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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주의 환상 유감

  • 등록일
    2009/08/08 16:24
  • 수정일
    2009/08/08 16:24

미디어법이 표류중이고, 쌍차투쟁이 패배하고, 촛불도 다시 일어설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공분이 없을 리는 없다. 활동가들은 특히나 이 공분이 내면으로 타오른다는 것을 잘 아는 것 같다. 그리고 다중이 이제 '선거'로 심판할 것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 것인가? 공분이 내면으로 타오른다는 것까지만 맞다. 그러나 선거가 과연 저들을 '심판' 씩이나 할 수 있는 기제가 되는가? 지금까지 어땠는지 잘 톺아보기 바란다. 언제 우리가 선거 따위로 독재를 심판하거나 혁명에 나선 적이 있는지 말이다. 그리고 그 선거라는 것을 우리만 하는 것인가? 선거권이 프롤레타리아, 다중들에게만 주어진 것인가? 아니다. 저들도 선거를 한다. 오히려 선거에 더 적극적이지 않은가? 철저한 계급투표를 통해 지금껏 승리를 구가해 온 쪽은 우리가 아니라 저들이지 않은가? 열 번 선거했다면 아홉 번은 저들이 열매를 따 갔다는 것을 벌써 잊은 것인가?

 

정세를 보자. 난 최시중 일당과 한나라당이 '선거'를 몰라서, 그게 다가 오고 있다는 것을 몰라서 저러는 건 아니라고 본다. 저들도 충분히 그 시기가 온다는 것을 안다. 다만 저들은 그 선거가 닥쳐 오면 이런저런 패를 꺼내 들고 사람들을 다시 현혹시킬 것이다. 그건 분명하다.

 

난 저들이 꺼내들 패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고 보는 편이다. 왜냐하면 선거가 오기 전까지 온갖 악행들을 폭력을 동원해서 대중들에게 행사해 왔기 때문에 조삼모사에 취약한 대중들에게 사탕 하나면 충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간접세 인하라든지, 통신료 인하 따위 말이다. 한 번만 더 생각해 보면 그러한 '특혜'가 결코 애초부터 특혜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간접세는 이미 올린 것을 깍아 주는 것이고, 통신료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지 않은가? 조삼모사, 눈 감고 아웅이다. 그러나 어쩌랴. 우리 주위에는 이를 모르는 '어르신'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또 하나. 지방선거에서 패하더라도 총선과 대통령 선거가 남았다. 저들은 잘 안다. 이 선거에서만큼은 박근혜와 딴날당이 승산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멍청한' 대중들은 소고기부터 용산, 그리고 평택에 이르는 처참한 만행들을 박근혜가 나서준다면 용서해, 아니 잊어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사실 난 이런 꼼수가 MB나 이상득이 최시중이의 머리 속에서 나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것까지 돌아 보기에는 그들의 머리가 너무 썩었다. 이들은 그냥 밀어 붙이는거다. 그게 다다. 이 꼼수의 로드맵은 주로 딴나라당과 청와대 참모진들의 짱돌 속에서 열나게 돌아 가고 있을 것이다. 권력의 허수아비 밑에서 달콤한 열매를 캐 먹고 있는게 바로 저들이고, 그 태평성대가 세세년년 이어지기를 바라는 것도 저들이니 말이다.

 

그러므로 선거에 대한 환상을 버리기 바란다. 백날 해봐야 도로아미타불일 것이니 말이다. 혹여 브라질이나 베네수엘라 같은 좌파정권이 요상간에  들어설 수 있다고 야무진 꿈을 꾼다면 얼른 일어나서 세수하고 출근이나 하기 바랄 뿐이다. 그리고 둘러보기 바란다.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인 이 땅에서 지금 필요한게 선거인가? 난 아니라고 본다.  최소한 활동가들, 스스로 좌파라고 생각하는 물질들은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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