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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근의 들꽃이야기 *봄맞이*

  • 등록일
    2014/01/17 07:54
  • 수정일
    2014/01/17 07:54

얼지 마, 죽지 마,
부활할 거야!

*봄맞이*

이번 겨울은 더 메마르고 춥게 느껴진다. 봄은 어디만큼 와 있나. 봄맞이가 자란 만큼 와 있으려나. 겨울 나는 봄맞이를 보려고 아파트 샛길 옆 해마다 봄맞이가 무리지어 자라던 곳을 애돌아가는데, 이미 거기는 콘크리트로 깔끔하게 새 단장이 되어서 시멘트 먼지만 풀풀 날리고 있다. 시멘트 먼지만 풀풀 날리고 있다. 옆 동네 학원가로 대형버스 여러 대가 학생들을 실어 나른다. 지난 봄, 지어지고 나서 한 번도 흔들리지 않던 이곳 아파트 가격마저 마구 요동쳐댔다. 덤덤하던 변두리 사람들 속을 들쑤셔 놓은 그 몹쓸 바람은 가슴에 꼭 저런 시멘트 먼지 같은 걸 남겨놓고 지나갔다. 이 겨울이 더 푸석거리고 으슬으슬 춥게 느껴지는 게 그 때문일까. 콘크리트로 발라진 새 길과 용산에서 벌어진 참사가 겹친다. 자본이 그려 보이는 꿈은 남의 삶을 부수고 그 꿈을 빼앗는 것이다 그렇게 빼앗은 꿈조차도 허망하게 날아가 버린다. 그 꿈은 악몽으로 바뀌고 만다. 개발 바람은 모두를 공범자로 만들고 침묵하게 한다. 그런 침묵은 용산에서 벌어진 참사와 무관하지 않다. 봄맞이가 사라진 길에서 시멘트 먼지를 마시며 부끄러웠다.

봄맞이는 봄에 싹터 자라기도 하지만 여름, 가을에 싹이 터 해를 넘겨 자라는 두해살이풀이기도 하다. 봄맞이는 폼이 크지 않다. 그래도 작은 품안에 작은 거미와 더 작은 노란제가 함께 겨울을 난다. 햇살이 따스한 날에는 거미와 노린재가 꼼실꼼실 기어 나오다 사람 기척에 놀라 허겁지겁 다시 품속에 숨어든다.
바람을 피해 땅바닥에 납작 붙어 겨울을 나는 봄맞이는 아이 얼굴만큼 예쁘다. 겨울바람에 발그래해진 아이 볼처럼 봄맞이도 겨울바람을 맞고 발그레해졌다. 겨울 들녘에 핀 꽃 같다.

봄맞이는 냉이나 별꽃처럼 이른 봄에 꽃이 피지 않는다. 꽃마리나 광대나물, 제비꽃보다도 늦게 꽃이 핀다. 그런데도 봄맞이를 보면 여름이 참 잘 어울린다. 오래 전 봄맞이꽃을 처음 봤을 때 인상이 어제인 듯 생생하다. 예쁜 제비꽃은 너무 익숙해 져 있고, 광대나물은 닮은 꽃이 많아서인지 첫인상이 남아 있지 않다. 봄맞이는 단순한 모양이어서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우산을 펼친 듯한 모습을 한 번 보면 오히려 단순해서 잊혀지지 않는다. 봄맞이는 봄이 다 끝날 때까지 봄의 첫 느낌을 잘 간직한다. 봄맞이는 줄기잎이 없고 뿌리에서 돌려난 잎만 있다. 잎 사이로 뿌리에서 꽃줄기가 몇 가닥 자라 오르고 꽃줄기 끝에 우산살처럼 또 몇 자락 꽃자루가 갈라져 나와 꽃이 핀다. 꽃이 피어도 모습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 꽃잎이 떨어지고 나서 다섯 가닥으로 갈라진 꽃받침이 더 커지는데 둥그런 열매가 맺히고 떨어져도 꽃받침을 마치 꽃인 양 계속 달고 있다.

아이들이랑 봄맞이 잎을 뜯어 배지를 만들었다. 봄맞이 잎사귀를 붙여 만든 베지를 단 아이들 얼굴을 벌써 봄을 맞이한듯했다. 배지를 만드는 데 한두 잎이면 되지만 아이들은 우르르 몰려가서 한 움큼씩 뜯어 왔다. 그래도 괜찮다. 그런 정도 자극은 잡초들이 살아가는 데 오히려 더 필요한 것일 테니까. 콘크리트 덮인 아파트 샛길에는 틈이 생기고 먼지가 쌓일 테고 다시 잡초가 자라날 것이다. 그런 곳이 잡초가 살아가는 곳이 아닌가. 개발로 무너진 삶의 페허에서 우리를 부르고 있다. 자본에 맞서는 연대와 투쟁을 부르고 있다. 먼저 간 이들 소리가 들린다.

"얼지 마, 죽지 마, 부활할 거야!"

... 강우근의 들꽃 이야기 중에서...(메이데이,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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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밀양

  • 등록일
    2014/01/16 21:30
  • 수정일
    2014/01/16 21:30

밀양의 할배할매...
소식이 눈에 밟힌다.
눈물 쏟아내는 시인도 있고
가슴 조리는 소식도 있어
가슴 쓸어내린다.
눈물 찔끔 흘려 보기도 한다.
우리내 어머니 아버지들이
들을 산을 지키고
삶의 터전 다져온 자리
지키는 일
그 투쟁을 한다.
앞만 보고 자식농사에
자신의 인생 기꺼이
헌신한 이들의 삶
주검이 아직도
구천의 한 떠도는 혼백이
상처로 남은자리...
투쟁이 삶이 타전된다.
아...
그러나
진정의 힘
희망의 도색이
우리 부족한 것 아닌가?
투쟁이 희망이
유랑극단이 된 시대
끝장투쟁이
진정의 힘이 필요하다
그 투쟁승리를 위한
다짐과 약속
그러한 마음이 모이고
함께 나가길
아... 우리시대
참 쉽게 망각하고
투쟁은 시기별
널뛰기하는
작금이 서럽다.
진정의 힘으로
끝장투쟁
마음과 마음이 모이는
진정성 어린
지속적 투쟁이
필요하다
널 띠고 희망을
구전하지 말고
우리 희망 말하던 곳
다시금 돌아보자
이제 밀양만이 아니라
그 희망 명명
다 승리할 수 있는 길로
치닫자...

p,s 타전되는 밀양 소식과 김일석 선생님의 시가 오버랩된다. 할배할매보고 눈물 왈칵 쏟아낸 시인의 마음으로... 우리 투쟁승리하는 희망을 보고싶다. 가슴 쓸어내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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