겨놓고 홀로 벌어먹겠다고 오산에 내려와 모텔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유유상종이라고 그렇듯 처지가 비슷한 박씨아저씨와 명수형님은 절친한 술친구로 일거리가 없으면 함께 중앙시장을 누비며 술로 하루의 버거움을 날려버리고 살아갑니다. 일 없는 날 도저히 혼자 무료한 시간과 밀려드는 잡생각을 감당키 어려워 한두잔 한 술이 매일 먹는 술로 발전하는 것 우리내 모든 건설일용직노동자들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남들은 참 한심한 알코올 중독자들이라 말하겠지만 그 삶을 조금이라고 알고자 한다면 쉽게 알코올 중독자 또는 한심한 사람들이라고 폄하하지 못한 것입니다.  내가 경험해보지 않았다고 쉽게 규정내리는 우리내 인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

 

이런 이야기를 듣고 소주를 한잔하는데... 참 나라면 어떠할까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나라면 도저히 살 용기가 없을 것입니다. 조금만 힘들어도 힘든 내색을 보이는 내가 어찌 아저씨들 처럼 인생의 굴곡을 당당히 버틸 수 있겠습니다.

 

저희 용역에는 박씨 아저씨, 명수형님, 모리스 아저씨, 명진 형님, 정수 아저씨 그리고 저 그렇게 매일 일거리를 기다리며 사무실에 나옵니다. 소장은 일을 나가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제외시키구요.

이중 정수형님은 철근 기공이구, 모리스 아저씨(처조카까지 함께 한국으로 건너와 일을 하고 있습니다.)만 가족을 거느리고 다른 ㅂ문들은 결혼을 하였지만 이혼을 하거나 사별을 하신 분들입니다.

명진아저씨(나이 55세)는 부인이 4년 전에 병으로 돌아가셔서 재혼을 하려고 노력을 잠시 해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건설일용직노동자 일을 하니 자연스럽게 재혼 혼사처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우리 아저씨들과 오늘 나눈 대화입니다. 전 이런 분들과 소주를 마시면서 일 없는 날 사무실에 죽치고 있습니다.

 

가슴이 참 아프게 다가옵니다. 비록 제 이야기는 아니지만 아저씨들의 주름진 얼굴이 더 주름져 보이더군요. 애써 미소를 지어보지만 그 미소 뒤에 숨겨진 씁쓸한 미소가 여운을 남깁니다.

이런 아저씨들에게 지금 일거리가 없는 겨울은 혹독하기만 합니다. 차라리 공공근로 나가자는 말이 한편 이해가 갑니다.

 

일이 없다보니 간혹 중국교포들이 와서 일거리 없냐고 하면서 오지만 일거리가 없으니 다른 용역으로 이동합니다. 그런데 다른 용역도 일거리가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아저씨들 이렇게 날씨가 포근한데 일거리가 없는 것이 이상타 하면서 건설경기가 불황이긴 불황이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작년엔 크리스마스 전까지 일을 했는데 이제 설날 전까지 일거리가 없겠다는 말을 많이들 합니다.

 

내년도 불투명한 건설경기와 경기불황으로 미칠 파장력을 예의주시하며 오산징역에서 일거리가 대폭 줄어들면 다른 지역으로 떠날까도 고민중이라고 합니다. 마음은 결코 좋지만은 않더라구요.

 

그러던 차 아저씨들 나보러 일 없더라도 올해 송년회 준비위원장 해라... 하시더군요. 졸지에 우리 용역 송년회 준비 책임자가 되었습니다. 또 술에 찌들겠군... 가뜩이나 술 많이 먹는다고 핀잔을 주고 있는데....

 

그러나 그 송년회 잘 준비해 볼렵니다. 아저씨들에게 고마운 마음 다하여 함께 송년회 준비하려고 합니다. 고마운 아저씨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마지막 자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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