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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4일은 세계결핵의 날이었다. 신문에서 그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새로 발생하는 결핵환자가 3만명을 넘어 OECD 회원국 가운데 여전히 1등이고, 작년에는 그 전년도에 비해 2.2%가 늘어난 3만1천503명의 환자가 새로 발생하여, 그동안 줄어들던 추세가 반전되었다고 한다. 인구 10만명당 결핵환자가 91명으로 일본 33명, 미국 5명, 영국 12명, 프랑스 14명 등 선진국들에 견주어 아주 높은 수준이며, 2003년에 결핵으로 죽은 사람은 3,331명(인구 10만명당 6,9명)으로 사망원인별로 11위를 차지해서, 호주 0.1명, 미국 0.3명, 독일 0.5명, 영국 0.6명, 프랑스 1.0명, 일본 1.8명 등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나이별로 보면 0-19세까지 7.4%, 20-39세 37.5%, 40-59% 26.3%, 60세 이상이 28.8%로 20-30대의 생산연령층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후진국형 패턴을 보여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기사를 읽으면서,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수십년 전으로 돌아간 듯했다. 80년대 초반에 농민들의 삶을 연극의 소재로 삼아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문제점과 약의 오남용 실태까지 들여다보게 되면서, 결핵이라는 질병의 심각성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것은 질병 자체의 문제는 아니었다. 결핵은 전염성이 높아 법정전염병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에이즈나 당뇨병, 알코올 중독 등으로 인하여 면역기능이 특별히 저하되지 않는 한 6-9개월의 지속적인 투약으로 거의 완치될 수 있는 질병이다.
정작 문제는 자신의 노동력에 의지해서 삶을 지탱하는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의 경우 결핵은 해고와 생업 중단을 뜻하므로, 6개월 이상 안정적으로 약을 복용하거나 적당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곧 발병 사실을 아예 감추거나, 단기간의 약물치료 후 증세가 완화되면 그냥 버티고 보는 환자들을 양산했고, 결국 내성결핵균에 의한 재발 등으로 죽음을 초래한다. 병을 몰라서도 아니요 약이 없어서도 아니라, 그들이 처한 사회적, 경제적 조건이 병을 키웠고, 사회가 그들을 죽도록 방치한 것이며, 그것은 지난 수십년 동안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비단 결핵에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노동현장에서 일년에 3천여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산재사망, 그리고 IMF 이후 급등한 경제적 문제나 사회적 소외로 말미암은 자살 또한 사회적 타살의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교육, 직업, 소득 등과 같은 사회경제적 위치에 따른 사망 불평등은 도처에 엄연하고 섬뜩한 현실로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최근 연구(강영호, 2004)에 따르면, 교육수준이 고졸 미만인 사람은 고졸 이상인 사람보다 사망할 위험이 1.90배 높고, 하류계층에서의 사망 위험은 다른 계급에 비하여 1.67배 높았으며, 상위소득군에 비하여 하위소득을 가진 사람들의 사망위험이 62%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혹여 모든 죽음은 평등하다고 믿은 동지가 있다면, 지금부터는 평등한 죽음을 쟁취하기 위해 싸우겠노라고 한번 다짐해 보지 않겠는가. 후후. <월간 네트워커, 이달치 원고>
사무실에서 밤늦게 퇴근하는 길에 동지들에게
-집에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장난스레 인사를 던진 적은 더러 있지만
오늘 아침 아내의 인사는 그 여운이 지금껏 남아 있다.
어젯밤에
몸 상태도 별로 좋지 않았지만
일요일에 사서 해감시켜둔 조개를 그냥 두면 죽어버릴 것 같아서
밤늦게 꺼내어 국도 끓이고,
지난 주에 해둔 멸치볶음도 어느새 다 먹어치웠길래
고추장양념으로 멸치를 볶아냈다.
그리고 아침이다.
혼자서 식은 밥을 데워서 조개국이랑 밑반찬이랑 해서 먹고
새로 쌀을 씻어 밥솥에 앉히고 나오려다 보니,
아내가 오늘 따라 일찍 일어나서 씻고 있길래
(다른 날에는 내가 출근할 때 모두들 자고 있다)
화장실 문을 빼곡 열고 뒷모습만 보면서 말을 건넸다.
=저기, 조개국 끓여놨고, 멸치볶음도 새로 했거든요..
-네에, 고맙습니다. (뒷모습 그대로, 볼멘 목소리...)
=챙겨 먹고 애들도 먹이고 하셔요. 다녀 올께요.
-네에, 안녕히 가세요!
그리고, 아내의 얼굴도 못보고 그냥 나왔다. 쩝.........
이번 주 남은 일정들을 챙기다가
스페어라는 말이 불현듯 떠올라서
국어사전에 이런 것도 있나 싶어서 찾아봤더니, 있다.
스페어(spare) - 언제든지 바꿀 수 있도록 갖추어 두는 것.
사무처장이라는 자리가
바깥일보다는 안살림을 우선 챙기는 것이라서
회의며 결재며 하루종일 정신없기는 해도
위원장하던 시절처럼 맨날 길 위에서 보내지는 않는데(출퇴근 빼고),
올해의 주요 사업계획 간담회에다가
4월 총파업 투쟁 조직과 관련하여 단위노조 교육이 연달아 이어지니까,
위원장을 비롯해서 실무자들까지 모두가 정신이 없고,
수석부위원장은 이미 지난 주에 몸살로 크게 한번 드러누웠다.
이런저런 일정이 겹치다 보면
피치 못하게 겹치는 일이 생기고,
그럴 때 나는 영락없이 스페어의 역할을 떠맡게 된다.
위원장이 지방 출장 중일 때 민주노총 회의에 대신 가고,
임원들의 일정이 겹치면 교육이나 간담회에 대신 가게 되는 것이지.
그래서 주초에 맡은 내 책임보다는 훨씬 많은 일정들이 내 것이 된다.
다른 임원들이라고 뭐가 다르겠냐만...
오늘은 대타로 맡은 간담회 일정이 있었는데,
갑자기 끼어든 민주노총 사무처장단 회의 때문에 다시 대타를 만들고 있고,
내일 아침 10시, 발전노조 삼랑진양수지부 조합원 교육,
다시 서울로 달려와서 오후 4시부터 민주노총 중앙위원회,
끝나면 바로 무주리조트에서 과기노조 전임자 수련회.
모레는 진보넷 총회가 있어서 동지들하고 술 한잔 하려고 했더니,
발전노조 서천화력지부 조합원교육을 맡은 부위원장이 안된다고 해서
내가 가기로 했고, 가는 김에 충남의 여러 지역을 두루 돌면서
충남공공환경노조 각 지부들 교육까지 떠맡았다.
하루에 전국을 쏘다녀도 이미 익숙해진 몸이지만
내 몫의 일은 그 일대로 차곡차곡 쌓여가는데
잠은 이미 줄일만큼 줄였고,
이제 남은 것은 술마시는 시간들인가....ㅋㅋ
아니아니, 네오, 간장, 몰롯, 이런 동지들과 번개도 한번 때리고,
한번도 다함께 술자리를 갖지 못한 우리 임원들 술도 마시게 해야 하고,
엊그제 설득에 실패한 우리 한모 동지 못 떠나게 술로 중독시켜야 하고...
ㅎㅎㅎ..회의 끝나고 잠깐 짬이 나서 그냥 횡설수설해본 것임.
진작부터 떠나겠다고 한
또다른 동지가 있어서
밥이나 먹자고 했다.
밥이나 먹는다는 것이
소주 6병을 마시고 말았다.
주인 아줌마 말씀하시기를
이렇게 술 많이 마시는 사람들 첨 본다,
그(우리) 사무실 사람들 열명이 와도
겨우 소주 2병 마신다고 했다.
사무실에 와서
남은 일들을 해치우고 나니
하모모, 박모모, 이런 존경스런 선배들이 그립다.
전화를 건다.
하모모님께 전화를 걸고
내 수첩에 미처 전화번호를 남기지 않은
박모모님께도 전화를 건다.
다들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다.
다들 할말없기는 매한가지다.
오로지
한결같이 열심히 사는 것으로
스스로의 삶을 증거할지니.
술
더 마시기로 했다.
오늘 나로 하여금 술마시게 한 동지와 더불어
서울 밤하늘이 빨개질 때까지
그래서 새벽하늘이 눈부실 때까지
이런 것이다
산다는 것은
때론 말이다.
“노동운동이 뭐예요. 대부분의 일은 ‘사람과의 사업’ 이잖아요. 다른 사람에 대한 온당한 이해가 되려면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먼저 필요해요.”
“부문운동으로서 노동운동이 헤게모니를 갖기 위해서는 고결한 도덕성이 필요하고, 그것은 배타적이지 않은 ‘연대성’ 속에서 나온다.”
“대기업 노조중심의 노동운동이 특별히 고려해야 할 것이 바로 연대이며, 하방연대이다. 노동운동에 대한 포위가 더욱 강화되고, 심지어 경제위기를 빌미로 노동진영의 민중적 연대성을 봉쇄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대는 현 단계 실천과제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계파를 만들어 힘을 실으려 하거나, 보다 권력있는 직책을 맡고 그 자리를 지키려하는 상방 추종의 작풍이 청산되지 않는 한 변혁운동은 권력 연습의 아류를 벗어나기 어렵다. 그것은 근본에 있어서 보수적 퇴행이다. 조직내부의 연대와 동지적 애정은 당연히 하방연대로 나타나야 한다.”
“연대는 연대 그 자체가 궁극의 목표이다. 모든 사업은 ‘사람과의 사업’이며 그것이 곧 인생이다. 돌이킬 수 없는 인간적 상처를 주면서까지 해야 할 가치가 세상에는 없다. 지극히 작고 가까운 것으로부터 절망에 빠지기도 하고 반대로 가장 작고 가까운 곳에서 희망을 발견하기도 한다.”
-신영복 교수의 강연 중 말씀들이라고, 매일노동뉴스 인터넷판에서 봤다. 조합원도 아닌 놈들에게 맞아서 억울하고 분하다고 하는 동지들에게, 오늘 집회에 갔더니 민주노총 임원이라고 소개도 하지 않더라고 허탈해하는 동지들에게, 불법적이고 탈법적으로 대의원대회를 방해한 집단들과 타협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동지들에게, 더 이상 그들을 동지로 부르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간부 동지들에게, 명색이 연맹 위원장으로서 단상을 점거한 사람들을 보면서 무력감만 느꼈다는 동지들에게, 지금은 비상사태이니까 중집위고 중앙위고 없이 위원장이 전권을 갖고 마음대로 하라고 주문하는 간부 동지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밤늦게 노니다가 내 말 대신에 이런 것들이 더 낫겠다 싶어서 여기에 옮긴다.
-어제 대의원대회 현장에서 무력감만 느꼈다고 말하는 중앙의 간부들에게, 나는 어제 이전에, 누구나 뻔히 예측할 수 있었던 어제 사태를 앞두고도 그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노심초사 발을 동동 구르며 뛰어다닌 간부들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 더 무력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놓고 '니가 물을 넘치게 줬잖아', '그릇이 원래 새는 것이야', '아니 니가 내 팔을 잡았잖아', '누가 내 다리 걸었어?'하는 식의 꼴불견들을 오늘도 목도하고 왔더니, 신영복 선생의 새삼스런 말씀이 무척 아프게 나를 친다.
신문이며 방송이며 인터넷언론까지 오늘은 민주노총 대대 소식이 톱을 차지했다. 실로 참담하고 암담하다. 이제 어쩌나?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하나?
나는 우선, 누구나 예견되었던 일을 질서유지대의 완장과 대의원석과 참관인석의 분리쯤으로 해결하려 한 민주노총 집행부가 오늘 사태에 대해서 반성과 자기 성찰부터 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역시 그것은 허망한 기대였다.
집행부는 대의원대회를 평화롭게 치르기로 합의한 2월 19일 중집위의 결정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며 중집위원들을 탓하더니 급기야 믿어지지 않는 제목과 내용을 담은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제목이 턱 하니 "민주노총은 물리력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이다. 제목부터 내용까지 "우리(민주노총)의 한 부분"일 수밖에 없는 동지(단체)들에 대한 적대감과 응징에의 의지가 충천하고 있다.
2월 15일에 있었던 제2차 중앙위원회에서 이른바 "이수봉 문건"을 접하고서 받은 충격 이상의 경악을 다스릴 수가 없다. '이수봉 문건'은 그래도 개인 이수봉이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쏟아지는 비난을 애써 외면했다면, 오늘의 성명서는 임원회의까지 거친 민주노총의 공식 문건이다.
그 성명서에, 현 사태에 대해 집행부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는 말 한마디 없고, 사태 수습을 위해서 어떻게 애쓰겠다는 약속 하나 없이, 그동안의 집행부의 노력을 과장하고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의원대회가 무산된 것은 일부 단체의 점거와 폭력 탓이라고, 오로지 남(동지)들만 탓하고 있다.
말로는 위기다 위기다 하면서도 민주노총 집행부는 참으로 안이한 인식에 빠져있다. 집행부가 이렇게 아집과 독선에 빠져서는 그 어떤 강력한 수단을 쓰더라도 대의원대회의 파행과 민주노조운동의 파국을 막을 수는 없다. 그 누구도 단상을 점거하거나 폭력을 행사할 생각을 할 수 없도록, 설령 그런 시도를 하더라도 대중의 동의나 호응을 받을 수 없도록, 모두에게 설득력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집행부의 임무이자 최우선으로 할 일이지, 이렇게 계엄포고령 같은 성명서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이 판국에, '강력한 지도집행력을 구축하기 위해 대대 상정키로 했던 재신임건을 자진 철회한다'고? 허 참, 2월 1일 대의원대회에서 뜬금없이 사퇴 선언을 한 것 자체가 스스로를 외통수로 몰아간 악수였는데, 그동안의 중집위와 중앙위에서 잇따라 업무 복귀를 촉구했고, 3월 2일 우리 연맹 정기대의원대회를 거쳐서 3월 5일 여성노동자대회에서 다시금 공식적인 활동을 재개한 상황에서, 오늘과 같은 사태에 즈음해서는 위원장이 전국의 노동자들에게 깊이 머리 숙이며 사죄를 해도 모자랄 판인데, 다시금 뜬금없이 재신임건을 자진 철회한다고? 이수호 위원장 본인이 직접 판단하고 결정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이미 복귀한 것을 기정사실로 하고 재신임건은 은근슬쩍 넘기는 게 차라리 낫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오늘 저녁까지, 나는 그것도 모르고 철없이, 오늘 사태에 책임지고 정말로 위원장직을 물러나겠다고 하면 또 어떡하나, 그 혼란은 또 어떻게 수습하나, 이런 걱정을 했었다)
나 역시 민주노총에 속한 노동조합의 간부로서 공동의 책임을 피할 길이 없지만, 집행부의 행태가 악수에 악수를 거듭하고 있는 데야 아연실색해서 몇 마디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개인블로그에 넋두리하는 것이라 깔끔하게 정리되지도 않았으니, 혹여 누군가 지난 번처럼 민주노총 자유게시판에 퍼 날라서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쩝-
아, 이석행 총장은 비정규직개악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어쩌나 해서 잠이 안온다는데, 그래서 사회적 교섭안을 통과시켜서 그 법안을 장외로 끌어내서 준비된 투쟁과 결합시켜 막으려고 하는 충정을 왜 몰라 주느냐고 강변했는데, 나는 정말 내가 현직의 노동조합 간부라는 것이 부끄러워서, 노조 간부로서 좀 더 용기있게 말하고 똑바르게 행동하지 못해서, 잠을 못자겠다. 씨-
성명서
민주노총은 물리력에 의해 좌우되지않는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또다시 단상점거소동에 의해 개최도 못하고 무산되었다.
위원장 재신임 건, 사회적 교섭방침, 4월 총파업 등 중요한 결정사항을 앞두고 일부단체의 점거에 의해 폭력으로 무산된 것은 대단히 심각한 사태이다.
비정규 개악안이 강행처리 될 긴박한 시점에 민주노총의 지도집행력을 마비시키고 아예 대의원대회자체를 봉쇄하는 행위는 어떠한 명분도 어떠한 합리적 근거도 없다.
그동안 민주노총은 내부의 이견을 해소하기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대의원대회의 개최시기를 연기하면서까지 많은 토론이 있었고 의견의 수렴과정이 있었다. 그 결과 사회적 교섭방침과 총파업방침을 수정하여 이번 대대에 상정키로 되어있었다.
지도부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회자체를 물리력으로 원천봉쇄하는 행위에 대해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위원장은 강력한 지도집행력을 구축하기위해 대대 상정키로 했던 재신임건을 자진 철회한다. 아울러 4월 총파업과 사회적 교섭방침 건 등 상정안건을 처리하기위한 중앙집행위를 조속히 개최하여 대대일정을 포함한 모든 사업을 정상 가동할 것이다.
그동안 민주노총은 참고 인내하면서 반대의견들을 설득하고 포용하여왔으나 이렇게 대의원대회자체를 무산시키는 상황에 접하면서 더 이상 이해만 해주기는 지금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민주노총은 자신의 의견을 힘으로 강제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시 물리력으로 관철시키겠다는 태도에 대하여 더 이상 좌시하지않고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한다.
2005. 3.15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답답하고 화도 치밀고 서글프기까지 한 하루였다.
안개가 자욱한 거리를 달려 집으로 오는데, 민주노총이 저 안개 속에 갇혀서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오자마자 여기저기 들어가서 오늘 사태에 대한 소식과 평가들을 읽는다.
특히 "민주노총은 물리력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는 제목을 내건 성명서를 읽고는 아연했다. 그것에 대해서는 따로 얘기하기로 하고...
참세상 속보에서 이른바 "이성우안"이라고 하는 제3의 대안에 대해서 일침을 가한 어느 단체의 성명서를 읽고 해당 부분을 여기에 인용한다.
<<자본가들은 기아비리 사태에서 나타나듯 물질적 매수로 노동운동 내부에 자본의 영향력을 발휘하여 관료주의자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오늘 대의원대회의 투쟁은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노동자들을 팔아먹는 개량주의 관료들을 척결하는 투쟁이다. 또한 노동자의 생존권을 사수하는 투쟁이다.
노사정교섭을 둘러싸고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안건을 처리하지 말고 중층적․ 총체적 교섭구조를 그대로 추진하자”는 ‘제3의 대안’은 이수호 집행부 직권으로 노사정위에 복귀하겠다는 초반동적 입장이다. 또한 금속산업연맹 선거에서 사회적 노동운동세력들이 제안한 “빈부격차 해소와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전사회적 연대투쟁을 먼저 배치하고 이번 대의원대회에서는 안건 처리를 유보하자”는 주장은 총파업을 회피하는 기회주의적 주장에 불과하다.>>(노동자정치협회 특별호, 3/15)
'제3의 대안'은 이수호 집행부 직권으로 노사정위에 복귀하겠다는 초반동적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오라,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얼핏 들긴 한다. 하지만, 내 제안의 핵심은 상황을 파국으로 몰아가는 사회적 교섭안은 폐기하고 비정규개악법안 저지와 비정규보호입법 쟁취를 위한 총파업 투쟁을 힘있게 결의하고 확실하게 실천하자는 것이었지, 이수호 집행부 마음대로 다하도록 놓아주자는 것은 분명히 아니었다.
어쨋거나, 집행부는 해야 할 결단은 하지 않고 입장이 다른 동지들을 적으로 몰아세우기에만 급급하고(질서유지대란 이름으로 집행부가 준비한 폭력은 구사대 이상이었다), 집행부에 비판적 입장을 가진 동지들은 집행부의 결단만 촉구하면서 스스로 결단해야 할 것들은 찾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에서, 쏟아지는 비난을 무릅쓰고라도 여기저기서 현 사태를 뛰어넘을 수 있는 안들을 풍성하게 생산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순진한 바램인가. 오죽하면 격렬한 토론의 장도 아닌 나긋나긋한 좌담회 자리에서 소박하게 제안했던 것이 제3의 대안으로까지 부상했을까. 쯧쯧.
주눅들지 말고 과감하게 행동하고
투쟁하자!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는 투쟁의 한 가운데에서 때로는 노동운동의 원칙과 투쟁의 전술적인 방향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길을 잃을 수 있다. 그럴 때 우리의 반대편에 있는 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봄으로써 우리의 원칙의 올바름을 확인하고 가장 올바른 투쟁전술을 잡아나갈 수 있다.
전노투는 지난 2월 1일의 대의원대회에서의 결사투쟁 이후에 자본과 정권 그리고 그들의 나팔수인 자본가 언론, 노동운동 내부의 기회주의자들로부터 온갖 저주와 비난을 들어야 했다. 동지들! 우리는 가장 옳은 길을 찾은 것이다.
전노투는 사실 자신이 가진 실력보다 수십 배 이상 부풀려져서 모든 악행의 근원으로 악선동을 당하고 있다. 그것은 좋든 싫든, 감당할 수 있는 없든 전노투는 현재 사회적 합의주의에 반대하는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98년 노사정위원회에서의 정리해고, 파견제 직권조인 이후에 직간접적인 정리해고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동지들의 투쟁의지와 분노를 모아내는 구심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남한의 노동운동 진영은 전노투를 구심으로 해서 사회적 합의주의에 반대하는 세력과 찬성하는 세력으로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다.
모든 정치세력들은 사회적 교섭(노사정위원회)에 맞서 자신의 입장을 제출하고 있다. 지금은 자신들이 제출한 입장을 내걸고 과감한 행동을 하는 시기다. 행동의 시기에 주저하거나 우회로를 찾는 것은 투쟁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는 기회주의자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모든 정치세력들은 자신이 주장하고 행동한 만큼 분명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는 2월 22일로 예정됐던 대의원대회가 3월로 유예됐을 때 “긴장감을 늦추지 말고 더욱 더 몰아치자!”고 주장했다. 대의원대회의 유예 이후인 2월 23일 정권은 파견법 개악을 밀어붙이려고 시도하다가 또 다시 4월 입법화로 일정을 연기했다. 민주노동당은 파견법 개악안의 “2월 임시국회 처리는 반대한다. 4월 심의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자본가 정당과 합의를 하였다. 민주노총은 아직 노사정위원회에 들어가지 않았으나 민주노동당은 이미 자본가 정당과 이러한 합의를 함으로써 사회적 합의주의를 당적 차원에서 가동하고 있다.
우리는 일찌감치 사회적 합의주의가 노사정위원회에 국한하지 않고 지역․업종별 노사정협의회, 관료주의적 산별중앙교섭 등 중층적, 총체적 교섭구조의 형태로 다양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합의주의는 총연맹 중앙 차원에서만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단사 차원의 노사협조주의를 바탕으로 형성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의 사회적 교섭 안건 상정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노동운동 진영 일각에서는 대의원대회에서의 사회적 교섭 반대투쟁과 현장에서의 총파업 투쟁 조직화를 대립적으로 사고하고 있다. 또한 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교섭 건이 통과되더라도 사회적 합의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4월 총파업 전선으로 사회적 교섭에 파열구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조금의 정세인식이 있다면 그 누구도 대의원대회에서의 사회적 교섭반대만으로 총파업 전선이 구축된다거나 사회적 합의주의에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한 주장은 사물의 긴밀한 연관성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는 정치적 빈곤함에서 비롯된다. 노사정위원회 그 자체는 사회적 합의주의의 모든 것이 아니지만 사회적 합의주의의 압축판이다. 노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각 단사, 지역․업종, 연맹 별로 교섭주의와 협조주의가 구축된다. 따라서 노사정위원회에 파열구를 내는 것은 노사정협조주의의 심장을 공격하는 것이다. 오늘의 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교섭 건이 통과된다면 4월의 총파업은 더욱 더 어려워지고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노사정협조주의는 강화된다.
“1990년 이래 외형적으로만 본다면, 노사정위원회는 민주노총의 탈퇴로 매우 불완전하게 운영되어 왔고 노사정 타협구도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2005년 민주노총의 노사정위원회 참여 여부가 2005년만이 아니라 참여정부 아래 노사정위원회라는 노사정협의틀 자체의 존재 의미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 이 결정은 노동조합이 향후 예상되는 전임자, 복수노조 문제를 포함한 노사관계로드맵 등 법제도 개선문제와 비정규직, 일자리 창출, 노동시장의 양극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정부, 사용자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를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다”(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2005년 노사관계 전망과 과제」)
노사정위원회는 이러한 현장 내에 깊숙이 침투해 왔던 사회적 합의주의를 제도적으로 완성하고 정부, 사용자와 협조주의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전략적 선택인 것이다. 이러한 전략적 목표 하에 노사정위원회는 노동운동 내의 개량주의자들을 끌어들여 실업문제 해결을 이유로 정리해고를 자유롭게 하고, 비정규직을 확대시키려 하는 기구인 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대화와 타협의 문화는 정치만이 아니라 시민사회에도 적용되어야 합니다.”라면서 민주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타협없는 투쟁은 정통성 없는 권력이 민주주의를 짓밟고 있을 때, 이에 맞서 싸울때에만 정당한 것”이라고 하고 있다. 한때 노무현의 품으로 기어들어갔던 박태주는 “폭력은 결코 민주주의와 양립하지 않는다”면서 민주노총 관료주의자들의 편을 들고 있다. 자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데올로그들은 “이번 대의원대회는 반드시 민주적 절차가 지켜져 노동운동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하고 있다.
그 동안 민주노총의 투쟁에 대해 ‘폭력세력’이라고 매도해왔던 자본가들은 이제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 사회적 교섭을 추진하려는 민주노총 내 개량주의자들을 옹호하고 있다. 여기에 발맞춰 민주노총 관료주의자들도 ‘민주적 절차’, ‘평화적 대의원대회 성사’를 외치고 있다.
정권과 자본은 지난 해 노동자들의 투쟁을 평가하면서 “노사정 사이의 타협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노사파트너쉽, 노사상생이라는 허울 아래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죽어 나자빠지고 있다. 지난 해 고임금론과 노동귀족으로 온갖 악선동을 당했던 LG칼텍스정유 노동자들은 콘테이너 감금, 언론 인터뷰를 근거로 한 부당해고, 사내 게시판 공개 반성문 발표, 노동조합 탈퇴서 강요, 투쟁조끼․머리띠 반납, 투쟁조끼 절단식 등 인간으로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탄압과 모욕을 당하고 있다. 1996년 1,632건, 1997년 1,928건, 1998년 3,670건이던 부당해고 구제 신청건수는 2004년 10월 현재 5,205건으로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자본가 연구소조차도 “지난 해 상용근로자의 임금증가율이 5.4%로 전년 9.2%의 절반에 못 미치고 실질임금이 전년 5.5%의 4분의 1로 줄어들면서 소비회복에 걸림돌로 되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권은 노사정위원회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협약을 맺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수호 집행부도 ‘일자리 문제를 다룰 사회적 대화’를 위해 사회적 교섭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해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안)’이 나왔지만 오히려 일자리 창출을 근거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거 늘어나고 있다. 지난 해 정규직 일자리는 35만2천개가 감소했으나 비정규직은 2004년 8월 기준으로 78만8천명이 늘어났다. 실업자는 77만7000명에서 81만3000명으로 4.6% 늘어나고 준실업자 규모는 348만5000명으로 전년보다 6.1%늘어나면서 통계산출이 가능한 2000년 이후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2005년 1월 36시간미만 취업자는 322천명으로 12.0% 증가한 반면,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285천명으로 -1.5%로 오히려 감소하였다. 자본과 정권은 심지어 손발을 맞춰 “엉터리 근골격계 환자가 많다”면서 산재보험법을 개악하려고 하고 있다. 노동부는 현대자동차, 하이닉스 등 자본가들에 대한 불법파견 판정을 내려놓고 노동자들의 투쟁이 쏟아져 나오자 “현재 추진 중인 파견법 개정(안)을 조속 통과시켜 현행법상의 미비점을 근원적으로 개선”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이것이 노동부에서 지난 1월 27일에 제시한 불법파견 조치계획이다.
사회적 합의주의는 임금삭감과 비정규직 확대, 정리해고 증가 등 노동자 생존권의 압살을 가져왔고 파업파괴, 노조말살을 가져왔다. 그러나 이 사회적 합의의 대가는 오히려 실업자와 준실업자의 증대로 나타났다.
이것이 바로 자본과 정권 그리고 여기에 담합하는 노동운동 내 개량주의자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민주주의의 실체다. 자본가들만을 위한 기만적인 민주주의는 노동자에게는 폭력적인 억압과 수탈로 나타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포함한 남한 노동자계급 전체가 당하는 고통, 그것의 결과로 나타나는 분신,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은 바로 민주주의 공화국 하에서 발생하고 있다.
자본가들은 기아비리 사태에서 나타나듯 물질적 매수로 노동운동 내부에 자본의 영향력을 발휘하여 관료주의자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오늘 대의원대회의 투쟁은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노동자들을 팔아먹는 개량주의 관료들을 척결하는 투쟁이다. 또한 노동자의 생존권을 사수하는 투쟁이다.
노사정교섭을 둘러싸고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안건을 처리하지 말고 중층적․ 총체적 교섭구조를 그대로 추진하자”는 ‘제3의 대안’은 이수호 집행부 직권으로 노사정위에 복귀하겠다는 초반동적 입장이다. 또한 금속산업연맹 선거에서 사회적 노동운동세력들이 제안한 “빈부격차 해소와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전사회적 연대투쟁을 먼저 배치하고 이번 대의원대회에서는 안건 처리를 유보하자”는 주장은 총파업을 회피하는 기회주의적 주장에 불과하다.
동지들!
민주노총의 민주주의는 때로는 역설적으로 절차와 형식을 어겨가면서 투쟁했을 때 지켜져 왔다. 오늘이 바로 그 때다. 자본과 정권의 공격과 노동운동 내부 기회주의자들의 기만, 회유에 위축되거나 혹하지 말고 과감하게 행동하고 투쟁하자!
2005년 3월 15일
전국노동자정치협회
또다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무산되었다. 아니, 이번에는 대회가 아예 열리지조차 못했다. 미리 예고되었던 상황이었던 만큼 민주노총 집행부나 각 연맹이나 지역의 간부들이 충심으로 온 몸을 던져 노력했더라면 최악은 피할 수 있었을텐데, 집행부는 여전히 네탓이오만 연발하면서 회의장을 점거한 동지들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으니 큰일이다.
일주일쯤 후에 대의원대회를 다시 열겠다고 하지만, 집행부가 사회적 교섭안을 고수하는 한 일주일 아니라 한달이 지나도 오늘 상황은 재현될 수밖에 없다. 집행부가 힘으로 밀어부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언제나 깨달을 것인가. (근데, 오늘 현장에서 있었던 중집위에서는 분명히 날짜를 정하지 않고 대대를 일단 연기하기로 결정했는데, 왜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은 구태여 1주일 이내에 소집하겠다고 발표했을까, 회의를 시작하면서 1주일 순연시키겠다고 하더니 그 생각이 지워지지 않은 탓은 아니었을까, 그런 식으로 사회적 교섭안을 강행처리해야 된다는 생각이 민주노총 집행부의 뇌리에 완강하게 또아리를 틀고 있어서 다른 대안은 들어설 공간조차 없는 것일까, 쩝, 이렇게 썰렁한 상상을...-,.-)
4월 총파업 투쟁 조직이 큰일이라며 맥이 풀려 돌아온 위원장에게, 집행부가 남 탓하고 있다고 우리도 그러지 말고, 빨리 책임있는 간부들 불러모아 대책을 내보라고 했더니 한숨만 내쉰다. 하긴 위원장한테만 미룰 일도 아니다. 어제나 오늘이나 30분이라도 차분하게 앉아 글쓰고 있을 시간이 주어지지 않으니, 이쯤에서 글쓰기는 일단 멈추고 생각을 집중해서 현 사태의 해법이나 궁리해야겠다. 좀 정리되면 다시 쓸란다.(2005.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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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어제 오후에 잠깐 짬이 나서 쓰다가 다시 회의에 불려들어가면서 저장해두었던 것이다. 미완의 글이지만 그냥 여기에 남겨둔다)
다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주에는 각 조직과 단체마다 간담회, 토론회, 좌담회, 결의대회 등등 다양한 형식의 논의의 장이 벌어졌고, 여기저기 팽팽한 긴장감이 넘쳤다. 우리 연맹만 하더라도 그렇다. 사회적 교섭과 관련한 논의는 긴장감이 도를 지나쳐서 아차 하는 순간에 서로에 대한 짜증과 고성으로 폭발한다. 모두가 이대로 가면 파국이라는 데는 인식을 같이 하면서도 해법은 판이하다.
<노동과 세계> 좌담회에 가서 현 사태를 해결하는 방안을 가볍게 제안했었다.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교섭안은 상정하지 말고, 민주노총의 공식 의결기구에서 최종적으로 통과되었던, 2004년 사업계획의 교섭방침-기업별 교섭을 넘어 산별교섭, 대정부교섭, 사회적 교섭 등 중층적, 총체적 교섭구조를 마련한다-에 근거해서 집행부가 일정한 한도 안에서 사회적 교섭에 관한 대정부협상을 추진하는 내용으로 대의원들이 동의를 구하자는 것이었다.
좌담회에서의 제안 정도로 끝났는데, 뾰족한 대책없이 정면충돌할 상황이 되었으니 주말에 여기저기서 이른바 "이성우안"을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제안은 해놓았지만 지금 분위기에서 집행부든 아니든 그것에 쉽게 동의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든 파국을 피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자는 심정은 여전하다. 이대로 가면, 내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 확실하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누가 결단을 내려야 하는가. 일단은 집행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사회적 교섭안을 상정하지 않는 결단이 그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집행부 스스로 그런 결단을 내리고자 고민하는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집행부 안에도 강온의 다양한 견해들이 있어서 서로 운신의 폭을 제약하고 있는 듯하다. 자승자박의 상황인 셈이다.
그렇다면 집행부가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설득하거나 그것을 강제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한데, 워낙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할 만한 조정력이나 지도력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 누군가 나서서 중재라도 할라치면 독박 쓸일 있냐고 도리어 타박하는 분위기까지 있으니, 모두가 언행에 조심스럽다.
민주노총 중집위를 열어야 한다고 여기저기 떠들어댔는데, 조금 전에 확인한 바로는 오늘 중으로는 어려운 듯하다. 오전에 있었던 총연맹 상집에서는 중집위를 소집하는 분위기에서 위원장에게 위임을 했는데, 중집위를 구성하고 있는 각 산별연맹 대표자들이나 지역본부장들이 시간이 없다거나 중집위를 소집하면 뭐하느냐 하는 식의 소극적인 반응을 보여서 열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뻔히 내일 일어날 일을 예측하면서 책임있는 논의의 자리조차 갖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괜시리 위원장에게 따졌다.
회의가 또 이어진다. 에라 모르겠다. 밤에 시간나면 계속 쓰자. (2005. 3. 14)
밤에 시간나면 쓰자고 해 놓고서, 1차, 2차, 3차, 4차... 취하도록 마셨다.
ㅇ. 일시: 2005년 3월 9일 수요일 오후 3시
ㅇ. 장소: 민주노총 2층 상황실
ㅇ. 참석: 박순희 민주노총 지도위원
이성우 공공연맹 사무처장
이상학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
ㅇ. 사회: 차남호 편집국장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했는데 그렇다고 속시원히 다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어느 정도 서로의 입장을 배려하고 3월 15일로 예정된 대의원대회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들은 서로 공유한 셈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제3의 대안도, 절충의 가능성도 잘 보이지 않고
답답하고 화나는 상황이다.
정리한 내용을 메일로 받았는데, 내 말뜻이 조금은 다르게 정리된 내용도
있지만, 그것도 기록자의 문제라기보다는 내가 말을 정확히 하지 못한 탓이
아닐까 싶어서, 특별히 걱정되는 표현 한두군데만 손보고 그대로 인정했다.
<노동과 세계>에 실릴텐데, 여기다가 미리 올리면 혼날려나....?^^;;
참...
당초 주어졌던 주요의제는 다음과 같다.
1. '사회적 교섭'에 대한 역사적, 종합적 판단
2. '참여:불참'의 대립구도를 벗어나 '제3의 대안'은 없나?
3. '사회적 교섭안' 처리과정 전반에 대한 판단(평가)
4. 3월 15일 임대는 어떻게 진행돼야 하나? 거기에 임하는 대의원의 태도는?
5. (상대방이 아닌) 의견을 같이하는 분들(조합원, 대의원)에게 당부의 말씀
<좌담> 사회적 교섭과 민주노총의 진로
“2004년 결정 따라 처리하고, ‘충돌’은 피하자”
대체로 의견접근…갈등해소 돌파구 될까
◇일시 : 2005년 3월9일(수) 오후3시
◇장소 : 민주노총 2층 상황실
◇참석 : 박순희 민주노총 지도위원
이성우 공공연맹 사무처장
이상학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
◇사회 : 차남호 편집국장
사회> <노동과 세계>는 그 동안 사회적 교섭과 이를 둘러싼 조직내 논란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힘써 왔다. 오늘은 3월15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이견의 주요 당사자들을 모시고 그 동안의 논의를 총정리하는 한편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우선 사회적 교섭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들어보겠다.
이상학> 우선 용어 문제인데, 사회적 교섭이란 ILO 등에서 쓰는 ‘사회적 대화’라는 넓은 의미라고 보면 될 것이다. 일부에서 말하는 ‘사회적 합의주의’(코포라티즘)도 사회적 대화의 하나지만 민주노총이 제시한 사회적 교섭을 곧바로 사회적 합의주의라고 규정하는 건 무리가 있다. 노사정을 비롯한 사회․경제주체들이 주로 사회적 의제를 놓고 논의하는 장을 만들고, 교섭의 장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합의가 가능할 수도, 쟁점화로 끝날 수도 있는 열린 공간이다.
유럽 사례를 들어 사회적 합의주의가 가능하려면 높은 노조조직율, 노사단체의 중앙집중화, 강력한 진보정당․친노동정부 등의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런데 이는 70년대의 ‘구 코포라티즘’의 경우에 해당한다. 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라는 조건에서는 이것이 작동하지 않음이 입증됐다. 과거엔 계급타협적 방식이었다면 최근의 유럽을 보면 지난해 엄청난 파업이 일어난 네덜란드에서 보여지듯 다른 양태로 전개된다는 것이다. (사회적 대화의) 경험이 없는 아일랜드 같은 곳에서는 노사정 주체들의 필요에 따라 이뤄지기도 한다.
참여-불참은 여전히 '팽팽'
이성우> 이름을 사회적 교섭이라 하든 노사정협의체라 하든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 노동계는 과거 노사정위를 통해 한번도 무언가를 이뤄낸 경험이 없다. 얼마전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이 “노사정위 합의사항 중 이행되지 않은 건 실업자 초기업단위노조 가입밖에 없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주목했던 ‘단협실효성 보장’의 경우 사용자 처벌조항을 다 빼서 현장은 말도 못하게 당했다. 공무원노조도 민주노총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대화와 투쟁의 산물이었는데 결국 제한적인 단결․교섭권만 법제화하는데 그쳤다. 이밖에도 더 있는데 굳이 유럽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노사정 대화에서 쓰라린 경험을 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상학> 한국의 노동정책은 ‘노동배제’가 기본이고 지금도 방법이 바뀌었을 뿐 마찬가지다. 군사정권 때는 물리적으로 배제했는데 지금은 대화로 포장해서 배제하고 있다. 또 하나 교섭의 성과는 어차피 힘으로 지켜지는 것이다. 단체교섭에 합의하더라도 언제 휴직조각이 될지 모르니 ‘휴전협정’이라 할 만하고, 전투는 계속되는 것이다. 법의 보호도 마찬가지다. 노조는 노동계급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활동을 펼쳐야 하는데, 여기서 교섭과 투쟁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사회적 교섭과 관련해 우리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결국 투쟁과 조직력인데, 이것과 교섭을 잘 배치해서 궁극적 목적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성우> 사회적 교섭을 잘 배치해서 활용할 측면이 있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어떻게 배치할 것이냐’ 이전에 ‘왜 필요한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사실 사회적 교섭의 필요성은 자본의 위기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IMF 경제위기 이후 재벌 계열사 일부를 포함해 우량기업은 초국적자본에 먹혔다. 과실을 초국적자본에게 빼앗기고 그 몫을 안에서 찾다보니 비정규직 양산, 경기위축, 빈부격차 심화 등을 초래했다. 여기에다 법과 제도의 도움을 받아 자본의 이익을 공고히 할 것이냐 하는 측면에서 사회적 교섭은 우리보다는 자본쪽에 더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교섭은 하면 할수록 노동자들이 계속 양보하고 빼앗길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본다.
이상학> 사회적 교섭을 놓고 ‘참여냐 불참이냐’로 논의되는 건 안타깝다. 사회적 교섭 ‘전술’의 유용성과 우려되는 점, 고려사항에 대해 논의해야 할 텐데 참여파-반대파로 나뉘어서 본질적 문제를 놓치는 것 같다. 그 본질이란 어떻게 하면 노동운동이 노동자의 이익과 전체사회를 위해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쪽은 참여하는 게 유용한 전술이라고 보는 반면 한쪽은 참여하면 안 된다고 보고 있다. 참여와 불참 모두 장단점이 있는데 그런 논의가 없었던 점은 아쉽다.
이 처장의 주장과 관련해 한국자본주의 질서 속에서 정권과 자본의 처지는 다르다. 개별자본으로서는 이익을 최대화하면 되고, 또한 그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정권으로서는 권력을 유지하고 재창출하는 과제가 있다. 그러려면 경제가 잘 돌아가고 불만이 해소돼야 한다. 시장경제에서 나타나는 부작용 등은 곧바로 정치적 부담이 된다. 이렇게 봤을 때 자본은 사회적 대화를 원치 않는 반면 정권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감안해 필요로 한다.
한편 1998년 이후 우리 경제구조는 외국자본에 크게 잠식당하는 등 급격히 바뀌었다. 세계화 추세 속에 자본도 어려워졌고, 정부 또한 운신의 폭이 줄었다. 설령 우리가 집권하더라도 (자본에 대한)근본적 규제는 어렵다. 이런 환경변화를 고려해 노동이 적극 개입하는 게 유리하다는 본다. 또 하나는 노동배제․통제방식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에서 개입하고 활용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 득실은 힘에 달려 있는 것이니 만큼 교섭의 장 자체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성우> 개입의 여지가 확대됐다는 데 동의할 수 있는데, 그 여지를 확보하는 것이 과연 대의원대회 파행까지 무릅써야 할 문제인가. 개입력 확대를 통해 얻는 이익보다 그 과정에서 민주노총의 단결력이 약화되는 손실이 더 크다고 본다.
박순희> 70년대부터 노동운동 해왔지만 교섭은 ‘소리 없는 투쟁’이다. 교섭은 ‘문지방’ 같은 것으로 단결과 투쟁의 중간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어떤 형태든 반드시 교섭은 필요하다. 예전엔 단위사업장에서 교섭을 하는 것 자체가 정말 어려웠다. 이와 비교해 볼 때 10년차 민주노총이 사회적 교섭을 놓고 논쟁하는 것은 발전이고, 노동문제가 그만큼 사회화됐다는 얘기다. 이 점에서 사회적 교섭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왜 사회적 교섭에 대해 거부반응이 나올까. ‘98년 노사정위의 악몽’이라 표현했는데 왜 나쁜 기억, 실패한 경험만 생각할까. ‘자라보고 노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있는데 거기서 탈피해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조합원 대중과 함께 힘있게 조직할 생각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념적이고, 관념적이며, 외국사례와 학문적인 것으로 꼬여 들어가니 답이 안 나온다고 본다. 노동운동은 노동자만 살자는 게 아니라 국민, 경제,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게 목적이다. 사회적 교섭은 노동문제를 알려내고, 국민과 함께 가는 전술을 택해야 된다는 것이고, 대단한 힘을 갖고 있다. 그런데 우리 조합원대중도, 국민대중도 이에 대해 아직 따라오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한 예로 비정규직 없는 가구가 없고, 문제를 느끼면서도 이 문제로 파업해도 정부와 기업주 대신 노동자를 욕한다. 이런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사회적 교섭으로 끌어내서 예를 들어 노사정 공개토론 제안하고, 그것을 생중계 한다든지 알려낼 방법은 많다. 그걸 우리 틀로 끌어안고, 우리 것으로 삼을 생각을 하면 하나도 문제될 게 없다. 힘있는 놈들한테 먹힐 텐데 하고 걱정만 하면 노동운동 말아야지.
사회적 교섭틀을 통해 노동자의 힘을 키우고, 교섭과정에서 사회적으로 알려내고, 그 힘으로 투쟁을 만드는 것이다. 조합원들도 교섭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면 투쟁동력이 생기지 않는다.
사회> 오늘도 확인됐듯이 민주노총 안에는 사회적 교섭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반대하는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조직의 갈등과 파행을 부를 만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참여와 불참 이외에 제3의 대안은 없는 것인가.
‘반조직행위’를 보는 시각
박순희>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하지만 뚜렷한 대안도 없이 2월1일 대의원대회처럼 단상을 뒤집어엎고, 신나를 뿌리고 하는 것은 폭력행위 이전에 반조직적 행위라고 본다. 집행부가 어떤 폐해를 끼쳤는지 하는 구체적인 사례도 없이 어용이라느니 하는 식으로 마구잡이로 몰아붙이는 행위가 누구한테 도움이 되는가. 노동자가 분열되고, 잘못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좋아할 일이다. 집행부만 대의원대회 치르는 게 아니다. 조직적 관점에서 자신을 들여다보며 3월15일 대의원대회를 치러야 된다고 본다.
사회> 이 문제는 다음 주제인데 한 발 앞서셨다. ‘제3의 대안’은 없겠는가.
이성우> 방금 말씀하신 ‘반조직적 행위’ ‘폭력’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아주 예민한 문제다. 일단 민주노총 집행부가 있고, 그 뜻을 지지하는 상당수 대의원이 있고, 또 거기에 반대하는 견해도 상당수 있다. 만약 반대하는 일체의 의사표현이나 행동을 ‘반조직행위’로 규정한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 사회적 교섭에 대해서는 아직 최종적으로 결정되지 않은 가운데 대립하는 두 가지 견해가 있다. 대의원대회 논의에 참여하고, 책임 있게 이끌어갈 의무는 의장과 대의원 모두에게 있다. 사실 과거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일부의 폭력행위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본질을 비켜 가는 것이다. 두둔하거나 정당성을 주장할 생각은 없지만 정부-자본에 대한 폭력이 아니라 민주노총 울타리 안에서 벌어진 것이다. 이건 우리가 의연하게 딛고 가야 되는 것이지, 정부가 우리에게 그랬듯이 동지를 내치자, 배제하자, 처벌하자 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
주제로 돌아와 ‘제3의 대안’에 대해 얘기하자면, 참여와 불참의 대립이 너무 명확하고 크다 보니까 2월1일 대의원대회를 지나면서 우리 스스로 절충의 여지를 축소해버렸다. 민주노총이 일단 이 질곡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다시 말해 민주노총의 대의기구나 조직들이 정말 냉정하게 거리를 유지하면서 10시간이든 20시간이든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먼저 회복해야 할 것 같다. 지금으로선 제3의 대안이 설 수 있는 여지를 함께 만들어야 된다.
이상학> 진정으로 노동자, 노동운동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아주 어려운 상황이 될 수 도 있다. 딱 부러지게 제3의 대안을 얘기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나 기본적으로 노동운동이 어떻게 가야 되는지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사회적 교섭은 그 점에서 작은 문제일 수 있다고 본다. 노동운동이 정말 민감한 현안을 놓고 이렇게 치열하게 토론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단순히 한 안건의 문제가 아니라 복합적인 거다. 지금까지 사회적 교섭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고 해서 결정이 계속 연기돼 왔는데 사실 이 문제만큼 많이 논의한 주제도 없다고 생각한다. 절차적 측면에서 집행부가 상당히 노력했고, 내용에서도 원칙만 정하고 논의하자는 것으로, 집행부안은 열려 있다고 본다.
이성우> 사회적 교섭만큼 많이 논의한 게 또 있느냐고 하는데 대의기구를 통한 공식논의는 2월1일 임시대의원대회가 전부 아닌가. 국고보조금 수령문제를 둘러싼 다양한 논의에 견줘볼 때도 사회적 교섭에 대한 공론의 과정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또 내용에서도 열려 있다고 하지만, 차이가 큰 상황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결정해야 된다고 하면 상황이 연장되는 것일 뿐 이게 제3의 대안은 아닌 것이다. 그것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이상학> 더 심각한 문제는 과연 민주노총이 내부의 합의된 질서가 있고, 지켜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또한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와도 관련돼 있다. 집행부가 서두른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사회적 교섭을 활용하는 정책과 전술을 구사하는 집행부를 뽑았으면 사실상 맡겨두는 게 맞다. 그리고 다음에 심판하면 되는 것이다. 그 점에서 박 지도위원 말씀처럼 마음 속에 큰 괴물 하나를 그려놓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우리는 객체가 아니라 주체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지금 대응책을 못 세우면 우리 의지와 관계없이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에 휩쓸려버린다. 지금이 중요하다.
박순희>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 그래서 집행부에서 빠르게 집행할 책임이 있는 거다. 중간논의가 없고, 현장에서 공유하지 못하고, 알려내지 못했다면 비판받아 마땅하겠지만 잘못한 거 논박하다가 우리끼리 코피 낼 일 없다. 조직을 팔아먹는 게 아닐 바에야 집행부를 뽑았으면 결정에 승복할 줄도 알아야 한다.
사회> 이 시점에서 중간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 애초 사회적 교섭에 대한 의견을 정리하고 제3의 대안을 찾아본 뒤, 사회적 교섭안 논의․처리과정을 평가할 예정이었는데 두루 짚어보는 흐름이 됐다. 갈등해소의 실마리로 지혜를 모으자거나 충분한 논의를 위한 분위기 조성, 진지한 성찰 등이 제안됐는데 일맥상통한다는 느낌이다. 이제 3월15일 대의원대회를 어떻게 할지 짚어보면서 논의를 발전시켰으면 한다.
“중층적․총체적 교섭제도에 주목한다면…”
이성우> 집행부를 믿고 맡겨줘야 하지 않느냐는 얘긴데 실제로 재신임까지 갈 일이 아니라고 본다. 누가 불신임을 제기한 적도 없다.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이 (한 언론매체 기고에서) ‘정부내에서 사회적 교섭을 주장하는 것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했는데 이는 앞서의 이상학 원장 진단과는 전혀 다르다. 그러면서 사회적 교섭이 아니라 ‘사회적 교섭기구안’을 주장했다. 이는 전술적 차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회적 교섭기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점에서 (지난해 정기대의원대회의 위임을 받아 중앙위에서 확정된)2004년 사업계획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거기에 보면 ‘기업별 교섭을 넘어 산별교섭, 대정부교섭, 사회적 교섭 등 중층적, 총체적 교섭제도를 마련한다’고 돼 있다. 이석행 사무총장은 당시 “현재 노사정위는 안 되고 바꿔서 들어가자”고 분명히 정리한 적이 있다.
앞서 제3의 대안이 어렵겠다고 했는데, 그것을 찾기 전에 집행부가 초심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처음엔 사회적 교섭에 모든 걸 투입하겠다고 한 적 없고, 총체적 교섭제도를 마련하는데 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번 처리과정에서 사회적 교섭을 지나치게 부풀린 측면이 있고, 그것은 집행부의 오류였다고 본다.
그러면 3월15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집행부가 ‘믿고 맡겨달라’고 할 것 같으면 초심으로 돌아가서 중층적, 총체적 교섭구조 마련을 위해 책임 있게 진행하겠다고 밝혀야 한다. 또 이수호 위원장은 재신임을 물을 게 아니라 중앙집행위원들의 건의를 바탕으로 “남은 임기 동안 맡겨지는 역할 다하겠다, 지지해달라”고 힘을 모을 것을 호소하며 재신임 안건을 스스로 정리해야 된다고 본다. 그리고 사회적 교섭안은 한쪽이 다른 한쪽을 완전히 제압하는 방식이 아니라 상당수 동지들의 불신을 해소하고 현 집행부에 대한 지지를 확인하면서 힘있게 갈 것을 결의하는 대의원대회가 되어야 한다. 정부에 대해서도 사회적 교섭에 대한 원칙을 의연하게 천명하며 성의 있는 태도를 촉구해야 한다.
사회> 그렇다면 사회적 교섭 안건은 어떻게 되는가.
이성우>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이 어제 “사회적 교섭과 상관없이 정부 비정규법안 무조건 통과시킨다”고 밝혔는데, 이런 상황에서 힘을 하나로 모으는 대의원대회가 돼야지 사회적 교섭 결정문제로 다시 갈등을 빚어선 안 된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현재 제시된 사회적 교섭안이 3월15일 대의원대회에 상정되면 걷잡을 수 없는 논란에 빠지게 되니 2004년 합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사회적 교섭 문제를 처리하자는 것이다.
박순희> 찬성이다, 반대다 이런 용어 쓸 필요 없이 2004년 사업계획을 그대로 집행하는 것에 동의를 모으고, 이 힘을 모아 사회적 교섭에 임하는 정부의 태도를 확고히 하자는 것으로 이해하는데 그것도 현명한 방법인 것 같다.
이상학> 2004년 사업계획은 중층적, 총체적 교섭구조가 필요한데 산별교섭과 사회적 교섭, 노정교섭을 중요하게 바라보고 강화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사회적 교섭은 사실 지난 1999년 대의원대회 결정(노사정위 철수)이 별도로 있다. 또 2003년 대의원대회 때도 이 문제가 표결 직전까지 갔었다. 그래서 이 문제는 따로 결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조직내에 있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서만 따로 안건을 올리다보니 ‘사회적 교섭만 하냐’는 문제제기가 나왔던 것 같다. 아무튼 이성우 처장의 제안이 대중적으로 확인된다면 생각해볼 여지가 많다고 본다.
박순희> 사회적 교섭을 하려면 투쟁을 더 강고히 해야 된다. 투쟁이 밑받침되지 않는 교섭은 시간낭비다. 교섭만 따로 한다면 그건 60, 70년대에 했던 한국노총 행태다. 그런 점을 문제제기하는 건 서로 성찰의 계기가 되고, 2월1일 같은 사태가 걸림돌만 되는 건 아니다. 서로 정신차리는 계기도 되고, 정부가 봤을 때도 민주노총이 만만치 않다, 조합 내부에 민주성이 회복되고 있구나 하고 인식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중층교섭이나 사회적 교섭으로 갈수록 조합원들이 진짜 의식화되고 투쟁력을 갖추고, 두 눈 부릅뜨고 보지 않으면 금방 어용이 될 수 있다. 이번 일을 좋은 계기로 삼으면 된다.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한다면, 걸림돌보다는 디딤돌이 된다고 생각한다.
사회> 사회적 교섭과 관련해 오늘 모처럼 의견접근이 이뤄진 것 같다. 지난해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위임받아 사업계획을 결정한 중앙위원회의 사회적 교섭 관련 결정내용을 확인하면서 일단 이번 대의원대회에서는 사회적 교섭안을 다루지 않는 방안을 이성우 처장이 제안했고…
이상학> 다루지 않는다는 게 아니고, 이미 결정돼 있으니까 그것대로 집행부가 집행하겠다, 그걸 대의원대회에 보고하는 것으로 안건이 정리되는 거 아닌가.
이성우> 이것은 사실 대의원대회 결정을 얻지 않고도 집행부가 뜻을 펼칠 수 있는 집행과정,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보고, 그것에 대한 대의원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게끔 하자는 것이다.
이상학> 그런데 지난해의 경우 ‘대의원대회 결정 무시하고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했느냐’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뒷부분(사회적 교섭안 처리문제)은 나중에 정리하는 것으로 하면 이성우 처장의 제안을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모처럼만의 의견접근
사회>오늘 이 자리는 대의원대회가 아니니 이성우 처장 제안을 ‘통과’시킬 순 없는 일이고, 여러 경로를 통해 타진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무튼 의미 있는 자리가 된 것 같다. 끝으로 자기와 뜻을 같이하는 분들에게 당부말씀을 전하면서 자리를 마무리하겠다.
이상학> 노동운동이 위기라는 소리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데 기본원칙인 연대의 위기가 가장 크다고 본다. 계급계층간 연대도 있지만 특히 노동계급내 연대가 도전 받고 있는데 크고 길게 봐야 된다. 너무 당면한 것에 집착하다 보면 진짜 위기로 갈 수 있겠다. 이번 대의원대회는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가 무엇이 틀린지 확인하고 통합점을 정확히 찾아가는 과정이 돼야 한다고 본다. 이번 문제를 잘 해결해야 내부문제를 해결할 힘이 생긴다.
이성우> 지금은 자본의 위기를 노동의 위기로 전가하는 국면이다. 게다가 노동자들끼리 분열돼 연대와 단결이 어느 때보다 소중하다. 정부-여당이 4월국회에서 비정규 개악안을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하는 상황에서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있다. 지난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말 그대로 선언적 총파업을 결의했다면 이번엔 통크게 총파업을 결의하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들고 현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렇게 결의하고 실천했으면 한다.
박순희> 진통을 겪으면서 발전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차이도 인정하고, 다름을 숙고하면서 하나로 가는 그야말로 통큰 운동을 해야 될 필요가 있다. 큰 꿈을 꾸면, 작은 꿈들은 실현됨을 순간순간 느낀다. 자본의 본질을 정확하게 통찰하면 여러 방법이 나온다. 지렛대 역할도 할 수 있고, 문지방 역할도 할 수 있고, 디딤돌 역할도 할 수 있는데 각자의 역량을 모으되 서로 신뢰하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비판엔 단호하되 비난은 아끼는 동지애로 조직을 지켜나가는 정신으로 가면 이번에 겪은 아픔도 빨리 치유된다. 힘내시고, 동지애로 좀더 결속되는 조직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씀드린다.
정리=정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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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한 죽음... 아마 이 땅에 지금 이 시간에 이처럼 절절한 말도 없을 것 같습니다.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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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의료 공공성을 포기하고 목포와 진주에 있는 결핵병원을 민영화 한다는 소리를 한 6년전 들었던 것 같습니다.목포결핵병원 공대위에 참여하신 분들을 알고 있던터라 알 수 있었습니다.
일부에서는 후진국병이라 그러는데 결핵으로 인해 죽어가는 이들이 많다고 합니다.(특히 각혈로 인해 많은 이들이 죽어가고 있답니다.) 투쟁으로 인해 공공성은 지켜진 것 같은데 정부는 정신요양원 사업에 중점을 둬서 2개 남은 결핵병원을 없애려는 처사를 보며 한숨이 나오더군요. 이전 당산동 사무실 앞에 있던 결핵협회도 생각이 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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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20살 때 결핵에 걸렸던 경험이 있습니다.우리 멘버(?) 6명 중 3명이 걸렸지요. 골방에 안주 없는 술 등 그때는 참으로 열악한 환경이었습니다.
전 초기인데다, 바로 약을 써 낳았지만 결핵은 참으로 무서운 병이구나 알게되었습니다.
치료방법이 있어 불치병으로 분류되지 않을 뿐이지 약도 무척 독하더군요.
약 생산을 하지 않겠다, 병원을 없애겠다는 보도를 보면 남 일 같지 않습니다.
의료공공성 쟁취! 구호는 멀게 느껴질지 모르나 정말 현실적이고 시급한 요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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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 예...간장..>> 결핵이든 산재든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게 죽어간다면 절대로 지금처럼 방치하지 않겠지요. 대단한 나라임다.
풀소리>> 결핵이야말로 잘 관리하면 완치할 수 있는 병인데 그럴 수 없는 노동자, 민중의 처지가 예나 지금이나 화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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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한복판에 있는 돈의동은 700여명이 사는 쪽방지역이예요. 2월에 거기서 두 사람이 죽은 채로 발견됐는데 모두 결핵 때문이라더군요. 입원치료를 받다가 기간이 다 되어 잠시 퇴원했던 건데 그렇게 됐다고... 결핵이, 지금은 공공의 관심사에서 많이 멀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소리없이 아쉬운 생명들을 앗아가네요...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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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직장에서 회의를 하던중...병원에 있는 결핵병동을 없애는 것이 어떠냐는 직원들의 권유에 깜작 놀랐습니다. 여전히 줄고 있지 않고 감춰지기만 하는데 왜 병동을 없애자고 하는걸까.. 굳이 대학병원에서 돈도 안되고 환자도 싫어하는 시설을 둘 필요가 있냐는 이야기였습니다. 2주만 약먹으면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데. 갑갑하죠.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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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류, 해미>> 갑갑합니다. 정말-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