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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현상학 A. 의식 II. 지각; 혹은 사물과 착각 (번역 재개) -(§ 13)

[보이스 오버]

(aside)

불쌍한 의식. 네가 가는 길은 필히 정신분열증으로 가는 길이다. 봐라. 네가 자기동일성이라고 했던 사물이 자기 안에서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 Il n'est pas comme il est. Il est l'autre. 이건 사실 네 분열이다. 넌 아직 네 안의 분열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 기다려. 너도 ‘Je suis l'autre.’할 날이 머지않다. 그때 네가 어떻게 처신할지 궁금하다. 당당하게 나 정신분열환자 할지, 네 정신분열증을 ‘건강한 생각’(gesunder Menschenverstand/상식)으로 가장할지, 아니면 ‘내가 아닌 것으로 존재해야 하고 나인 것으로 존재하지 못하는’(zu sein, was man nicht ist, und nicht zu sein, was man ist) 실존의 구렁텅이 앞에서 공포에 질린 나머지 키에르케고르와 같이 믿음으로 도주할지, 아니면 공포에 질린 뒷걸음질(Rückkehr)이 아니라 네 자신을 뒤집어(Umkehr:<=>복음서에서는 ‘회개’, 유물론적으로는 머리로 걷지 않고 발로 걷게 하는 뒤집기) 역사적인 유적존재로 널 바로 세울지 궁금하다.

 

 

결국 의식은 두 번째 (첫 번째 되풀이) 지각함에서의 처신(태도)양식, 즉 참다운 것으로서의 사물은 자기 동일한 것으로, 반면 자기 자신은 자기 비동일적인 것으로, 즉 [지각함에 ‘feeling’으로 찰싹 붙어 지각함과 무분별한 상태인] 자기동일성에서 벗어나 자기 안으로 뒷걸음질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에서도 역시 스스로 벗어난 상태로서 이제 사물이란 그에게(의식에게) 이전에는 사물의 몫과 의식의 몫으로 분리되어 나뉘어졌던 운동의 전체가 된다. 사물은 자기 안으로 반성된 하나다. [그래서] 사물은 대자적이다. 나아가(aber) 사물은 동시에(auch/또한:<=>동시에) 대타적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und zwar) [내가 내 자신을 바라볼 때 마치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이 내가 내 자신에게 낯선(=다른) 사람이 되듯이] 사물은 자기가 마치 타자에 대하여 있듯이(als es für Anderes ist/대타적) 자기 자신에게(대자적으로) 타자가(ein Anderes für sich) 된다. 따라서 사물은 대자적이면서 동시에(auch) 대타적인 이중의 분리된(=‘이중’간 아무런 매개가 없는) 존재다. 근데 사물은 하나이지 않았던가? 하나(로)있음(Einssein)은 분명(aber) 이와 같은 사물의 분리(Verschiedenheit)와 모순을 빗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의식이 [사물의 이런 모순을 파기하기 위해서] 다시 한 번 이와 같은 하나-안으로-정립함(In-eins-setzen)을 자기 탓으로 돌려 사물에서 멀리 해야 하지 않는가? 그래서 의식은 이렇게 말해야 하지 않을까? 즉 사물이 대자적으로 있는 한(insofern) 대타적으로 있지 않다고? 그러나 [의식이 사물을 이런 모순에서 구제하기 위해서 아무리 요리저리 빠져나갈 궁리를 해도] 이것 하나에 걸리는데(allein), 그건 아무튼 사물 자체에 역시, 의식이 [스스로] 경험한 것처럼, 하나(로)있음(Einssein)이 귀속된다는 점이다. [즉] 사물은 자기 안으로 반성된 것을 [의식의 것이 아니라] 자기 것으로(wesentlich) 소유한다(Das Ding ist wesentlich in sich reflektiert). [그래서] 결국 서로 아랑곳하지 않는(무관한) 구별, 즉 <또한>은 틀림없이 하나(로)있음(Einssein)으로서의 사물과 맞닿는 것이다. 그러나 양자(=Einssein ⊥ das Auch)가 [전체 안에서 통일체를 이루는 Momente로서 서로 구별된 것이 아니라] 차별된/분리된(verschieden) 것이므로 똑같은(=일개의) 사물과 맞닿아 떨어질 수 없고, 어디까지나 차별된/분리된 사물들과 맞닿아 떨어진다. [의식 내재적으로] 실재하는 대상(an dem gegenständlichen Wesen)에서 추상적으로(überhaupt) 드러나는 모순은 [두 갈래로] 찢어져서 두 개의 대상에 할당된 모순이다. 다시 말해서(also) 사물은 즉자대자적, 즉 자기 자신과 동일한 것임이 틀림없지만 이런 자기 자신과의 통일(Einheit mit sich selbst)이 다른 사물들에 의해서 [요동되어] 파괴되는(stören/‘어지럽게 하다’, '흩어지게 하다', '파괴하다'등의 어원적 의미가 있음) 것이다. 이렇게 사물의 통일성(Einheit)이 고수(유지)되고, 동시에 [추상적인] 통일성을 파괴하는 [자기 자신과의 통일이 아닌 모습으로 현존(할 수밖에 없는)하는] 다른 존재(das Anderssein)도 허락(유지)되는데, [단지] [추상적인 대상인] 사물 밖으로뿐만 아니라 의식 밖으로까지 [추방된] 상태로(만) 허락(유지)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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