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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가 아닌 정치를 변화시켜라

지난 12월 7일부터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리고 있다. 각국은 2012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기후변화협약을 마련하기 위한 협상에 돌입했다. 세계 98개 나라가 참여한 이번 총회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문제가 지금까지 인류가 겪어왔던 그 어떤 위기보다 더 크고 경험해보지 못한 파괴력을 갖고 우리 앞에 다가서고 있기 때문이다.

코펜하겐, 환경운동가들의 거리행진. “부자나라들이 당신들이 진 기후의 빚을 갚아라”


기후변화의 위험성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는 보고서에서 산업혁명 이후에 일어난 지구온난화의 원인에 대해 인간의 활동, 그 가운데서도 주로 화석연료 및 토지개발과 관련된 인간의 활동에 있는 게 거의 분명하다고 밝혔다. 지금 세계는 산업화 이전에 비해 약 0.8℃ 기온이 상승했다. 이는 지난 백만 년 사이에 가장 높았던 기록에 1℃ 이내로 접근한 수치다.
많은 과학자들은 지금 이대로 간다면 기후변화에서 결정적인 전환점인 산업화 이전 대비 2℃ 지구온난화가 멀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2℃ 지구온난화가 현실이 되면 아프리카와 호주, 유럽남부, 미국서부 등에서는 가뭄과 사막화가 일어나고, 아시아와 남미의 주요 빙하가 녹고, 북극의 빙상이 대규모로 붕괴되고, 동식물종의 15~40%가 멸종할 것이 예측되고 있다.
지금도 북극의 빙하는 녹고 있고, 해수면 상승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남태평양의 섬나라들은 이미 물에 잠기기 시작했다. 2004년 25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동남아시아 쓰나미와 같은 기상이변으로 인한 재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어이없게도 기후변화에 가장 책임이 없는 아프리카 나라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와 가뭄으로 가장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

기후변화협약
기후변화협약은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개최된 리우지구정상회의에서 처음 체결되었다. 당시 166개국이 이 협정에 서명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온실가스 규제치를 확정하는데 강력히 반대했고, 그 때문에 협약에는 아무런 달성 목표도 담을 수 없었다. 이후 계속되는 미국의 발목잡기에도 1995년 기후변화협약 회의에서는 선진산업국들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는데 동의했다. 하지만 미국의회는 개발도상국들에게 의무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협약을 거부한다.
1997년 일본 교토에서 개최된 회의에서는 오랜 협상 끝에 의무이행당사국인 38개 선진산업국들이 2008~2012년에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균 5.2% 감축한다는 안에 합의하였다. 하지만 자국 산업의 위축을 우려한 미국의 탈퇴와 러시아의 비준연기로 교토의정서는 우여곡절 겪다가 러시아가 2004년 말 비준을 함으로써 2005년 발효되었다.
그러나 교토의정서는 여러 면에서 한계를 갖는다. 우선 목표치가 너무 낮았다는 점과 그나마도 온갖 예외조항이 가득했다는 점이다. 더구나 가장 많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나라인 미국이 참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개발도상국들에 대해서는 어떤 제약도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현재까지 교토의정서가 설정했던 가장 낮은 수준의 목표조차도 별로 달성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2009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회의는 기후변화협약이 발효된 1995년 이후 매년 열린 15번째 당사국총회다. 주요 논의사항은 선진국과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개도국 지원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 및 지원규모와 방식, 온실가스 저감기술 개발 및 개도국으로의 이전, 교토의정서(청정개발체제, 배출권거래제, 공동이행) 개선 등이다.
온실가스 주요 배출국들이 감축목표를 발표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7% 줄이겠다고 한다. 중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에 비해 40~45% 줄이겠다고 한다. EU는 2020년까지 20% 감축을 발표했고, 한국정부도 2020년까지 2005년 배출량 기준으로 4%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각국들의 이러한 감축목표 발표에도 이번 회담이 어떤 성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지수다. 지금까지 기후변화협약의 역사가 보여주는 것처럼 정치선언 이상의 어떤 구속력 있는 새로운 협상이 될 가능성은 아직 희박해 보인다. 이번 협상 과정을 봐도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입장 차이는 여전했다. 이를 두고 아프리카 국가 등 기후변화의 피해가 심각한 나라들은 “유엔 기후회의에서 교토의정서를 고사 상태로 만들고 있다”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협상 중간에 개도국들이 5시간동안 회의 보이콧을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한국정부도 이번 기후변화협약 회의에 참석해 선진국과 개도국을 이어줄 가교역할을 자처하며 MB정부의 ‘녹색성장’을 선전하고, 2012년 기후변화협약회의 당사자국 총회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차원에서 기후변화 문제 대응에 적극성을 띈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녹색을 말하며 4대강을 밀어붙이는 역설을 본다면 그 방향과 내용의 문제에 대해 심히 우려가 된다.
모두가 기후 안정화를 위해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재생가능한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것이 가능하겠는가. 현재로서는 재생가능한 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또 이것은 개인의 차원에서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만으로 해결가능한 문제도 아니다. 이윤을 위해 끊임없이 경쟁과 효율, 성장을 강조하는 자본주의가 지속되는 한 지구온난화는 멈추기 어렵다. 이제 반자본을 말하고 있는 사회주의 운동 진영이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기후가 아닌 정치를 변화시키는 운동에 적극 나서야 할 때이다.   
 

 

 

안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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