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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손을 꼭 붙잡고 가는 세 아이를 보았어.

썩은 돼지님의 [의기양양] 에 관련된 글.

 

배트의 글을 읽다가 지난 5월에 홈페이지에 써 놓았던 글과 사진이 생각났다.

다리가 겨우 의자 끝에 닿았던 꼬마 아이.



 

 

 


 

 

 



동대문 쇼핑으로 기분을 달래러 가던 길이었어.
맨 뒷자리에 앉아 잠이나 좀 자려는데,
귀여운 꼬마 셋이 내 옆에 앉아있었지.

제일 큰 형, 막내를 돌보는 누나, 그리고 다리가 겨우 의자 끝에 와 있는 막내 꼬맹이.
자꾸 이 아이들을 쳐다보게 돼서 잠을 못 잤어.
어딜 가는 길이야?
내 옆에 앉았던 분홍색 잠바를 입은 여자 아이에게 물었지.
엄마 보러 가.
엄마 보러? 엄마 어디 계신데?
공장에.
그 때 시간은 8시가 넘어 어둑할 때라, 꼬맹이 셋이서 엄마 공장을 찾아서 버스 타고 간단 얘기에 좀 놀랐어.
엄마 공장은 어디야?
어딘 지 알아. 조금만 더 가면 돼.
아이는 너무 씩씩해 보였고, 자꾸만 미끄러지는 동생의 다리를 모아주느라 정신없어 보여서 더 이상 말을 걸지 못했는데,

맨 창가에 앉아 있던 큰 오빠는 책임감에 얼굴이 무거워져서,

괜히 말을 거는 나를 의심스런 눈초리로 쳐다봤어.
근데, 난 그 아이들이 너무 예쁘고, 또 대단해보여서 눈을 뗄 수가 없었지.
내릴 때도, 자기도 이 버스 속에선 작고 작은 꼬맹이인데도, 동생이 넘어질까 끊임없이 잡아주는 아이를 보니까, 내 어릴 때도 저랬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

동생 손 잡고 버스 타고, 처음으로 엄마 사무실에 찾아갔던 기억이 났어.


그 사람 많던 동대문에서 그 애들은 너무 작아 쉽게 사라져 버렸지만,

그 꼬맹이들이 나보다 더 어른인 거 같아 부럽기도 했어.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두고 싶었는데, 큰 오빠의 눈초리 때문에 몰래 겨우 한 장 찍었다. 막내 꼬맹이의 다리가 정말 귀여웠는데. 그 꼬맹이들의 뒷 모습에 괜시리 울컥거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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