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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연대의 詩

  • 등록일
    2013/12/17 09:30
  • 수정일
    2013/12/17 09:30

밀양 연대의 詩

 

김일석

 

산이 운다
백마 승학의 산마루 타고 넘던 새들도
화악산 줄기의 뭇 생명과 어울려
자유로이 뿌리 내리던 칡넝쿨 산딸기
패랭이꽃 도깨비풀도
바람에 떠다니던 월세 전세를 거쳐 마침내
밀양에 온몸을 박은 갈참나무도 울고
저 다소곳한 평야 감싸고 돌며
수천 년 흘러온 강도 운다
그 산과 강에
여생을 의탁하고 땅 일구던 사람들이
어느 날부터 하나 둘 죽어가고 있다
핵 마피아와 권력의 사주를 받은 한전과 경찰이
사람들 가슴을 갈기갈기 찢고 있다
수도 서울의 똥구멍을 닦는 사이비 권력이
밀양을 식민지로 만들고 있다
수억 년 융기와 침강을 되풀이하며
자연이 내린 축복의 땅 밀양을
에너지 전환정책 하나 만들지 못하는
무식하고 무능한 권력이
오늘도 개들을 풀어
세상에서 가장 죄 없는 할매 할배들을 문다

 

뭐, 지역사회를 위해 희생하라고?
뭐, 국가발전을 위해 참으라고?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하지 말고
당장 밀양에서 떠나라
바드리에서
동화전에서
보라마을에서 당장 떠나라
도곡리에서 평밭에서
당장 떠나란 말이다
대체 얼마나 죽어야겠느냐?
기어이 다 죽어야겠느냐?
다 죽일 셈이냐?
그래, 정말 그렇다면 다 죽여라
다 죽여서
내 가슴에 89번 철탑을 박아라
저 할매의 심장에 95번 96번을 박고
저 할배의 폐부에 100번을 박아라
칠십 육만 오천 볼트를 박으란 말이다

 

더는 괴롭히지 마라
잡아간 사람들 다 내놓아라
그리고 여기 억울해 떠나지 못하고 있는
어르신 영혼 하늘로 편히 가실 수 있게
네놈들도 이 앞에 무릎 꿇어라
무릎 꿇으란 말이다
네놈들은
밀양이 무너지길 바라지만
결코 무너지지 않아
우리가 서로 지키고
서로 사랑하는 한
단 한 순간도 무너지지 않아
우린 이미 형제가 되고
어머니 아버지가 되었거든

 

밀양 투쟁~!

 

P.S 폐친이진 김일석 선생님이 밀양투쟁문화제에 낭독한 시... 밀양 시낭독 영상을 보니 끝내 참았던 눈물을 토하셨다. 이전 아침 병원나서는 길 이 시 낭독을 보고 눈물 찔끔 흘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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