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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이 고골의 "코". 소시민 허위의식를 다룬 괴기화

마리화나님의 [성당에서의 코발로프의 절망] 에 관련된 글.

 

니콜라이 고골의 (1836)는 허위의식이 만연한 소시민의 출세욕과 과시욕이 어떤 정신분열을 가져오는가 하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괴기화다. 이야기내용은 간단하다. 코발로프라는 사람이 자기 코를 상실하고 다시 찾는다는 이야기다.

 

* 코발로프라는 이름에 스며있는 기본의미는 대장장이(코발)이고, 그리고 추가적으로 <여자꽁무니를 쫓는 자>, <여자 앞에서 과시하는 자>, <약삭빠른 자>란 의미로 쓰인다.

 

우리나라 공무원으로 따지자면 4-5급 정도 되는 공무원이고, 회사서열로 따지자면 차장정도 되는 코발로프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위엄을 더하기 위해서 자칭 소령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느날 아침 자기 얼굴에 코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코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괴기적인 것들을 경험한다.

 

이런 괴기적인 장면들에서 핵심이 되는 장면은 군대계급으로 따지자면 준장이 되어있는 자기 코와 만나는 장면이다. 살펴보자.

 

코발로프는 자기 코를 찾아 헤매다가 자기 코가 준장이 되어 마차를 타고 우아한 귀부인들을 방문하러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는 시내를 돌아다니는 준장이 된 자기 코를 뒤쫓다가 마침내 카산 대성당에서 무릎 꿇고 기도하는 자기 코와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 카산 대성당은 페테르부르크에 있는데, 나폴레옹 침입을 물리친 미하일 쿠투조프 야전사령관이 이 대성당에서 기도하고 출전했단다. 그리고 그는 그가 기도했다는 자리에 묻혀있다.

 

코발로프는 빌빌 꼬면서 준장이 되어있는 자기 코에 다가가서 자기 것이라고 하지만 준장이 되어 있는 코발로프의 코는 딱 잘라 아니라고 한다. 자기는 자기란다.

 

코발로프는 이 순간 멍하게 되지만 주변에 우아한 귀부인들을 있는 것을 보고 으쓱거리기 시작한다. , 준장이 되어 있는 자기 코의 위엄이 마치 자기 것이나 되는 양. 그리고 자기 얼굴에 코가 없는 것을 의식하고 돌아보지만 준장이 된 자기 코가 이미 그 자리를 떠난 것을 알아차린다.

 

이 장면이 핵심이다.  바로 이순간 코발로프가 절망에 빠진다. 자기 코가 <나는 나다>했을때 절망에 빠진 것이 아니다. 자기가 기대어 과시하고 으쓱거니는 것이 사라졌을때 절망에 빠진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코발로프와 같은 소시민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볼 수 있다. 몸에 걸치는 군복과 같은 것이고 그런 군복에 따라붙는 사회적 위엄/권력이다. 출세욕과 과시욕의 외화다.

 

진보의 <자기> 사유가 이런 것에 근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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