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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2010년 영도에서 부는 칼바람


1월 22일 한진중공업 노동자들 거리행진. 사진출처 금속노동자

2004년 크레인

부산노동자들에게는 2004년 가을 하늘과 땅이 함께 아득하던 기억이 있었다. 그 해, 85호 크레인 운전실에 올라가 구조조정, 인력감축 저지 등을 걸고 고공농성을 하던 고 김주익 지회장은 스스로 85호 크레인이 “투쟁승리를 할 때까지 무덤임”을 유언으로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그 85호 크레인을 응시하며 내려오지 못하고 있는 동지의 시신을 애통한 마음으로 올려다본 지역과 전국에서 달려 온 노동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몇 일후 88호 크레인 밑 아득한 깊이의 4호 도크에서 곽재규 열사가 김주익 지회장의 뒤를 따랐다. 그야말로 하늘이 암담하고 땅이 아득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를 잊지 말라고 김주익, 곽재규 열사는 목숨을 끊었던 것인가. 2004년 한진자본은 죽음으로 항거하던 두 열사의 뜻을 이은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의 완강한 투쟁과 지역과 전국에서 달려온 노동자들의 전투적인 연대투쟁 앞에서 패퇴했다.

잃어버린 기억? 분노 되찾기
2009년, 한진자본은 흑자행진을 지속해 오다가 최근 세계적인 경제공황에 따른 선박수주 저조를 이유로 30% 인력감축을 전제한 구조조정을 감행하려 들었다. 그것은 지난 시기 흑자는 자본이 챙기고 향후 수주가 없는 상황을 노동자들에게 책임전가 하는 자본의 파렴치와 욕심의 결과였다.
이에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투쟁을 시작했지만, 사업장의 담장을 넘지 못했다. 그리고 2010년 1월, 자본의 정리해고 통보시한을 앞두고 투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월20일 한진중공업 본관 앞 광장에서는 전국금속노동자 집회가 있었다. 이날 전국의 금속노동자들은 ‘연대투쟁’ 결의를 밝혔고, 민주노총 지역본부와 그 산하 노동조합과 부산지역 50여개 사회단체에서도 대책위를 구성해 지역차원의 연대투쟁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구동성, 그러면 가능하지 않는가!
우연인지 몰라도 금속노동자 결의대회가 있고나서 한진 자본은 1월26일 발표하기로 했던 30% 구조조정을 잠정 보류했다. 그러나 구조조정을 철회한 것이 아니라 ‘발표’를 보류한 것뿐이다. 또한 노조조차 갖지 못한 하청노동자들은 몇 명이, 누가 쫓겨 난지도 모르게 쫓겨나고 있다. 그것은 자본의 공격이 결코 끝나지 않았음을, 아니 그런 시간을 벌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유난히 추운 2010년의 겨울, 마음마저 얼어붙게 하는 노동에 대한 일방적인 탄압의 공세에서 한진중공업지회는 그 선봉에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이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개별 사업장, 지역의 한계를 넘어서는 투쟁이 나와야 한다고 이구동성 입을 모으지만 아직은 먼 길이다. 우선 지역과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에서 한진 투쟁을 모범으로 세우고, 이를 계기로 형편없이 위축된 우리 노동자들의 힘을 다시금 확인해야 한다.
이것이 민주노조를 지키고자 했던 3분의 열사들의 뜻을 잇고, 2010년 내내 되새겨야할 교훈이며, 열사들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민주노조 사수와 구조조정 저지에 몸을 던진 그 결연했던 유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니겠는가. 더구나 싸늘한 겨울바닷바람 놓아 14일부터 시작된 단식으로나마 자신이 걸어갈 노동이 시작된 곳, 아직 자신을 지킬 조직조차 없이 쫓겨나고 있는 동지들의 미래를 지키고자하는 김진숙 동지 염원이기도 하다.
    부산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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