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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백무산] 존재는 기억에 의존하지 않는다,

  • 등록일
    2004/12/20 15:42
  • 수정일
    2004/12/20 15:42

* 이 글은 알엠님의 [엄마...] 에 관련된 글입니다.

무어라 할 말이 없다, 그래서 시집을 들추다, 시가 나에 눈에 들어왔다,

그냥 시를 옮겨본다.

계절이 지난 후에

지난 계절을 떠올리면

예컨데, 겨울날에 지난여름을

그려보면, 몇 달 앞 계절이 아니라

먼 옛날 상처 깊던 여름날이 뭉클하고

지난 봄날이 아니라

열아홉 바닷가 봄날이 새롭고

첫사랑 붉은 가을이 불쑥 펼쳐진다



그런데 겨울을 떠올리면

어쩐 일인가, 기억을 넘어선다

한 삼백 년은 지난 겨울이

기억의 영토 밖에서

의식의 지평 저 너머에서 솟아온다

 

산에, 저 겨울 벗은 산에

눈 내려 하늘 닿은 능선에 나는 있다

의식이 분화되기 전에

 

기억이 발생되기 전에

감각이 조직되기 한 참 전에

나는 옛 거울처럼 그렇게 있어

내 그리움의 원천은 언제나 그곳에서

그 혼돈의 영토에서 한 생각 몸을 얻는다

 

생애의 시간과 기억은

존재의 작은 티끌이나 겨우 담을 뿐이다.

 

                                                               백무산 시집 초심 중에....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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