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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일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일, 쉽지 않다.

매번 지금 보다 조금 크면 더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시기가 지나고 나면 또 다른 복병이 기다리고 있다가 뒷통수를 씨게 친다.

그래도 그 시간들을 지내면서 얻은 것은 모든 일은 지나간다는 것이다. 

 

놀이집과의 인연은 1년 2개월로 끝인가 보다.

 

처음부터 놀이집의 가족운영체계, 불안한 고용문제 등으로 우리를 스트레스 받게 했었지만 우린 그저 담임선생님을 방패 삼아 지냈었다.

 

놀이집 다니기 시작한 한달만에 담임선생님이 바뀌어서 참 고민스러웠는데 다행이 그 선생님은 아이의 발달상황을 잘 이해해줬고 아이들마다의 특징을 존중해줬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서가 안정적이었다. 막판에는 나보다 훨 아기한테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참 고마운 일이었다.

 

그런데 그 선생님이 지난 연말 일을 관두면서 새로운 선생님이 오셨다. 미루는 지난 1월 한달 동안 많이 힘들어했다. 얼굴 빛도 많이 안좋아졌고 그나마 집에서는 잘 지냈지만 놀이집에 가려고 하면 많이 거부했었다. 그러다 어느정도 새로 오신 선생님에게 적응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3월부터는 말을 해가며 싫은 감정을 토로했다. 흨....

 

이전 선생님은 관두면서 조심스럽게 아이를 다른 곳에 맡기는 것도 고려해보라고 했다. 솔직히 그 선생님이 다른 곳으로 옮기면 그곳으로 따라 가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그 선생님은 수녀가 되려고 교육 받으러 일을 관두는 것이었다. 그래서 따라 갈 수도 없는 일이었고 그렇다고 다른 곳으로 옮기면 아이가 선생님도 친구도 장소도 다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 감당이 안되었다. 아이가 적응하는 동안 내 일을 못하는 것이니까....난 솔직히 그때 내 생각만 했다. 안될 여러가지 이유들만 생각해 냈다. 결국 그냥 선생님만 적응해도 되는 지금의 놀이집에 계속 다니는 것으로 일단락했다.

 

그런데...

 

새로 오신 선생님과 아이가 적응하는 것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선생님은 그냥 믿어 달라는 말만 했다. 솔직히 그 말을 듣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는데 나의 질문들도 그런 대답을 바란 것이 아니었는데 그 선생님은 그 말만 되풀이 했다. 답답했다. 아이는 그 동안 계속 힘들어 했고...결국 원장과 담임선생님이랑 해서 면담을 했다. 참 어려운 자리였다. 잘 다니던 곳을 아이가 싫어하니 그 원인 다 새로온 선생님한테 돌아갈까봐 참 조심스럽게 자리를 제안했다. 아이가 적응을 잘 할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아보자...뭐 이렇게....돌아온 대답은 그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아이가 즐겁게 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거였다. 그런 답을 원한 것이 아닌데....어려워....

 

난 그냥 아이가 그 놀이집에서 즐겁게 생활할 수 있었으면 했다. 자기를 존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즐겁게 이것 저것들을 시도하면서 지냈으면 했는데....

 

그런 와중에 일이 터졌다.



보통은 9시반쯤에 아이가 놀이집에 간다.

그런데 이번 학기부터 목욜 1교시부터 수업이 있어서 내가 먼저 집을 나서고 아이를 상구백이 데려다 준다. 그러다 지난 목욜 내가 집을 나서는데 아이도 따라 나서겠단다. 그래서 결국 대충 준비를 하고 상구백도 따라 나섰다. 난 그때 이미 늦은 상태였고. 상구백이 아이를 데리고 택시에서 내리고 난 계속 택시를 타고 학교로 향했다.

 

그런데 상구백에게서 전화가 왔다. 미루를 데리고 놀이집에 갔는데 항상 아침 일찍에 오는 00가 놀이집에 있었는데 밖에서 문이 잠겨있고 놀이집 안에는 어른이 아무도 없었다고. 허걱. 상구백이 초인종을 누르고 기다리는데 아무 대답이 없길래 현관까지 갔단다. 그 사이 00는 초인종 소리가 나니 창문쪽으로 와 불안해 안절부절 못하고 있고. 상구백이 현관에서 아이 신발을 벗기고 있는데 이층에서 놀이집 조리사를 하시는 원장 어머니가 내려오시면서 놀이집 문을 열쇠로 열더란다.

 

참 놀라운 장면이었단다. 너무 당황스러워 있는데 그 조리사샘이 아이를 안고 안으로 들어갔단다. 조금 있다 교사들이 오고...

 

상구백은 상기된 목소리로 이 이야기를 전해줬다. 후.....

머리가 쩍 소리가 난다. 이제 막 걸음마를 하는 아이를 놀이집에 혼자 뒀다니...참 무서웠다. 그 아이는 얼마나 불안했을까? 근데 그 모양새가 몇번을 그리 했던 모양새라는 것이 더 무서운 일이었다. 상구백은 전화로 화를 낼 모양새다. 그래도 상황이 있겠거니 싶어 그냥 어찌 되었는지 잘 물어보란 말만하고 전화를 끊는데 심장이 팔닥뛴다.

 

오후가 되서 미루를 데리고 집에 왔는데 원장한테서 전화가 왔다.

그리고는 어찌 자기들을 그리 나쁘게 생각하냐며 상구백이 오후에 전화해서 상황을 물어 본 것이 매우 불쾌했단다. 허걱. 자기들을 믿으니 아이를 보내는 것이 아니냐며 화를 낸다. 어이가 없다. 그런 일을 목격한 사람이 그냥 그 일을 믿고 넘어갈 수 있는 일로 여길까....

 

운영원칙을 보니 7시반에 문을 열어 7시반에 문을 닫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아이도 없는데 어찌 문 열고 기다리란 말이냐고 더 화를 낸다. 그렇다고 아이를 혼자 남겨둔다니 그게 더 황당하다. 아이 밥 먹이려고 이층에 밥 가지러 갔다고는 하지만 잠시 후면 당직선생님이 오신다는데 그 잠깐을 못 기다릴 일인가....그런 일을 무감각하게 넘긴다는 것이 솔직히 더 의심스러웠다. 이렇게 꼬물꼬물 불신이 쌓트니...심장이 퍼덕거렸다.

 

결국 원장선생님 상황은 이해하나 그래도 아이를 봐야하는 사람은 교사이니 다른 방식으로 일찍 오는 아이를 케어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의견을 전하고 통화를 마쳤다.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치더라도 정말 많이 이해해서...그래도 그런 일을 보고 놀란 사람의 마음을 달래주지는 못할 망정 협박하다니...솔직히 협박으로 느껴졌다. 흨...

 

그 날밤 불면의 밤을 보냈다. 도저히 잠이 안왔다. 모양새로 봐서는 매일 8시 10분에 오는 00는 당직 선생님이 오시는 8시 30분까지 여러번 그렇게 방치 되었을 터였다. 무섭고 가슴이 뛴다. 그 아이는 얼마나 그 시간이 불안했을까 싶고..또 그 문제를 제기한 우리가 얼마나 미웠을까 싶고 그리고 결국 미루도 이뻐 보일리 없고...담날 미루를 거기에 보낼 수 있을지 무서웠다. 요즘 일어나는 무수한 어린이집 괴담이 머릿속을 떠니지 않았다.

 

결국 마음을 달래려 품앗이육아의 꿈을 이루고자 이사하기로 했던 동네의 친구 아이가 다니는 곳에 미리 신청을 하러 갔다. 구립이라 미리 미리 신청해야하기에 갔더니 자리가 있단다. 그곳은 가리봉동에 위치해 있는데 요즘 한국 아이들이 적어서 자리가 있단다. 원장선생님과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그 대화 내용들이 참 상식적이었다. 

 

근데 내 맘은 그 선생님과 나누는 대화가 편안하면 편안할 수록 참 서글펐다. 그 동안 우리가 놀이집 다니면서 참아 왔던, 눈치 봤던 이야기들을 그냥 편안히 이야기 나눌 수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놀라우면서도 민망했다.

그 동안 얼마나 쓸데 없는 고민들을 했던지...얼마나 쓸데 없는 스트레스를 받았던지...서글퍼졌다.

 

지금 다니는 곳에서는 항상 우리가 넘 예민한 것이 아닌가 우리가 넘 오버하는 것이 아닌가 하며 우리의 근심들을 눌러 왔었다. 다행이 담임선생님이랑 대화가 통했지만 운영과 관련해서는 선생님도 별 힘이 없어서 늘 선생님과 이런 저런 차선책을 만들며 문제를 해결하곤 했었다.

 

돌아오는 길에 참 맘이 편안해졌다. 그래서 그냥 지금 자리가 있을 때 아이를 이리로 보내자 맘 먹었다. 집에서 거리가 좀 되지만 편안하게 낮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곳을 찾았다는 것이 넘 좋았다. 그리고 맘 편히 미루도 나도 지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너무 족할 거 같다. 

 

많이 많이 반성하게 됐다.

그 동안 내가 넘 오버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참아 왔던 것들...알고 보면 나의 억압들이 작동했던 거다. 내가 가지고 있는 억압들로 인해서 아이에게 상처주지 않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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