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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용역에서

  • 등록일
    2004/12/22 10:42
  • 수정일
    2004/12/22 10:42
겨울이다. 포근한 겨울이라고들 말한다. 그래 날씨는 춥지 않고 따스하였다. 지금 시베리아에서 한파가 몰라쳐 한반도 남단을 찬공기로 감싸기 전까지는... 그러나 나를 비롯한 우리 용역아저씨들에게 12월 초순은 마음이 차가운 겨울이다. 이전까지 종종 일이 있었는데 지금은 도통 일거리가 없어서 이다. 오늘 한 아저씨 용역 소장에서 통 사정을 한다. 내가 일나가 돈 벌어줄테니 제발 50만원만 과불좀 해달라... 용역 소장 단호히 거절한다. 아무말 하지 못하고 뒤돌아서는 아저씨 모습이 쓸쓸함을 넘어 참 무겁게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아저씨에게 말했다. 아저씨 그 돈 내가 빌려줄께요. 아저씨는 김씨도 일 나가지 못해 돈 없잖아.... 저 저번달과 이번달 벌어놓은 돈 조금 있어요.(사실 나도 통장잔고 바닥났다. 마이너스 통장으로 연명하고 있음.) 아저씨 일 나가면 꼭 갚으시면 되요. 아저씨 그늘진 얼굴에 조금 안도의 미소를 뛰운다. 그래 모텔비가 없어 당장 쫓겨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도통 일거리는 없지... 아저씨 마음은 어떠했으랴! 아저씨에게 아침 밥은 먹었냐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아저씨 요즘 통장에 잔고가 바닥나 아침은 용역에서 소장이 해 먹었던 밥 같이 먹고 술은 다른 용역에 있는 친구들과 어울려 든다고 한다. 그랬구나.... 그래서 아저씨와 자주 갔던 중앙시장 순대국집으로 갔다. 소주두병을 먼저시키고 순대국 2개를 시켰다. 아저씨 연거풔 내 손을 잡으며 김씨 고마워... 내가 일나가 빌린 돈 꼭 갚을께... 계속해 고맙다는 말만 연거풔 한다. 네... 하고 아저씨 술한잔 해요. 그리고 소주에 순대국을 먹었다. 아저씨와 난 아침 시장기에 개눈 감추듯 밥을 먹었다. 아저씨에게 마이너스 통장이 들어있는 카드로 돈을 출력해주고, 아저씨 이번달 일까지 일없으면 공공근로라도 함께 나가요, 짧막히 말하고 난 돌아서서 다솜공부방으로 왔다. 나도 돈 없지만 당장 모텔에서 쫓겨날 아저씨를 생각하니 그냥 있을 수 없다. 동정이 아니다. 아저씨와 나눈 정때문이 었으리라... 그러나 그 아저씨와 다음달 부터 함께 못한다. 아저씨에게 돈 받을 생각으로 준 것도 아니다. 내가 아저씨로 부터 받았던 것을 돌려주 었던 것 뿐이다.(아저씨로 인해 못해도 3달간 50일 가까운 일을 나갈 수 있었다. 난 돈 받을 생각을 갖고 빌려준 것이 아니다. 아저씨로 인해 벌었던 돈을 아저씨 몫으로 준거다. 아저씨 아니었으면 난 아마도 달에 며칠 일 못나갔을 것이다. 아저씨가 나에게 일거리를 많이 주었기에... 함께 나갔기에...) 난 다른 일을 해서라도 돈을 벌 수 있다. 막말로 고액과외는 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과외를 시작하면 최소한 과목당 30만원은 받을 수 있지 않은가? 12월 전까지만 해도 당당했던 아저씨의 초라한 모습을 오늘 본다. 나야 어떻게든 갚을 수 있지만 아저씨들은 이 겨울 가뜩이나 경기불황에 어디 돈 빌려 줄때 마땅치 않다. 그렇다고 시장에서 무턱대고 빌려주는 일수를 썼다가는 진짜 쪽박차기 쉽상이기에 한번 써본 아저씨들은 굶어죽으면 죽었지 일수는 안쓴다고 한다.(일수 100만원을 한달 빌리면 이자로 60만원을 줘야 한다. 그러니 누가 일수 돈을 쓰겠는가?일수 그러니 돈놓고 돈먹기와 다름없는 고리대는 틀림없다.) 마음이 씁쓸하다. 이 아저씨 말고 많은 다른 사람들이 이런 처지에 있다는 현실이.... 겨울은 그래서 없는 사람들에게 생활하기 힘든 계절임은 틀림없다. 내 내년 소망은 용역 아저씨들에게 일거리가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명수 아저씨 힘내세요....아저씨는 부지런 하니 도박빚 다 갚을 수 있을 거에요. 일 있으면 열심히 나가시니까요. 꼭 하늘님, 부처님, 하나님, 알라신의 가호가 아저씨에게 올거에요. 보육원에 있는 아이들과 꼭 즐거운 성탄 보내시구요...아이들도 꼭 만나세요. 저 아저씨와 내년부터 함께 일 나가지 못하지만 자주 찾아 뵙겠습니다.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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