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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의 손님철학이란?

님의 [10년 이주노동의 땀보다 5억원을 귀하게 여기는 사회 ] 에 관련된 글.

<손님의 철학>을 이야기하면 한약에 감초같이 꼭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다. 호메로스 일리아드의 6번째 노래에 나오는 토로이편의 장수 글라우코스와 그리스편 장수 디오메데스에 관한 이야기다.

 

골이 깨지고 창자가 터져 나오는 전투가 한참 벌어지고 있다. 정신 없이 싸우는 가운데 신들까지도 부상시킨 디오메데스와 글라우코스가 맞서게 된다. 디오메데스 이놈 입이 상당히 큰 놈이다. 하는 말을 좀 들어보자.


너 좀 있어 보인다. 추풍낙엽 같은 인간들 중에서 제법 앞으로 나오는데 네놈은 대체 누구냐? 내 창 맛 좀 볼래? 니 애미가 불쌍하다.” 이렇게 까면서도 글라우코스가 혹시 인간의 형상을 입은 신이 아닌가 뒤숭숭한 디오메데스는 글라우코스의 정체를 묻는다.  

 

글라우코스가 대답하기를 내 족보 알아서 뭐 할래? 숲의 나뭇잎 같은 인간의 족보를 따져서 뭐 할래? 어차피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인간의 족보를? 따스한 봄이 오면 싹이 터 나뭇잎이 되었다가 다시 사라지는 족보를?”

 

이렇게 말하면서도 글라우코스는 족보를 차근차근 제시하여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

 

글라우코스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디오메데스는 창을 땅에 꽂고 글라우코스에게 이렇게 말한다.

 

, 너 그러고 보니 우리 양가 할아버지 때부터 피를 나눈 가족과 같이 절친한 사이가 아닌가? 반갑다.“

 

글라우코스의 할아버지가 디오메데스의 할아버지를 20일 동안이나 집에 모시고 대접했단다. 귀한 선물을 서로 교환하고. 당시의 관습을 보면 글라우코스의 할아버지가 디오메데스의 할아버지에게 부인까지 내주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글라우코스와 디오메데스는 피가 섞인 한속이다.

 

아무튼 디오메데스는 서로 싸우지 말자고 한다. „내가 작살낼 수 있는 트로이인이 무수히 있고, 또 네가 그럴 수 있는 그리스인이 무수히 있는데 우리 둘이 서로 죽이고 살리고 싸울 필요가 있어? 우리 둘인 그러지 말자.“고 한다. 그리고 우리 서로 무기를 교환하여 다른 사람이 우린 한속인 것을 다 알아볼 수 있게 하자고 한다. 무기를 교환하면서 글라우코스가 엄청난 손해를 보긴 하지만. 100마리 가치의 금장무기를 소 9마리 가치밖에 되지 않은 청동무기와 바꿨으니. 5억원도 청동무기일 뿐 아닌가?

 

단님의 글 <10년 이주노동의 땀보다 5억원을 귀하게 여기는 사회>를 읽으면서 이 이야기가 생각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호메로스식 손님철학이 서로 알아보고 다 팔아 넘기는 자본의 "손님철학"이 아닌가 해서 그런가? 그럼 우리 이주노동자의 손님철학은 대체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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