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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는 조국이 없다?

공산당 선언은 “노동자는 조국이 없다.”(“Die Arbeiter haben kein Vaterland.”)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아무런 설명이 필요없는 자명한 사실로 애기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 문장을 보면 그리 자명하지 않다. 상당히 많은 전제와 설명을 요구하는 주장임이 어렴풋이 느껴진다. 즉, “노동자들에게 없는 것을 그들에게서 빼앗을 수는 없다”(Man kann ihnen nicht nehmen, was sie nicht haben.”)란 문장에서 “노동자는 조국이 없다”란 서술이 “지구는 자전한다”란 명제와는 다른 의미구조를 갖고 있음이 인지된다. 이 문장의 진리조건이 역사임을 알 수 있다.

노동자의 형성은 ‘고향’(patria=아버지가 산 곳)의 상실을 전제한다. 이 상실은 역사가 애기해 준다. 그리고 노동자가 마주하는 ‘조국’은 ‘고향’의 형식이 아니라 국가의 형식이라는 것 또한 역사가 말해준다.

자본주의하에서 노동자와 조국과의 관계는 직접적인 관계가 아니다. "노동자는 조국이 없다"란 문장에는 뭔가 빠져있다. 노동자와 조국의 관계는 부르주아지로 매개된 관계다. 달리 표현하면, 노동자와 조국과의 관계에는 노동자와 부르주아지와의 관계가 깔려있다. 노동자와 조국과의 ‘참다운’ 관계는 부르주아지와의 투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공산당 선언은 이 투쟁의 길이 민족적이라고 한다. “첫 단계에서”(zunaechst) 프롤레타리아트는 “정치적 통치권”을 장악하여 “민족적 계급”(“nationale Klasse”) 또는 “민족의 영도적 계급”(fuehrende Klasse der Nation)이 되어서 프롤레타리아트를 민족으로 세워야 하는 길을 걷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길이 필연이라고 한다(“Indem … muss”). (밑줄 ou)

국제주의가 추상 이상의 것이 아니며 무능력하게 느껴지는 게 여기에 있는게 아닐까? “노동자는 조국이 없다”란  말을 너무 쉽게 생각한 건 아닌지....  내용(국제주의)와 형식(민족)의 변증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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