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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종환] 접시꽃 당신

  • 등록일
    2004/10/28 20:32
  • 수정일
    2004/10/28 20:32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 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 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
약한 얼굴 한 번 짖지 않으며 살려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어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어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 것 없는 눈 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을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 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 가는 노랑꽃 핀 얼굴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아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 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 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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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시간과 바람 가운데서....

  • 등록일
    2004/10/28 18:58
  • 수정일
    2004/10/28 18:58

S.E.N.S 투명한음악 첫번째 테마 음악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참 멋진 제목이다. 사람과 시간과 바람 가운데서.... 노래를 들으면서 폭풍의 언덕이 떠올랐다. 이어지는 Remembering Me도 좋다.

 

사람과 시간과 바람 가운데서 난 바람을 선택하고 싶다. 어디론가 정처없이 떠도는 바람... 세상사람들의 각양각색의 모습을 보고 듣고 알리는 그런 바람이 되고 싶다.



 

슬픔의 절정.... 감정의 복받침.... 마음의 흔들림... 떨림이 절묘하게 혼합된 느낌으로 노래를 들으면서 가슴이 고요속의 요통침으로 흔들리게 하는 이 노래를 듣고 있다.

 

폭풍의 언덕에서 과거를 회상해보는 상상을 해보고.... 망망대해에서 그리운 누군가를 목놓아 부르는 애처럼움도 상상해 보게 하는 그 애절함이 가슴에 심금을 울린다.

 

아 노래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요동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예전에도 알았지만.... 기분에 따라 변하는 이 음악의 심오함이 나에게 행복, 슬픔, 애처로움이라는 음악의 색감을 선사해 준다.

 

아! 아침에 들었을 때의 벅참은 사라지고 점심 때 들었을때 여유로움은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저녁 지금들으면서 그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

 

머리속에서 그림을 그리게 하는 노래... 음악의 힘이구나... 이것이...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아 이 떨리는 기분 얼마만 인가? 내 마음도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이 노래를 듣고 또 듣고 있다.

 

난 좋은 음악을 머리 속 각인하기 위해 여러번 반복해 듣는다. 들을때 마다 달리 들리는 음의 조화... 참 간만에 이 편한하고 슬프고 애절하고 환희에 넘치는 격정을 느꼈다.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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