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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거나 혹은 잘리거나"

  • 등록일
    2005/04/26 08:35
  • 수정일
    2005/04/26 08:35
학습지교사들, 부당영업 사례 고발…고 이정연씨 1주기 추모제도 함께 열려 "회비가 체납되면 교사들에게 이를 대납하도록 강요하고 심지어는 '사채업자를 소개해주겠다'는 식으로까지 회비대납을 강요했다." 학습지노조가 지난 22일 개최한 '학습지업계 부당영업·부정업무 사례발표 기자회견'에서 증언한 최아무개씨(경기도 안성 거주)는 "대학을 졸업한 큰딸이 학습지 교사로 1년6개월 동안 일해서 얻은 것은 1400만원의 빚"이라며 "너무 억울해 조사해본 결과 회사 관리자들이 실적을 채우기 위해 교사들에게 가짜회원을 강요하고 마이너스통장과 사채를 통해 회사로 입금시키는 방법까지 강요했다"고 폭로했다. 최씨는 "딸이 학습지 교사로 일하는 동안 자기 생활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했지만 돌아온 것은 빚과 정신적 압박 뿐"이었다며 "회사의 교묘한 수법으로 교사들이 빚쟁이 되고 인권을 침해당해도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더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최씨 뿐 아니라 또다른 학습지회사의 교사로 일한 한 교사도 "가정형편이 어려워 회비가 체납되더라도 회사쪽에서 이를 받아주지 않았다"며 "오히려 사채업자를 소개시켜주겠다는 식으로 회비대납을 강요했다"고 밝혔다. 학습지노조는 또 "회비대납을 거부하면 돌아오는 것은 계약해지에 의한 강제해고뿐"이라며 "지난해 부당 영업을 항의하다 해고된 경우만 30건이 넘는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또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이들 교사들은 특수고용직으로 노동3권과 4대보험에서 제외된 채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학습지 업계의 부당영업·부정업무의 심각성이 세상에 많이 알려졌음에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은 교사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노동정책"때문 이라며 "학습지 업계의 부당영업 근절과 노동기본권 보장과 근로기준법 적용을 위한 투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기자회견이 열린 이날은 구몬학습 교사로 일하다 사망한 고 이정연씨의 1주기로, 회견 후 추모제도 함께 열렸다. 고 이정연씨는 학습지 교사로 근무하던 지난해 4월16일 혼수상태에 빠졌고 나흘 뒤인 19일 새벽 사망했으며 휴회 회비대납 등에 의한 1500만원의 빚을 남겼다. 학습지노조는 구몬학습의 사과와 재발방지책 수립, 해당 관리자 파면, 유족보상 등을 촉구했다. 앞서 지난 2월 재능교육 교사로 일하던 서아무개씨(여·24)도 심한 스트레스로 투신자살한 바 있다. 서씨는 휴회 등의 회비대납 문제로 시달렸으며 회사를 그만두려고 하자 회사측이 위약금 300만원을 요구했고 이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려왔다. 끝내 서씨는 '엄마 사랑해요'라는 말을 남기고 자신의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사망했다. 노조는 "회사의 부당영업 강요로 학습지 교사들은 해고 혹은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특수고용직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라"고 주장했다. 김미영 기자 ming2@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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