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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적인 밤

며칠 전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미루랑 매우 증상이 비슷했다. 열도 간간이 있고 속도 미슥거리고 장도 꾸룩 거리고...그러나 어른인 나는 토하거나 설사는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며칠을 지내고 있는데...

 

어제 오후부터 그 증상들이 한번에 다 나타나면서

춥고 열나고 속이 정말 심히 매슥거리고 죽을 맛이었다.

이러다 쓰러지겠구나 했다.

 

오죽했으면 아이들 동선 때문에 정신 없이 바쁠 '하루'님에게 전화해 저번에 얻어 먹은 요쿠르트를 얻을 수 있느냐고 생떼를 썼을까?...흨..

다행이 '하루'님이 어디다 맡겨놓을 테니 찾아가라고 해서 얻어왔다.

그 바쁜 사람한테 생떼 쓴 거이 창피하지만 그때는 더 아프면 안되는데 하는 맘이 너무 컸다. 게다가 미루도 봐야하는데 아프면 잘 못 돌봐줄것이고...그럼 괴롭잖어. 

 

삼실에 널부러져 있다가 미루를 찾아와서는 젖을 먹였다.

미루는 점점 상태가 좋아져서는 이제는 웃기도 잘하고 이전 만큼은 아닌데 몸놀림이 다시 스피드를 갖기 시작했다. 근데 미루 찾으러 오면서 했던 말이 화근이었던게지....미루가 아빠 데리러 가자고 옷도 양말도 벗지 않는다. 오잉..

다시 아픈 배를 부여잡고 상구백을 데리러 가기로 했다.

 

겨우 겨우 집에 도착했다. 얼렁 하루님이 준 요쿠르트를 먹었다. 속이라도 편안해지려고. 이전에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그때도 미루가 장염에 걸렸는데 미루는 낫고 그게 나한테 온거지. 그때 하루님(오늘 유난히 님자를 붙이고 싶네..마이 고맙거덩. 히~)이 준 요쿠르트를 먹고 신기하게 나았던 경험이 있었다. 그것만 믿고 마구 먹었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속이 안좋길래 다시 먹었다. 음...

 

좀 쓰러져 있다 미루를 재우고 나왔는데 정말 속이 너무 안좋은거다.

그때 부터 일이시작됐다. 집을 대충 치우고 화장실로 들어갔는데

그때 시간이 10시 조금 안됐나 그때 부터 해서 밤 12시 반까지.

화장실을 34번 정도 왔다 갔다했다. 정말....흨.

화장실에서 나와서 쓰러져 누우면 다시 1, 2분도 안되서 다시 화장실을 향해야했다. 내 태어나서 그렇게 자주 화장실을 드나들었던 적이 없다.

 

처음에는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몸 속에 이 많은 것이...참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조금 지나자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너무나 성가셨다. 설사를 하면 탈수 때문에 문제라고도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난 왔다 갔다하는 것이 너무 성가시단 생각만 들었다. 그런데...조금 지나니 너무 힘들어 지는 것이다. 몸이 축 처지고...흨...좀 걱정도 되기 시작했다....이러다 진짜 탈수를 하면 어떻게 되는거냐...뭐 그런 의문이 갑자기 화르륵 들고. 그래서 아기들을 키울때 꼭 필요한 '삐뽀삐뽀119'의 설사편을 찾아보기도 했다. 참나...좀 무서웠거덩.

 

응급실을 갈까도 생각했는데 음...가도 뭐 링겔 정도 맞을 텐데....그거 맞으러 혼자 응급실을 가야한단 생각이 좀 서글펐다. (아기를 깨워 상구백까지 데려갈 순 없는 일이고 아기가 생기니 이런 것도 달라진다. ..음)가면 따뜻한 핫팩(이거 파란꼬리님이 알려준 방식으로 해봤는데...어제는 좀 급해서 베개보에 현미찹쌀을 넣어서 사용했다. 아주 좋더라. 고마워요.)을 할수도 없고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자주 화장실에 가야하는데 가는 동안 어쪄란 말이냐고. 흨...그래서 그냥 집에서 죽염 먹고 물 많이 먹고 핫팩하고 화장실 가고 뭐 그러기로 했다. 그런데 그러다가 낭중에는 이게 언제까지 이러려나...뭐 그런 생각이 들면서 좀 아득해지기도 했다. 그래도 다행이 12시 반 넘어서부터는 화장실 가는 인터벌도 좀 길어지고 어느순간 잠을 잘 수 있게 됐다.

 

그 와중에 미루는 한번 정도 깼는데...너무나 고마웠다.

9시쯤 잠 든 미루가 1시쯤 깨서 젖을 먹이고 아침 7시에 일어날 때까지 한번도 깨지 않았다. 고마웠다. 마이...

 

여튼 기적 같은 밤이었다.

근데 그렇게 아프면서 미루 생각이 자꾸 났다. 뇬석이 이렇게 아팠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마구 미안해지면서 안쓰럽고 눈물이 났다. 아마도 내가 미루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 지 알라는 더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라고 준 기회 같기도 하다. ㅋ..넘 거창한가? 그래도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구. 난 좀 미루는 단단한 녀석이라 잘 견뎌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거덩. 아파도 별 표시 안내고 지내다 스르르 낫기도 많이 했으니...물론 몸 컨디션 맞춰주려 노력은 하지만 많이 힘들거란 생각을 은연중에 안했던 것이다. 미안해. 미루. 더 잘 살펴볼께.

 

어쨌든 살았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어찌나 입이 땡기던지, 상구백이 죽 끊이는 동안 미루 때문에 사다놓은 바나나를 두개나 먹고 현미뻥과자를 마구 마구 먹고 그러다 넘 피곤해져서 잠이 들어버렸다.

 

이제 슬슬 몸을 더 쉬게 하고 원기회복해야지. 바닥을 쳤으니 말이다.

후....다행이야.

 

그리고 스페셜 탱큐~~

하루, 파란꼬리, 상구백, 미루...

덕분에 살았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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