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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종환] 목백일홍

  • 등록일
    2005/04/04 08:38
  • 수정일
    2005/04/04 08:38
* 이 글은 갈막님의 [사월의 노래.] 에 관련된 글입니다.

피어서 열흘 아름다운 꽃이 없고 살면서 끝없이 사랑 받는 사람 없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하는데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석달 열흘을 피어 있는 꽃도 있고 살면서 늘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는 게 아니어 함께 있다 돌아서면 돌아서며 다시 그리워지는 꽃 같은 사람 없는 게 아니어 가만히 들여다보니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올려 목백일홍나무는 환한 것이다 꽃은 져도 나무는 여전히 꽃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제 안에 소리없이 꽃잎 시들어가는 걸 알면서 온몸 다해 다시 꽃을 피워내며 아무도 모르게 거듭나고 거듭나는 것이다 * 목백일홍은 어릴 때 화단에 심던 백일홍과 다르며 나무에 꽃을 피워 나무백일홍 또는 배롱나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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