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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진보누리] 삼나무 위의 그녀

  • 등록일
    2004/08/26 13:58
  • 수정일
    2004/08/26 13:58

계속되는 지율스님의 단식에 부쳐

 

그녀의 이름은 줄리아 힐이다. 이미 5년이 흘렀으니 이미 그녀도 우리 나이로 보면 삼십 줄에 턱걸이를 하고 있을 것이다.

 

3년 전 초봄에 신문 기사를 몇 개 벽에 스크랩해두었는데, 습기가 많아서 그런지 스크랩 골판지가 떨어지면서 이 신문 기사도 방바닥에 떨어졌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사진은 노랗게 색이 바랬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아름답고 위풍당당하다. 그녀는 97년 12월에 삼나무 위에 올라가 근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이 삼나무는 높이가 60미터쯤 되었고 수령은 2천 년이 된 나무였다. 그녀는 그 위에서 동료들이 올려보내는 걸로 밥을 먹었고, 그 위에서 싼 똥을 동료들에게 내려보냈다. 그녀가 그 위에서 바라본 것은 삼나무 숲이었다.




미국 켈리포니아주에 있는 레드우드라고도 불리우는 삼나무들의 숲. 수령이 보통 1천 년에서 1만년이 된, 생물학의 기적이라고 불리워지는 자연 그대로의 보고였다. 게다가 나무 그루마다 희귀종의 생물들이 기생하고 있었다. 그녀가 추운 겨울 날 이 나무 위에 올라간 것은 이 헤드워트 숲을 소유하고 있던 퍼시픽 럼버라는 개인 목재회사가 이 숲을 수십 년 간 벌채해 목재로 가공해온 것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당장 벌채를 중단하지 않으면' 내려가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나무 위에 올라갔다. 퍼시픽 럼비사는 줄리아 힐의 식량보급을 번번히 방해하는가 하면 연기를 나무 위로 피워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때마다 뛰어내리겠다고 외쳤다.

그녀의 이 상징적인 투쟁은 각처 환경운동가들의 연대를 끌어모았고 결국 연방 정부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존 캠벌 사장은 '사유재산권 행사에 정부가 관여한다'며 정부를 상대로 제소하겠노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정부 당국과 퍼시픽 럼버사의 협상은 한동안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종내 1999년 3월 2일 퍼시픽 럼버사의 캠벌 사장은 이 헤드워트 숲을 정부에 넘기는 계약서에 사인하고 말았다. 줄리아 힐은 그 소식을 듣고 마침내 나무 위에서 내려와 자신이 투쟁으로 지켜낸 그 신비의 숲속 땅에 발을 디뎠다.

그녀의 이 목숨을 건 투쟁은 이후 많은 환경운동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 바위 틈 사이, 나무 위, 허공 위에 매달린 채 자연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기 삶을 내걸고 있다. 그들은 나무와 바위와 풀들이 지르는 단말마의 비명 소리를 듣는다. 실제로 숲속에 벌목꾼이 들어와 나무 한 그루만 베어내도 이 나무가 쓰러지면서 지르는, 인간의 귀로 들을 수 없는 비명 소리는 숲속 나무들을 공포에 떨게 한다. 나무들은 비명에 전염되어 죽어가는 나무와 함께 비명을 질러댄다.

줄리아 힐의 사건을 '역사적 사건'이라고 칭송한 클린턴이나 그녀 이야기를 앞다투어 언론의 가십으로 삼았던 백인들은 자기 집의 질 좋은 목재 가구를 쓰다듬으면서 한편으론 감동적인 환경운동가의 이야기에 눈물을 흘린다.

2002년에 쓴 글 중에서....

권력은 아직도 말이 없고, 지율 스님은 그렇게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고 계신다. 소위 '메이저급' 환경단체들은 꿀 먹은 벙어리인 양 이런저런 눈치 보기에 급급한 모양이다. 생명의 소중함, 반전과 평화를 외치던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 이들의 책임의 윤리는 모두 어디로 간 걸까? 노무현 정부를 비롯한, 여전히 개발 독재의 망령에 사로잡힌 이들의 책임 윤리 말이다.

책임의 윤리란 무엇인가? 그것은 오성을 가진 인간으로서 지구 운명에 대한 책임, 아울러 후손들에게 지속가능한 삶을 물려줄 책임을 공히 아우르는 생태철학의 원칙을 의미할 터다. 이미 훼손할 대로 훼손해버린 땅과 하늘에 대한 참회의 원칙.

현재의 편리와 물질문명이 주는 달콤함에 중독되어 책임의 윤리를 망각하는 일, 천성산의 비명과 홀로 책임의 윤리를 몸의 고통으로 육화하고 있는 지율 스님의 생명을 갈취하여 이기를 축적하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운위되는 이 세계의 표정은 참으로 악위적이며 음란하다. 천성산과 도룡뇽에게, 지율 스님에게, 자기 후손들에게 못할 짓을 지금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는 게다.

다시 한 번 줄리아 힐의 사진들을 보면서, 지율 스님이 건강한 모습으로 그녀의 투쟁으로 지켜낸 천성산을 맨발로 걷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밤, 도룡뇽과 우리의 아이들과 함께 소호하기를 기원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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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스님, 57일만에 결국 병원으로 옮겨져

  • 등록일
    2004/08/26 11:58
  • 수정일
    2004/08/26 11:58
환경부장관, 26일 시민사회단체 면담 갖기로 
 
지율 스님이 결국 단식 57일만에 병원으로 옮겨졌다. 지율 스님은 병원에서 몸 상태에 대한 진단을 받은 후, 단식을 풀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율 스님 결국 병원으로...
  
지율 스님은 오전 문재인 수석을 만난 후 오후 1시40분께 동국대 강남한방병원으로 옮겨졌다. 지율 스님은 단식 55일째인 23일부터 몸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율 스님은 병원에서 몸 상태에 대한 정밀 진단을 받은 후, 단식을 풀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박광서 참여불교재가연대 상임대표(전남대 교수)는 "단지 장소만 옮겼을 뿐이지 지율 스님이 단식을 중단한 것은 아니다"라며 "청와대에서 그렇게 보도를 내보낸 걸로 알고 있는데, 구체적인 합의문 같은 게 없는 상황에서 그런 식의 행태는 지율 스님을 설득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 뿐"이라고 지적했다.
  
박광서 상임대표는 "오늘 몸 상태에 대한 진단 결과를 확인해, 지율 스님을 최대한 설득하겠다"며 "일단 지율 스님이 단식을 풀더라도 시민ㆍ사회단체들이 수수방관하지 않겠다는 확신을 지율 스님에게 보여줘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대표는 "이번 기회에 환경단체들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며 "과연 시민운동을 순수하게 하고 있는가, 권력화하지는 않았는가, 스스로 모르게 변질되지는 않았는가, 이런 것들을 지율 스님의 외로운 싸움을 계기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곽결호 장관, "내일 다시 만나 얘기하자"
  
한편 지율 스님이 병원으로 옮겨지기 전 곽결호 환경부 장관도 지율스님을 방문한 후,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곽결호 환경부 장관은 시민ㆍ사회단체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는 적법한 절차에 의해 진행됐다"며 "환경부가 지율 스님이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내놓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곽 장관은 그러나 시민사회단체가 계속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요구하자, 이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하고 26일 오전 환경부와 시민ㆍ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만나기로 했다.
  
이날 곽 장관과의 간담회에 참가했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내일 정부와 민간단체들이 고속철도 터널 공사가 천성산에 미치는 영향을 공동으로 재조사하는 문제를 요구하겠지만, 환경부에서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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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중생을 구제하여 찾아 온다는 미륵 부처... 지율 스님이 미륵부처 입니다. 그런 미측부처가 단식 57일이라는 고된 용맹정진에도 불구하고 쓰러지셨습니다.

천성산의 자연 소리에 귀기울여 보라고 하신 말씀을 신문지면에서 접한지 벌써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생명과 공존하고, 이름 없는 풀, 곤충, 동물 들의 울음에 귀기울이라는 그 외침이 또렷한데... 그 당당하신 미륵부처가 쓰려지셨습니다.

 

인간들의 죄를 사하고자 자신 스스로가 단식으로 등신불이 되고자 결연한 의지를 밝히신 살아있는 미륵부처의 외침이 생생한데.... 가슴이 미어져 옵니다. 이제서야 기사를 보았기에...

 

특종이 되니 기사를 기재한 진보적 언론의 작태에 분노가 치밀어 옵니다.

 

그러나 정부는 아무런 답변을 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부처 장관이라는 녀석의 적법성 운운을 하는 것을 보면서, 분노가 치밀어 옵니다. 개인이야 죽건 말건 경제발전과 성장을 위해서는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그들의 개발지상주의 정책으로 애꿎게도 사람이 존재하기 이전부터 그 자리를 지켰던 모든 자연을 훼손시킵니다. 이 어찌 분노치 않겠습니까....

 

생명보다 돈이 중요한 세상이라는 참 어처구니 없습니다.

도대체 돈이 무엇이길래... 경제가 무엇이길래....  실업자가 길거리에 넘쳐나고 내수경기 침체인데 그 많던 돈은 다 어디로 갔답니까? 그 돈 당신들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가서 구린돈이 되었으니 천성산이 죽건 말건 당신들은 받은 돈에 대한 응당한 댓가로 공사를 강행시키려는 속이 보이는 행동에 치까 떨립니다.

 

서민들이 평생벌어도 만져볼 수 없는 돈을 자신의 금고에 쌓아놓고, 자신이 능력으로 어렵게 번것인양 떵떵거리는 당신들 같은 위선자가 정치와 국가 요직을 맞고 있으니 나라 꼴 안봐도 뻔하잖습니까?

 

모든 사업에 있어서 미국이 어름장만 놓아도 벌벌 떨고, 고물이라도 미제라면 사죽을 못쓰는 당신들이 노동자 민중의 분노를 알까요. 천성산을 울음을 알까요....

 

생명사상에 귀기울이며, 죽어가는 생명에 죄스러움을 혼자 앉고 그 고된 단식이라는 용맹정진을 하신 살아있는 미륵이 쓰려졌습니다. 

 

현실 세상을 구제한다는 미륵은 지율스님이 아닐까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하지만 이 세상 평등하게 자연과 공생하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무인도에서 혼자 살 수 없듯이, 인간도 자연이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자연의 소중함.... 주변에 풀과 나무가 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국토의 명산과 이름없는 산들은 인간의 야욕에 의한 개발로 다 망가졌습니다. 이 곳에 살던 곤충이며, 식물이며, 동물은 다들 그들이 살고 있는 땅에 대한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습니다.

 

새로 개발된 도로에서 동물들이 달리는 차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건너는 모습 그리고 달리는 차에 치어 죽은 모습을 보면서.... 우린 과연 자연에 대해 소중함이나 일깨우고 있는지 측은지심이 듭니다.

 

미륵부처 지율스님의 쾌유를 기원드립니다.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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