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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d est ergo tempus? Si nemo ex me quaerat, scio; si quaerenti explicare velim, nescio'.
(그럼 시간이란 대체 뭔가? 그걸 나로부터 쥐어짜내려고 하는 사람이 없으면 알겠는데, 쥐어짜내서 보여주라고 으름장을 받고서 설명하려고 하면 모르겠소. 성 아우구스티누스)
싸가지란?
질문이 잘못되었다.
싸가지에 대하여 말할 때 우리 눈 앞에 나타나는 것은? (what are we talking about when we talk about ...?)
“사랑에 대하여 말할 때 우리가 말하는 것”(“What we talk about when we talk about love.”)에서 레이먼드 카버가 보여주는 것은 사랑을 정의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화자 멜(Mel)이 그때그때마다 (독: je und je) 현실로 나타나는 사랑을 – 손짓, 몸짓, 표정 등으로 현실화되는 사랑을 알아보지 못하고 놓친다는 점이다.
싸가지는 타입(type)이 아니라 토큰(token)이다. 쉽게, 뭐냐고 물어보면 아리송하지만, ‘보면’ 접하면 금방 알아볼 수 있는 게 싸가지다.
왜 그런지 살펴본다.
싸가지란 말의 사용의 구체적인 상황을 사상(捨象)하고는 싸가지에 대하여 말할 수 없다. 이 구체적인 상황은 일반화될 수 있겠다.
손윗사람이 손아랫사람을 놓고 하는 말이다. 손아랫사람이 손윗사람더러 “싸가지 없다”하지 않는다. (이건 정말 싸가지 없는 짓이다.) 싸가지는 이런 너와 나의 관계(Ich-Du-Beziehung)에서 사용된다. 제3자의 입장에서 어떤이의 어떤사람에 대한 말 혹은 행동을 놓고 “싸가지 없다”할 때도 역시 이런 ‘너와 나의 관계’가 추상되어 ‘어떤이의 어떤사람과의 관계’속에 스며있다.
그럼 손아랫사람의 뭘 놓고 싸가지 있다 없다 하는가?
여기서(독일) 태어나서 우리말을 잘 못하는 녀석들도 어른들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피워도 고개를 돌리는 등 어디서 배웠는지 어려워한다.
뭐야? 무슨 관계야? 왜 그래? 반권위주의적인 교육을 받은 친구들이 아닌가?
부정적으로 손아랫사람과 손윗사람의 관계는 권위주의적인 관계다. “귀때기에 피도 안마른 놈이 …” 할 말을, 해야 할 말을 못하게 한다. 그리고 싸가지를 주문한다.
근데, 싸가지가 주문의 대상인가?
주문의 대상이 되는 순간 이미 사라진게 싸가지다. 주문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달라고 손을 내미는 순간 손바탁에서 문드러지는게 싸가지다. 주문자는, 합당하게 주문한다 할지라도, 바로 꼰대가 된다.
싸가지 있는 녀석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 싸가지 없는 녀석들을 보면 기분이 나쁘다. 이 기분의 바탕에는 치유될 수 없는 병[자]의 위로가 있다. 중턱을 넘어서 하강하는 삶은 스스로 치유할 수 없는 병이 있다. 돌이킬 수 없는 것, 후회막심한 것, 다시 한번 살게 된다면 달리 하고 싶은 것 등 충만한 삶의 ‘부정적인 우토피아(유토피아/eu-topia가 아닌 몸둘 곳이 없는 우토피아/ou-topia)’가 있다.
싸가지 있는 녀석들은 이 병을 위로해 준다. 손윗사람의 시간성을 자기 것으로 만든다. 그리고 손윗사람에게 희망을 준다.
싸가지 있는 녀석들은 입을 열기전 이 시간성을, 밤에만 피어오르는 하얀 박꽃을 보는 능력이 있는 녀석들이다.
지금 진행되는 ‘진보의 싸가지 부재론’은 이곳 블로거 藝術人生님이 이야기한 진보의 ‘역사와의 단절’이라는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걸 명쾌하게 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어야 겠지만 오늘은 이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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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1. 그리스 'politeia'와 로마 공화국의 '망각'하라는 엄명과 야훼의 기억하라는 엄명.
2. 축복: 몸쓸시간과 관계하는 싸가지 있는 사람들을 볼 때 절로 나오는 간절한 기도. "잘 돼라." - 노아의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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