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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져 내리고 싶을 때가 있다.

  • 등록일
    2008/11/16 00:30
  • 수정일
    2008/11/16 00:30

가식을 버리고 가슴 무너져 그냥 땅바닥에 주저 앉고 싶었다.
살다보면 때론 희열로 때론 어려움으로 높이 올라갔다 바닥으로 내려앉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이도 시간이 순응하면 평상시로 되돌아오곤 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그냥 땅바닥에 무너져 내리고 싶다. 살아가면서 어려움이란 따스한 마음으로 이겨낼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며 살아왔건만 그렇지 못한 현실의 모습을 목도하면서 그냥 무너져 내리는 가슴앓이 없이 그냥 주저않조 싶다. 살아온 날은 비록 적지만 희망이라는 것을 갖고 지금까지 살아왔지만 지금 현실... 내가 마주하는 모습들은 그렇지 못하다.

가난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부족한 것이라 여기는 시인의 말을 곱씹으며 가난이 가져다줄 풍요한 마음을 믿고 살아왔지만 이는 가난해 보지 못한 사람의 변명에 지나지 않는 거짓문구 시의 속임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발견하였다.

가난을 어떤 것을 비유하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세상은 참으로 공평하지 않다. 난 정작 가난이라는 것이 단지 부족한 것으로만 인식하고 살아갔다. 가난이 가져다주는 환경과 비참함을 외면한채.... 부모를 잘 만나지 못한 것이 원죄인지.... 이들의 삶의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냥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었다. 마음이 도저히 잡히지 않아서 몇일을 그냥 허성세월을 보냈다.

눈으로 목도한 현실.... 협력기관이 지역아동센터 다솜공부방 아이는 그 좁은 공간에서 사람이 살아가고 있음이 참으로 놀라웠다. 나와 매일 보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약을 뿌리고 나오는 동안 내 주변의 이웃에게 난 과연 무엇을 해주었으며, 과연 마음으로 다가갔는지에 대해 계속해 물음을 던졌다.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었다. 그 방안을 보는 순간... 차마 말을 이을 수 없다. 이러한 환경에서 학교를 다니고 공부방을 나오고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고 있는 아이.... 그 공간에서 컴퓨터를 태연히 하고 있는 그 아이를 보면서 현실이 아니기를 빌었다. 옷더미 그리고 곰팡이와 바퀴벌레가 옷을 들자마자 후두둑 떨어지는 광경.... 아이를 데리고 나와 그냥 말없이 주변에 있는 빗자루를 가지고 청소를 하였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였다. 왜 이렇게 사냐고... 방안이 이게 뭐냐고... 아이는 그냥 말없이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 하였다. 계속해서 마음에 걸린다. 난 무엇때문에 사나.... 도저히 일이 잡히질 않아 며칠 술을 먹었다.

살아온 날이 언 30년하고도 반이 지났건만 가난을 어려움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불편한 것이라 여겼던 내 자신이 참으로 부끄러웠고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가난하면 마음이 풍요로우면 된다는 말은 다 거짓임을 이제야 느꼈다. 가난하면 생활도 가난해지고 마음도 가난해 진다는 사실.... 매사에 용기도 그리고 희망도 꿈도 다 가난이라는 놈에게 잠식당한다는 사실... 가난이 되물림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라는 것을 이제야 눈을 떴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공부방 대표는 이 광경을 한두번 지켜 본것이 아니라고 그냥 덤덤이 옷가지를 줍고 빨래들을 봉지에 담아 가지고 와서 세탁을 하고, 방안에 바퀴벌레 약을 치고 나오신다. 그리고는 아이들에게 한마디를 하신다. 야 임마... 청소를 하면서 살아야지... 어떻게 이렇게 살 수 있어 다음부터 청소 잘해 옷가지는 옷장에 넣고... 약 치고 청소해... 그리고 오전에 나왔다. 며칠전 일이지만.... 그 모습을 한두번도 아니고 여러번 목도한 분은 태연히 그 아이들을 보고 이야기하기 보다 가난이 죄지 한숨을 쉰다. 이보다 더한 곳도 많다고 이것은 약과라고 말씀하시면서 한숨만 내쉰다.

며칠 이 광경 때문에 무너져 내리고 싶었다. 내가 그러한 삶을 이해할 수 있을까? 질문도 해보았다. 그러나 난 아는게 하나도 없다. 같이 얼굴을 마주치면서 생활을 해온지 몇달이 지났건만 마음도 써주지 못하고 이 아이들의 환경에 대해 하나도 알지 못하였음이 부끄럽다. 얼굴을 들 수 없다. 땅바닥에 펄떡 주저앉아 일어서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한주의 반을 보냈다. 가난이라는 것이 이러한 어려움을 동반한 것임을 생각해보았다. 돈이 없는 것이 가난이 아님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부모의 보살핌이 없이 그리고 무한정 지지와 격려지 못한다는 이 처럼 힘들고, 어려움일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그래서 술에 취해 며칠을 그냥 허성세월 보냈다. 도저히 마음을 다잡을 수 없었다.

그냥 가난한 이들과 함께한다는 것은 같은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이 생활을 일구어가는 일이다라는 사실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알았다. 그렇다고 다 안것도 아니다. 그 광경.... 아이에게 왜 너는 피부가 늘 좋지 않냐고 무심코 말하였던 것이 이제서야 후회스럽다. 변선생님의 따스한 눈물이 왜 그렇게 흘릴 수 밖에 없는 것이었음을 눈으로 확인하고 알았다. 세상은 너무 불공평하다.

 

그러나 이들이 보는 가난을 21세기 지금도 여전히 목도되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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