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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주는 게 모야?

대학이 주는 게 모야?

 

교보문고에 들렀다 미술잡지에서 낯잊은 얼굴들 발견.
박서보, 김태호.
거만하고 자신감에 넘치는 그들의 얼굴이 어찌나 거슬리던지…실상을 알고도 그들을 인정하기란 싶지 않은…모 약간은 삐딱하게 약간은 주관적편견일지는 몰겠지만….여튼…
미술잡지의 표지를 대문짝만하게 차지하는 그들을 보며 난 대학이 나에게 무엇이었나 곱씹어본다.
한창 고교등급제로 인해 시끌벅쩍한 지금.
수시모집에서 떨어졌다고 울며불며(물론 고교등급제로 억울해서이기도 하겠지만..쩝) 세상 다 산것 같은 얼굴로 TV인터뷰하는 학생들을 대하니..학벌이 주는 사회적 잇점을 알고 있는 측면에서는 그들이 이해가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저건 좀 아닌데’ 라는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학문의 전당. 상아탑의 상징..대학.
개혁의 바람이 불어도 언론과 더불어 대학내 부조리와 문제는 여전히 잔존하고…대학교수가 되려면 아직도 손에손에 하나둘씩 무겁게하고 교수에게 인사하러 가야하는 현실.
미대는 대학시절내내 도제시스템이 아주 철저해서 강의하나라도 따거나 그 이전에 조교자리하나라도 맡을라치면 교수들 100호,200호 캔버스를 수십개 짜야만 가능할똥 말똥이었다. 것도 힘있는 남자들의 몫이고 여자들은 돈자랑을 해야한다. 미대생의 부모님의 평균직업은? ‘사’자로 끝나는…변호사, 검사, 의사…사장!(우리학번의 여학생은 유독 그랬다…돈많은 부모생각에 미술하는 자녀는 결혼보내기 좋은 조건이라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그러나 여전히 잔존하는 현실^^..)….등등…돈 잘버는 부모님의 능력을 과감하게 발휘해야 하는거다. 에피소드 하나, 과교수의 개인전때 왠만한 작품은 거의 다 사준다는 부모님. 울학번 여자애였는데 그 친구 대학원 졸업 개인전때 과교수 오자말자 하는 말 “우리 부모님은 어디계시나?” 속물성과 위선에 지금도 치가 다 떨린다..흐흐…그 친구 지금 출신대학에서 강의나간다 한다.


요즘엔 취업 잘되는 과가 가장 잘나가듯이 미대에도 회화과나 조소과 순수미술보다는 시각디자인, 산업(공업)디자인 상업미술의 학과경쟁률이 훨씬 높다.
하지만 나 들어갈때만해도 회화과는 출신대의 최고과였다. 그러나 지금은 디자인과가 점령해버렸다.
실기, 내신, 수능성적 등 모든면에서 디자인과가 최고다.
회화과 교수들이 불평하기를 새내기들이 예전같이 똘똘하거나 실력이 대단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고 들었다.
시대의 흐름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유지되어야 할 예술영역이 있는것이고 그렇담..이렇게까지 대세가 역전될 때까지 학과 교수들은 무얼 했을까?


개인적으로 대학은 나에게 준게 없다고 생각한다. 단언컨대 말다.
한국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미술인재들 모아놓고 바보만드는 과라고..
전부는 아니더래도 일정정도는 그렇다.
나보다 잘 그리는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대학와서 알았고, 괴이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넘치는 인간들이 주변에 널리고 널렸다는걸 알았을 때 좌절감..그건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들과 경쟁하며 그들과의 협력으로 창조적 감성은 키워지고 진일보해왔던거였다.
거기에 대학은 특히 교수들은 무엇하나 영향력을 끼치지 못했다.
오늘 그들의 작품을 잡지에서 접하며 나의 주관적 평가가 여전히 적용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을 뿐, 그들의 작품에 감동하고 그들의 예술관을 존경해마지 않으며 감동에 전율하고..그런건 없다. 슬프게도 말다.


“꼼뽀지션” 이라는 단어하나로 학생들의 작품을 평가하여 자신의 무식함을 과시했던? 교수의 현재 작품은 10년 개인전때 작품과 선하나도 달라진게 없었다. 놀라울 뿐이다.
10년전 그의 개인전을 보고난 후 딱히 할말은 엄꼬 할 수없이 던졌던 말 “벽지하면 딱 좋겠네~”였다.
그러나 지금도 그거였다.
어찌나 똑같은지…
물론 작가의 고유색깔은 쉽게 바껴지지 않는 것이 전형이기는 하다..하지만 그들은 울고먹어도 넘 울고먹는다.
우리나라의 현대미술사안에서의 그들은 형식주의와 매너리즘의 대표주자이다.
19세기 서양의 추상회화에서 맥을 이어온 한국 추상회화의 대들보 박서보.

(그림을 다운받으려 했으나 가능하지 않다..어찌나 세밀한데까지 신경썼는지...

그의 작품을 감상해보려면..http://www.sejul.com/html/artists_parkseobo2.htm)
일본평론가 “ 흰색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하는 작가”라고 극찬을 마지않는다.
하지만 한국 추상회화는 서양의 추상회화의 형식만을 따온 껍데기이다.
서양의 추상회화는 사실적인 기법대신 고유의 형체를 해체하고 원근을 평면화시키는데서부터 출발하였다. 추상회화란 흔히 어떠한 외적 대상도 재현하지 않는 미술을 말한다. 대신 재현의 대상은 인간 내부 심상의 표현으로, 혹은 회화의 본질을 표현하는 것으로 옮아간다. 인간 내부로 옮겨진 대상은 무의식의 표현으로, 상상력의 표현으로, 기분, 정서의 표현으로 세분화되면서 다양한 표현을 낳는다.
하지만 한국추상회화는 서양의 형식을 그대로 옮겨올 뿐 미학적 내용은 전무하다.
한지로 세겹 네겹 덧칠하며 묘법이 어쩌고 물질과의 치열한 대결이 어쩌고 한다.
“사상 없으면 진정한 예술가 아니다” 까지는 아니더래도 형식에 대한, 재료에 대한 고찰과 행위만 하면 무엇하랴. 그의 그림을 보면 아무런 상상력도 발현되지 않는다. 내가 감성이 모자라서일까? 아니면 너무 주관적 견해만을 주입시켜 예술이 아니라고 외치는 것일까?
예술이 꼭 이래야만 한다는 정답은 없겠지만 그들에게 예술은 저 높은 곳에 있는 고매한 그 무엇이다.
즉 고급예술인 것이다.
돈많은 자들의 실내장식물이자 투자대상이다.
호당(엽서한장 크기) 1000만원도 호가한다고 하니…출신학과 교수들은 모두 부자다! 우와~ ㅠ_ㅠ
그림(예술)의 가치는 무엇으로 매겨지는 걸까?
얘기가 길어지니까…건 논외로 하자.
여튼 그들이 부자건, 한국현대미술사에서 거장의 자리를 꽤차건 어쨌든 뭔가를 이바지하긴 했겠지. 인정한다.
하지만 교수로서 그들은 자격미달이다.


이두식이라는 잘 나가는 작가있다. 그의 그림은 고층빌딩로비에서도 심심찮게 보인다.
밤새껏 100호 크기의 캔버스를 남학생이 열심히 짜놓으면 새벽에 잠깐 와서 휙휙 몇시간 그리면.. 작품 하나 완성! 그 그림은 몇백, 몇천에 팔린다. 요기서 한가지 비밀누설. 그림을 초벌로 학생이 살짝 그려놓으면 그 위에 몇번 선을 그어놓고 완성시키는 경우도 있다한다.
구라다. 사기다…백남준아저씨가 일찍이 “예술은 사기다” 라고 했다.
내포하는 의미는 다르지만 일정정도 이런 의미에서는 맞아 떨어지는거다.
그들의 추상화는 왜 그렇게 잘 팔리고 잘나가는 걸까?
왜 그들의 그림을 사는 걸까?
좋아서겠지…순진하다.
유명하니까…비싸니까 몬가 뽀대나 보여서겠지.
몰겠다.
그거면 장식품으로는 제 역할을 충분히 하는거니까. 작가 살아생전에 사두고 작가가 죽으면 가격이 몇배씩 점프하는 여느 부동산보다 나은 투기성 자본이니까…

 

딴길로 샜군. 이두식 교수 얘기하다가 이렇게 되었구나…
그분 수업의 출석은 무조건 100%가능했다. 왜냐? 교수가 수업에 안들어오니까…
딱한번 본다. 한학기에 채워야 할 작품을 다 채운 다음 교수가 그걸 평가하는데 바로 그날이다.
말도 별로 없다. “음….좋네” 그게다다…
무얼 배워야 하는걸까?
혼자서 그림분량 채우고 주제에 맞게 고민하고 그리고…그러면 그게 끝인데..혼자서 터득하고 알아나가야 한다면 왜 미술대학이 존립하는 걸까? 그때는 그게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편하기도 했다. 워낙에 채울 분량이 많아서 밤샘을 죽먹듯이 했었으니까 말다.
대학졸업 후 물감을 살돈도, 작업실을 구할 돈도 뭔가 생산적인 노동을 해야만 가능한건데 한국미술계의 시스템은 젊고 실험적인 작가의 뒤를 봐줄 스폰서역할, 재능있는 작가들을 발굴, 육성하는 구조자체가 안되어 있다. 외국을 나가 혼자서라도 뺑이치고 유명해져서 돌아오는 작가들이 넘치는건 작업환경의 토대가 열악하기 때문에서다.
교수들은 자신의 안일을 위해 여전히 그림을 그리며 잘먹고 잘산다.
후배양성을 위해 한국 미술계의 구조적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개선싴키기 보다는 자신의 부와 명예를 누리며 호위호식한다.
그림은 그들에게 부를 축적하는 도구이며, 예술행위는 부를 명맥시키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어쨌든간에…그들은 그냥 잘나가는 작가로만 남아있으면 된다.
똘똘이들을 바보로 만들 권력을 그들에게 주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변화가능성이 적다.
그들이 키운 학생이 조교가 되고, 미술계의 주류작가가 되고(아직도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한국대전 모 이런데서 상타는건 줄을 서면 탔다. 교수들이 결과 발표나기전 당사자에게 알려준다, “이번엔 네 차례네? 축하한다”…허거거걱…), 시간강사가 되고, 교수가 된다.
그나마 프랑스에서 재료학을 배우고 돌아온 시간강사였던 선배는 1년있다 쫓겨났다.
줄서기를 안해서라고…


H모 대학이 세계의 미술대학으로는 과연 몇위에 랭크될까?
학부졸업하고 외국나가 똑같은 과의 학부공부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외국에서 국내학부졸업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러니다. 그나마 한국에서는 최고라고 하는 대학마저도 외국에서 인정이 안되어 비슷한 교육을 또 돈들이고 4년의 세월을 다시 공들여 공부해야 하다니..아니 새로 공부하는거나 마찬가지일까? 흐흠…
미학책을 한줄이라도 더 읽어 예술적 내면세계를 풍부하게 하고, 재료에 대해 한번 더 고민하며 새로운 형식창조에 밤샘해야 할 때 소위 잘나가는 주류작가들은 교수의 작업실에서 새하얗고 탱탱한 캔버스를 짜주며 그들의 배에 기름칠을 도왔고, 교수들과 토론하기보다는 유명해지는 방법을 벤치마킹하는 속물성 기회주의를 발휘하였다….그러면서 그들은 한국미술 주류계의 명맥을 이어간다. 슬프다.
그런 대학에 가기위해 기업화된 강남의 잘나가는 학원을 다녀야 하고, 왠만한 노동자의 한달치월급을 갖다바쳐가며 특별히 교수의 실기 사사를 받아야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대학이 바뀌어야 할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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