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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48호> 방글라데시의 잇따른 대참사는 왜?

방글라데시의 잇따른 대참사는 왜?

 

 

 

대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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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4일 방글라데시 다카 외곽 사바르 구역에서 8층짜리 건물 붕괴로 28일 기준으로 노동자 376명이 사망하고 2천여 명이 다치는 등 대참사가 일어났다. 그 건물에는 의류공장 5개와 상점이 있었는데, 방글라데시 의류제조수출업자협회(BGMEA)에 따르면 의류공장에 고용된 노동자만 3,122명이라고 한다. 그러니 상점에 있었던 사람들까지 합치면 건물의 실제 수용 인원은 더욱 많을 것으로 예견된다. 또한 현재까지도 인명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인명피해 규모 역시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현지언론들은 붕괴 전날부터 건물의 균열의 심해져서 조사관들이 철수 명령을 내렸음에도, 공장사장들이 노동자들을 강제로 일을 시켜 대참사를 막지 못했다고 전하고 있다. 과연 그 뿐인가? 비단 5개 의류공장 사장들만 문제였을까?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이윤에 눈이 먼 잔혹한 자본가들
 
붕괴된 건물에 입주해있던 5개의 의류공장들은 모두 미국, 유럽 등의 유명 의류기업에 물건을 납품하는 하청업체들이다. 공장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사실상 감금과 다를 바 없는 상태에서 주 6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을 하면서 받은 임금은 우리 돈으로 고작 4만원! 18세기와 다를 바 없는 열악한 노동환경을 감내하면서 일을 했던 노동자들의 대다수는 여성이었다. 이런 공장들은 방글라데시에 무수히 많다. 방글라데시의 의류산업은 전체 산업 수출액의 80%를 차지하는 이 국가의 핵심산업으로 노동자 400만명이 이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언제 붕괴될지도 모르는 공장에서 죽을 위험을 감수하며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 하청노동자들이 방글라데시 전역에 퍼져 있는 것이다. 
이번 대참사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해 12월에도 9층 짜리 건물에 불이 나면서 112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비슷한 규모의 사고는 해마다 일어나고 있어서 방글라데시에서 지난 7년동안 공장화재와 건물붕괴로 사망한 노동자들이 600명이 넘었다.
잇따른 사고에도 불구하고 자본가들에 대한 처벌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안전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이같은 악순환은 자본과 정치권력의 결탁에 기인한다. 정부는 자본가들의 불법행위를 눈감아주고, 자본가들은 직접 정치에 진출해서 법을 주무르며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은 아랑곳 않고 착취에 열을 올리기 때문이다. 
 
 
노동자살인  
 
지난 26일에는 동료들의 죽음에 항의하는 노동자 수십만 명의 격렬한 시위가 전개됐다. 추모제로 시작된 집회는 “공장주를 처형하라”는 구호와 함께 노동자들의 분노가 치솟았고,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에 맞서 도로로 뛰쳐나와 죽창으로 무장하기도 했다. 정부의 강경진압은 더 많은 노동자들을 거리로 나오게 하고 있다. 
한국사회 역시 6~70년대 방글라데시와 같은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열악한 노동환경을 감내하며 노동했던 여성노동자들이 있었고, 50년이 지난 지금에도 방글라데시와 같은 대참사는 아니라 할지라도 이윤축적을 위해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일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 국제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앞두고 민주노총에서는 작년 한 해 동안 14명의 노동자를 사망으로 이르게 한 한라 건설을 ‘살인기업’을 지정해 발표했다. 여전히 한국사회는 산재공화국이고 노동자의 생명보다는 이윤이 먼저다. 삼성반도체에서는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백혈병으로 사망했음에도 이를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기 위해 온갖 회유와 탄압으로 노동자들의 진실 폭로를 막고 있다. 사내하청노동자들이 해고를 비관해 목숨을 끊어도 지난 15년간 불법파견을 자행한 현대기아차자본은 처벌은 커녕 오히려 법위에 군림하면서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다. 
이러한 잔혹한 자본의 범죄는 유럽, 미국 선진자본을 비롯해 값싼 노동시장을 찾아다니며 착취에 열을 올리고 있는 초국적 기업들과 거기에 기생해 있는 방글라데시에서와 같은 하청자본들이 공모해 저지르고 있는 노동자 살인이다. 노동자들의 국제적연대와 투쟁이 절실하다. 
 
김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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