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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경림] 오월은 내게

  • 등록일
    2019/05/10 08:30
  • 수정일
    2019/05/10 08:30

오월은 내게

 

신경림

 

오월은 내게 사랑을 알게 했고

달 뜨는 밤의 설레임을 알게 했다

뻐꾹새 소리의 기쁨을 알게 했고

돌아오는 길의 외로움에 익게 했다

다시 오우러은 내게 두려움을 가르쳤다

저잣거리를 메운 군화발 소리 총칼 소리에

산도 강도 숨죽여 웅크린 것을 보았고

붉은 피로 물든 보도 위에서

산조차 한숨을 쉬는 것을 보았다

마침내 오월에 나는 증오를 배웠다

불 없는 지하실에 주검처럼 처박혀

일곱 밤 일곱 낮을 이를 가는 법을 배웠다

원수들의 이름 손바닥에 곱새기며

그 이름 위에 칼날을 꽂는 꿈을 익혔다

그리하여 오월에 나느 복수의 기쁨을 알았지만

찌른 만큼 찌르고 밟힐 만큼 밟는 기쁨을 배웠지만

오월은 내게 갈 길을 알게 했다

함께 어깨를 낄 동무들을 알게 했고

소리쳐 부르는 노래를 알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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