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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종환]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 등록일
    2005/03/22 02:00
  • 수정일
    2005/03/22 02:00
* 이 글은 손을 내밀어 우리님의 [무념 무상] 에 관련된 글입니다.

* 도종환 시인 사이트에서 시 한수 퍼날라 봅니다.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 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패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턱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 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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