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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신문 사노위 52호> 다시 솟아오르는 이집트 혁명

다시 솟아오르는 이집트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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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점화

2011년 2월, 무바라크 정권을 무너뜨렸던 이집트 혁명은 무바라크 정권 퇴진 이후 그 빈자리를 차고 들어온 군부의 과도정부와 이슬람형제단의 무르시 정권의 등장으로 미완의 혁명으로 끝나는 듯 했다.
무르시 정권은 최저임금법과 최고임금법, 노동조합과 파업의 자유 등 약속되었던 개혁조치들조차 시행하지 않았다. 또한 노동자들의 파업을 범죄로 규정하고 빈민들에게 세금을 거두는 조치들만을 시행했다. 자본가들은 4,000개가 넘는 공장의 문을 닫으며 자본파업을 벌였음에도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무르시 정권 1년동안 노동자민중들은 무바라크 정권때와 마찬가지로 실업과 빈곤으로 고통 받았고, 이에 분노하고 저항했던 수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무르시 정권의 탄압으로 감옥에 갇히고, 살해당했다. 그러나 무르시 정권 1년, 이집트 노동자민중들은 자신들의 혁명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무르시정권의 반혁명적 조치들과 탄압속에서도 이집트 노동자민중들은 수천 개의 독립노조를 만들고 연대파업과 가두집회를 지속해왔다. 그리고 이집트 무르시 대통령 취임 1주년이던 지난 6월 30일, 이집트 전국에서 총 1,400만 명의 노동자민중들이 무르시 대통령의 퇴진과 혁명적 과도 정부의 구성을 요구하며 이집트 전국의 거리와 광장을 가득 메웠다. 다시 이집트 혁명이 점화되고 있는 것이다.

 

도마뱀 꼬리 자르기

혁명의 기운이 다시 솟아나자 권력의 중심에 있는 이집트 군부는 무르시 대통령에게 사태를 해결하지 않으면 군부에서 무력을 동원해 개입하겠다는 최후통첩을 공개적으로 전달했다. 무르시정권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무르시 대통령에게 ‘민주주의는 선거를 넘어선다’고 노동자민중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충고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는 제국주의자들과 이집트 지배세력이 무르시 대통령을 재물로 삼아 혁명의 기운을 잠재우려는 기만적 술수에 불과하다.
건설업, 방직업, 숙박업까지 국가경제의 40~50%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핵심 지배층인 이집트 군부는 무르시 정권의 충실한 동반자였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걱정없이 팔레스타인과 가자지구를 공격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대가로 무바라크 정권에 매년 12억 달러의 군사지원을 해왔다. 군부의 과도정부 이후에는 이집트의 혁명의 열기가 다른 아랍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아준다는 조건 하에 재정 지원을 실행하였을 뿐만 아니라 군사동맹을 강화함을 통해 정권의 버팀목이 되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개입된 정권교체는 또 다른 무르시 정권의 등장이며 이는 재점화된 혁명의 파괴로 이어질 뿐이다.

 

노동자민중의 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집트 군부 개입의 가능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또다시 이 혁명이 지배세력에 의해 후퇴할 처지에 놓여 있다. 그러나 노동자민중들의 투쟁의 열기는 결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점쳐지고 있다.
지금 이집트 노동자민중들은 무르시 정권을 무너뜨리고, 과도정부를 구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군부를 해체하고 노동자민중의 자신 스스로가 정치권력이 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만이 이집트 혁명을 승리로 이끄는 유일한 길이다. 이집트 노동자민중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이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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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신문 사노위 52호> 민주주의 회복을 넘어서는 투쟁 필요

민주주의 회복을 넘어서는 투쟁 필요

국정원 해체, 노동자민중투쟁으로 반박근혜 투쟁전선 구축해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국정원 대선 개입문제가 밝혀지자 전국적으로 ‘국정원 해체, 민주주의 사수’의 요구가 뜨겁게 올라오고 있다. 물론, 선거는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변혁이 아닌, 정해진 임기마다 정권을 바꿈으로써 자본주의 체제 유지를 ‘민주적 명분’을 얻어 연장시키는 제도일 뿐이다.
하지만 그것조차 노동자민중이 피 흘려 얻은 것이다. 그 투쟁의 역사를 외면하고 박근혜정부는 국정원까지 개입시켜 권력승계를 기도한 것이다.

국가정보원이 제 역할을 하게 하자?
국정원 사태를 규탄하는 많은 노동자, 시민들의 분노는 아직은 일부이기는 하지만 ‘국정원 해체, 박근혜 퇴진’으로까지 올라오고 있다. 실제로 6월 28일에 있었던 집회에서도 국정원 해체를 요구하는 구호들이 터져 나왔다. 민주당 국회의원을 비롯한 연사들이 “국가정보원이 국익을 위해 일하는 역할로 돌아가게 만들자”고 호소하며 국정원의 지난 역사와 본질을 외면한 주장을 되풀이하던 반면, 아직 소수지만 대중은 희미하게나마 그 본질을 몸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요구하던 노동운동을 용공몰이하고 민청학련 사건 등을 조작하며 공안몰이를 했던 중앙정보부와 안기부를 잇고 있는 게 국정원이다. 김대중 정권 시절 국정원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군사독재시절의 정보기구 이미지를 떨치려 했지만, 불법도청을 저지르고 국가보안법 사건을 만드는 등 자본가권력을 유지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기구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권력 유지를 위한 정치개입은 국정원의 ‘제 역할’이며, 그들이 지키는 국익은 자본가들의 권력을 유지시키는 한줌 자본가들만의 이익이다.

민주주의 회복 구호를 넘어설 때다
일부 시민단체들과 민주당 의원들은 사태에 개입하면서 ‘민주주의를 회복하자’는 구호를 내걸고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대한 향수를 교묘히 부추긴다. 그러나 그들의 국가정보원도 정치에 개입하고 노동자민중의 움직임을 탄압하는 공안기구였던 것은 똑같았으며, 그들이 지킨다는 ‘국가’는 자본가들의 특권을 달리 부르는 말일 뿐이다.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정리해고를 도입했으며 그에 저항하는 이들을 공안조작으로 잡아넣던 그 시대를, 우리가 회복해야 할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 있는가?
국정원은 어떤 정권 하에서든 자본가 권력을 위해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저항을 탄압했던 기구였다. 이번 사태는 그 본질이 더 선명하게 드러났을 뿐이다. 국가정보원 해체를 요구하면서, 민주당과의 연대연합이 아니라 노동자민중의 투쟁으로 자본가들의 부패정권 박근혜정부 퇴진을 위한 움직임을 만들어갈 때다. 노동자의 권력, 노동자의 정부를 세우지 않고서는 가진 자들만의 권력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 선거로는 심판할 수 없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가 증명해 보이고 있지 않은가.

 

오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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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신문 사노위 52호> 전력난은 에너지 민영화가 낳은 필연적 산물

전력난은 에너지 민영화가 낳은 필연적 산물

지난 12년간 산업용 전기 사용량은 가정용 전기의 6배나 증가...
산업용 전기로 10대 대기업이 챙겨가는 간접이윤이 1조원 넘어...

 

호주머니 털기사용자 삽입 이미지

전력산업 사유화도 자본의 무한 축적욕구가 낳은 산물이다. 1980년대에 시작된 신자유주의는 세계시장이 포화에 이르고 이윤율이 떨어지자 내부시장 공략에 나섰다. 자본은 공공부문 민영화와 비정규직 노동의 확산으로 이윤율을 만회하려고 했지만 위기는 더 심화되어 세계 곳곳에서 노동자들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전력산업 사유화도 예외가 아니어서 사적자본이 진출하여 막대한 이윤을, 전력노동자들은 노동강도 강화와 일상적인 구조조정에, 국민들은 전기요금 인상과 더불어 대규모 정전 그리고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미 전력산업 사유화는 파국으로 가고 있는데 그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막대한 공적자금이라는 명목으로 노동자들의 호주머니를 털게 된다.

 

전력난의 실체

민자발전의 설비용량은 지난 12년 동안 거의 3배가 늘어 현재 화력발전공기업 하나의 규모(전체설비용량의 11% 수준)이며, 2027년이 되면 껑충 뛰어서 거의 2개 규모가 되어 전력산업에도 재벌이 생겨난다. 기존 민자발전 자본인 포스코, SK, GS에 추가해서 현대, 삼성, 대우, STX, 동부, 동양 등 재벌·대기업들이 너나없이 발전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사유화가 진행되자 전력사기업에 대한 국가의 전력수급 통제력이 약화되어 15%를 유지하던 설비예비율은 4.8%까지 떨어져 광역정전과 만성적인 전력수급난 시대를 맞게 되었다. 공급예비력의 경우 2012년 약 400만kWh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원자력발전소 4개 용량에 해당하여 하나만 고장이 나도 전력수급비상에 돌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2년 기준 산업용전기가 전기사용량의 55.3%를 차지하지만 요금은 kWh당 92.8원이다. 이에 반해 가정용 전기는 14%에 불과하지만 123.7원이다. 원가이하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현실화시키지 않을 경우 한전의 파산과 발전공기업들의 발전설비 투자 재원 축소는 불가피하다. 지난 12년간 산업용 전기 사용량은 가정용 전기의 약 6배나 증가하였다. OECD 자료에 의하면 국가별 1인당 전기사용량과 가정용 전기 사용량을 봐도 한국의 경우 1인당 전기소비량은 프랑스, 일본과 비슷하나 가정용 전기소비량은 프랑스와 일본의 반 밖에 되지 않을 정도다.

 

자본 이윤만회를 위해

사유화 이후 한전의 이윤은 점차 감소하여 최근 몇 년간 수조원의 적자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민자발전에서 비싸게 전기를 구입해서 재벌·대기업에 원가이하로 공급하는 한전은 부채만도 거의 100조원에 이르며 이는 모두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민자발전의 순이익은 해가 갈수록 불어나 26배로 늘어났다. 원가이하의 산업용 전기요금으로 10대 재벌·대기업이 챙겨가는 간접이윤만도 1조원이 넘는다.
더욱이 국민들이 전력난으로 고통 받을 때 절전을 명목으로 재벌·대기업이 챙긴  정부 보조금만도 지난해 4,551억원이었다. 발전회사간 경쟁으로 값싼 발전설비 건설, 유지·보수비용 삭감, 정비기간 단축, 저질연료 사용, 공사비 최저가 낙찰, 대대적인 설비 외주화, 인원감축, 비정규직 확산 등으로 발전설비 전반에 대한 품질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최근 원자력 부품 위조사건도 이와 연관되어 있다. 심지어 정부는 발전공기업의 투자재원, 건설관리·시운전·운영·정비 등 발전공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돈과 노하우를 민자발전 육성에 동원시키고 있다.

 

민영화와 구조조정

2001년 이후 발전5개 자회사의 설비용량은 32% 증가하였으나 간부직원은 41.6% 늘고 현장인력은 고작 5.7% 늘었다.
간부직원의 비대화와 현장인력의 부족은 현장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지고 발전설비의 안정적인 운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력산업 민영화로 인한 발전노동자의 건강에도 이상이 있음이 확인되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전력산업 사유화, 구조조정, 노동조합 탄압, 강제이동, 차별 등으로 10명 중 6명이 우울증으로 의심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전력산업 사유화는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국민들에게 안정적인 전력공급도, 경쟁의 효과로 인한 전기요금 인하도, 전력산업의 효율성도 높이지 못하고 오히려 거의 모든 부분에서 문제를 야기했다. 정부가 12년 동안 한 것이라고 재벌·대기업이 엄청난 이윤을 챙기도록 하고 국민에게 그 부담을 지워나가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에너지산업의 사회화

국정원 선거개입으로 권력의 정당성을 의심받고 있는 박근혜 정권은 전력․가스산업 구조선진화라는 이름으로 에너지산업 전반에 대한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민자발전의 확대와 더불어 전력수요관리 기술인 지능형전력망을 매개로 재벌·대기업에게 한전의 전기판매사업도 내주려 한다. 이 사업에는 SK, KT, LG전자, 삼성, 현대자동차, ABB 등 국내외 대자본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전력산업 사유화와 자유화를 15년 이상 먼저 추진했던 영국과 미국은 만성적인 전력난과 대규모 정전사태 그리고 요금폭등을 일으켜 국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국유화하거나 규제를 강화하였다.
독일은 이미 탈핵을 선언하고 석탄발전을 지양하고 있으며 대체에너지 확보와 확대를 국가적인 목표로 정하고 추진하고 있다. 최근 많은 나라들이 에너지산업을 에너지안보와 환경문제 차원에서 자국의 에너지산업으로 통합하고 있다.
대안은 분명하다. 전력산업, 가스산업, 철도산업, 의료산업, 물 사유화를 중단하고 국가가 소유하되 정부·회사·노동조합·환경단체·시민단체가 사회적으로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

 

김동성(발전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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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신문 사노위 52호> 명료해진 진보정치의 노선분화와 새로운 노동자계급정치!

명료해진 진보정치의 노선분화와

새로운 노동자계급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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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노동자정치 문제를 다룬다.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확인된 것은 분명히 마침표를 찍고 새롭게 준비할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사노위 역시 노동자계급정당 추진위 출범 전에 사노위 당 건설운동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과제 점검을 해나갈 것이다.

 

사민주의

기존 진보정당들의 당 대회가 연이어 열리고 있다. 가장 먼저 당대회를 열었던 진보정의당은 노동중심의 진보정당을 사실상 폐기했다. ‘모두를 위한 복지국가’를 표방하면서 노선적으로도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성격을 분명히 했다. 동시에 민주대연합에 기초한 야권연대 역시 재확인했다. 특히 민주노총과의 관계, 노동중심성에 대한 반성문 성격의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노동’계급에 기반한 유럽의 사민주의 정당들보다도 더 우경화 된 노선을 공식화했다. 어쨌든 진보정의당은 자본주의 체제를 인정하면서 자본주의 고쳐쓰기에 합류한 셈이다.

 

민족주의

통합진보당 역시 정책당대회를 통해 당의 이념으로 ‘진보적 민주주의’를 정식화했다. 통진당은 ‘나라의 주권회복’을 최고의 가치로 놓고 이를 발판으로 민주정부 수립과 평화통일이라는 NL 노선을 재확인했다. 이를 두고 통진당은 ‘좌우편향 없는 정치노선’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길게 말할 것도 없이 민족민주정당이다.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핵심문제가 아니다. 그렇기에 노동자정치와는 근본적으로 별 관계가 없다.
 

사회주의

진보신당 역시 재창당 대회를 열고 재창당할 당의 강령을 제정했다. 진보신당은 재창당할 당의 이념을 ‘생태주의, 여성주의, 평화주의, 소수자 운동과 결합된 사회주의’로 정리했다. 민주노동당의 ‘사회주의의 이상과 원칙을 계승’한다는 것에서, 진보신당의 ‘평등·생태·평화, 참된 만남의 공동체’라는 모호한 표현에서, 당 강령을 사회주의로 정식화했다는 점에서는 당의 이념이 보다 분명해졌다. 그러나 당명을 둘러싼 논쟁과 부결은 여전히 당 노선에 대한 당 내부의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여전히 혼란 상태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통합파, 구사회당, 독자파 등의 진보정치 재편에 대한 상이한 판단은 연석회의, 새로하나 등 진보정치통합 흐름과 맞물려 더 큰 논쟁과 혼란이 예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기존 진보정치는 이념을 보다 명료하게 하면서 노선분화를 해서 각자 갈 길을 결정했다. 2013년 노동자계급정당 추진위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변혁모임도 이러한 노선분화 위에 서있다. 그렇기에 변혁모임이 건설할 당의 이념과 노선, 변혁적 현장실천방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변혁모임의 발걸음이 조금은 더 빨라져야 하지 않을까.

 

선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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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신문 사노위 52호> 진보적 자유주의는 또 다른 부르주아 정치 이념일 뿐

진보적 자유주의는 또 다른 부르주아 정치 이념일 뿐
 

 

야당 진영의 이념논쟁

이른바 ‘진보적 자유주의’가 화제다. 안철수 세력이 스스로의 이념적 좌표를 ‘진보적 자유주의’라고 밝힌 이후, 그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부터, 사실상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이념과 다르지 않으며 이미 많은 정치인들에 의해 제기되어 새롭지 않다는 비판까지, 관련된 많은 논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안철수 싱크탱크인 ‘내일’ 단체의 이사장인 최장집이 안철수 정당은 ‘노동중심의 진보정당’이라고 해서 사람들을 놀래키더니 이번엔 ‘진보적 자유주의’를 표방하고 나서 더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진보적 자유주의는 노동자정치는 물론이거니와 소위 진보정치와도 아무런 연관이 없다. 정확히 본다면 진보적 자유주의는 사민주주의가 실패를 자인하며 신자유주의에 투항하면서 나온 이념이라고 해야 한다.

 

이른바 사회적 시장경제
그 뿌리부터 보수적인 이념

최장집이 밝힌 바에 따르면 진보적 자유주의는 시장경제의 발전을 지향하며 동시에 시장주의의 과잉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폐해를 교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이념이다. 이것이 표면상 모호하게 보이는 것은 당연한데, 이 개념 자체가 유럽 사회민주주의와 보수적 시장주의의 희석 과정, 더 정확히 말하자면 유럽 사민주의의 자유주의에 대한 패배과정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아, 안철수의 ‘진보적 자유주의’는 독일을 그 뿌리로 하는 ‘사회적 시장경제론’과 이념적 궤를 같이한다. 최장집 역시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론을 모델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힌바 있다.
‘독일하면 사민주의, 사민주의는 진보’라는 연상과정에 의해 뭔가 ‘진보적’ 이미지를 가지지만,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론은 그 뿌리부터가 보수적인 이념이다. 발터 오이켄이라는 보수적 자유주의자로부터 비롯한 ‘질서자유주의’, 곧 ‘시장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는 국가가 개입해야한다’는 독일식 신자유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이에 사회보장제도를 곁들인 것이 바로 사회적 시장경제론이며, 이는 바로 현 독일의 보수 집권당인 기독교 민주당(기민당)의 경제이념이다(안철수 세력 역시 기민당을 모델로서 자주 언급한다).
한 마디로 국가개입은 시장경제와 기업의 자유를 위해 이루어져야하며, 또한 시장경제와 기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념인 것이다. 방점은 시장경제와 기업의 이윤에 있으며, 바로 이것이 국가개입의 목적과 한도를 결정한다.

 

진보적 자유주의
우리는 지난 10년간 충분히 경험해왔다

최장집은 김대중 정부가 표방한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병행 발전’이 IMF 구제금융이라는 상황으로 인해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김대중 정권 당시로 돌아보자. ‘빅딜’을 축으로 한 재벌의 업종 통폐합-즉 자본 경쟁력 강화정책, 주주자본주의의 전면적 도입을 통한 시장질서의 강화, 급속한 노동유연화와 노동운동 탄압으로 상징되는 노동정책, 이에 곁들인 잔여적 복지정책(이른바 ‘생산적 복지’)로 요약할 수 있는 당시의 경제정책은 ‘사회적 시장경제론’의 온전한 발현이었던 셈이다.
 
좌파 신자유주의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는 얼마 전 안철수 세력과 진보정의당의 연대에 대해 ‘정치소설’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민주의를 지향하는 진보정의당은 안철수 세력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심상정은 국회연설을 통해 정치개혁을 중심에 둔 연대를 강조하고 이어 인터뷰를 통해서도 ‘양당체제에 균열을 가할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한다’는 발언으로 안철수와의 연대를 기정사실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진보정의당을 비롯해 유럽식 사민주의를 추구하는 ‘한국형 사민주의자’들과 안철수는, 분명 ‘진보’, 그리고 ‘자유주의’에 대한 저마다의 다른 해몽을 통해 만날 것이다. 그리고 노동자들에게 ‘진보’와 ‘자유주의’의 만남의 결과는 좌파신자유주의를 말했던 노무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이야기했던 김대중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백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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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신문 사노위 52호> 변혁모임, 이제 실전에 뛰어들 때다

변혁모임, 이제 실전에 뛰어들 때다

 

변혁모임은 지난 4월 전국활동가대회를 통해 11월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원회 출범을 결의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노동자정치를 둘러싸고 진보정의당의 반성문이 나오고, 정치개혁을 표방하는 한 자본가 출신 정치인의 새로운 정치가 ‘진보적 자유주의’라는 것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이 상황에도 여전히 노동자정치는 기존 진보정치를 뛰어넘는 자기 실천으로 대중 앞에 서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당추진위 출범을 앞둔 변혁모임의 임무는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변혁모임은 이제 진보정치가 아닌 노동자의 정치, 개혁과 진보의 연합과 단절하면서 독자적인 노동자계급의 정치를 밝히는 실천의 무대에 나서야 한다. 한편, 노선과 전략에 있어서는 보다 명료하고, 실천에서는 더 풍부하고 단호한 활동을 벌여나가야 한다.

정치사상적 통일을 위한 풍부한 토론이 필요하다. 변혁모임의 조직 명칭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변혁적 현장실천과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은 당의 기반이 어디에 있는가를 보여줌과 동시에 ‘변혁’을 목표로 하는 당의 성격을 드러낸다.
그러나 여전히 변혁모임 안에서는 건설할 당의 성격과 노선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대중정당, 활동가정당, 전위정당 등 당의 성격을 둘러싼 바깥에서의 선규정이 변혁모임 내부 논의를 역규정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이 문제에 대한 변혁모임 내 논의를 통해 5대 기조 안에 밝히고 있는 ‘민주적인 정당과 활동하는 당원’의 내용이 더 풍부해지고 내부의 통일성을 획득해 나가는 과정으로 발전해나가야 한다.
또한 강령상의 논의를 준비해나가야 한다. 사회주의, 여성, 생태, 소수자, 생산수단의 사회화 등 여러 의제들에 대한 강령마련을 위한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돼야 한다. 변혁모임은 대선투쟁 시기 선거강령에 대한 합의점을 가지고 있지만 이제는 당 강령수준의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당의 운영에 있어서 분파문제에 대한 것 역시 논의가 필요하다.

둘째, 변혁적 현장실천에 걸맞는 투쟁의 강화와 정치적 확장의 문제를 본격화해나가야 한다. 투쟁의 강화는 정치적 통일성을 높여내는 과제와 더불어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위한 두 개의 주요 기둥이라고 할 수 있다. 당추진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있는 현재, 변혁모임은 진보정치와는 다른 노동자정치를 실천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현장투쟁의 강화는 계급대중으로 하여금 변혁적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자신의 정치적 대안으로 삼을 유력한 계기인 까닭이다. 일반적인 근로조건의 향상과 권익 확보, 비정규직 철폐, 일상적인 구조조정에 대한 분쇄 투쟁 등과 그 투쟁에서 단순한 저지와 반대를 넘어 자본주의를 폐절시키는 사회체제에 대한 전망까지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이같은 정치적 심화가 실천을 통해 드러날 때 변혁모임은 노동계급에 뿌리 내리는 노동자정치를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다. 투쟁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변혁모임 활동가들이 헌신적으로 투쟁에 임하고 있지만 현장투쟁과 전국적 투쟁전선으로 확장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계획을 마련하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

셋째, 공세적인 조직화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 현장에는 전투적인 활동가이기는 하나, 자신의 정치적인 전망을 획득하지 못하거나 지난 노동자 정치에 대한 환멸로 정치활동을 전개하지 않고 있는 활동가들이 많이 있다. 이들 뿐 아니라 새롭게 성장하고 활동으로 상승하고 있는 활동가들에 대한 적극적이며 공세적인 조직화가 필요하다. 변혁모임은 변혁적 현장실천에 동의하고 노동자계급중심성과 자본주의 체제 변혁, 민주적 정당과 활동하는 당원, 노동자민중권력 쟁취, 반제국주의 투쟁과 국제연대 등 계급정당운동의 5대 방향에 동의하고 함께 활동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진 당건설추진모임이다.

무엇보다 변혁모임은 현장활동가들이 주체가 돼서 당운동을 현실로 만들어냄으로써 대리주의로 점철된 진보정당운동을 뛰어넘는 제대로 된 노동자계급정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와 결의의 담지체다. 그 힘으로 현장의 활동가들, 자본주의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모든 이들과 만나자. 이 속에서 제대로 된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의 에너지를 만들어나가자.

나영선

  논쟁이 아닌 실천으로 다른 정치를 드러내자”
               두원정공 엄정흠 동지가 말하는 현장 활동가들의 고민

 

새로운 노동자정치가 현장에서부터 다시 논의돼야 하는데 쉽지 않다. 현장에서 고민되는 것은?
단위사업장마다 현안이 참 많다. 그러다보니 사실 활동가들이 버거워하고 있다. 자본의 탄압을 개별사업장에서 모두 감당해야 상황으로까지 내몰리게 된 것은 사실 노동운동의 후퇴와 진보정치 파탄의 결과다. 그러다보니 노동자계급정당에 동의하는 활동가들도 현재와 같은 조건에서 정치활동이 무겁게 다가온다. 결국은 실천 문제다. 현장노동자들이 ‘다른 정치다’라는 인식이 생겨야 한다. 그래야만 현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노동자들을 정치운동의 주체로 세워낼 수 있다.

 

박근혜정부 등장이후 많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이명박정부 때와는 또 다른 것같다. 대단히 새련된 방식으로 노동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노동시간단축, 정년연장, 일자리 창출 등 기존의 노동의제들을 자신들이 주도하는 담론으로 형성해가고 있다. 이에 비해 노동운동은 이에 대한 제대로 된 관점조차 갖고 있지 않다. 정치세력들 역시 대응전략을 세워내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된 정세판단부터 계급적 요구의 문제, 실천 문제 등 빠르게 대응을 시작해야 한다.

 

노동자계급정치가 현장에 뿌리내리기 위해서 필요한 것?
요즘 기존 진보정당들도 현장에 와서 이제부터 노동중심의 정치를 하겠다고 말한다. 우리는 기존 진보정당과 내용적 차이를 많이 강조해왔다. 하지만 실천에서 새로운 노동자계급정치를 드러내고 있지는 못하다. 투쟁을 열심히 하는 것이 차이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또 하나, 노동자계급정당에 동의하고 함께 할 것을 결의했다면 작은 차이에 주목하지 말고 실천을 중심에 놓고 긴 안목으로 함께 했으면 좋겠다. 의식적으로 완벽하게 무장된 채로 조직되기를 기다리는 현장 노동자가 어디에 있는가? 자신이 주장하는 바가 맞다고 생각한다면, 끊임없이 서로를 설득하고, 함께 실천하면서 노동자계급정당을 현실로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

 

정리 백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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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신문 사노위 52호> 강력한 파업을 준비하는 학교비정규노동자들

강력한 파업을 준비하는 학교비정규노동자들

기만적인 무기계약직 분쇄... 교육공무직과 호봉제 쟁취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말 오랜만에 노동자들이 거리행진에 나섰다. 지난 6월 22일 2만여 명의 학교비정규노동자들은 ‘교육공무직, 호봉제 쟁취’를 외치며 독립문과 서울역을 가득 메웠고 무더운 여름 날씨를 비웃기라도 하듯 투쟁의 열기를 뿜어냈다.

공염불

선거 때마다 남발되는 무수한 공약들 중에서도 가장 믿지 못할 게 노동문제와 관련한 공약이다. 이 중에서도 비정규직 문제는 어떤 후보든 ‘차별개선, 정규직화 대책마련’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는 공염불에 불과했다.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 역시 마찬가지다. 박근혜정부는 후보시절 ‘비정규직 정규직화 이행’ 공약을 냈지만 당선이후 내놓은 대책은 2006년에 발표된 ‘공공부문 비정규대책’을 그대로 연장한 것뿐이다.
지난 2006년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기간제 노동자 중 상시적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정년이 보장되었으니 정규직이라고 한다. 하지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봤자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5년, 10년, 20년을 일해도 임금도 그대로, 직급도 그대로, 현장에서의 차별도 그대로다. 말 그대로 ‘무늬만 정규직’인 것이다. 또한 무기계약직이라고 해도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 해고할 수 있으니 학비 노동자들에게 무기계약직은 비정규문제에 대한 정부 책임을 교묘하게 피해나가는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직접고용, 임금차별 해소해야  

실제로 학교비정규직의 평균임금은 월 기본급 107만원, 실수령액 기준으로 90만원대다.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정규직 조리사의 연봉은 10년간 8백만 원이 증가하는 반면, 비정규직 조리사의 연봉은 10년간 60만원 증가했다. 물가인상을 감안하면 오히려 실질임금은 하락한 것이다. 여기에 상여금, 급식비 등 각종 수당과 복리후생에 있어 심각한 차별을 받으며 일해 왔던 것. 고용불안 역시 심각하다. 올해 3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6,475명이 무더기 해고됐다. 이 중 무기계약자도 1,118명에 달했다. 학비노동자들의 고용과 해고는 이제까지 학교장의 재량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해고가 이뤄졌고 실질적인 책임당사자인 교육청은 이를 철저하게 외면했다. 그렇기에 교육부(청)의 직접 책임과 임금제도 변화를 통해 차별을 해소하는 ‘교육공무직과 호봉제’도입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정부를 상대로 예산확보투쟁을 벌이고 나섰다.

 

강력한 투쟁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저임금과 차별을 고착화하고, 비정규문제 해결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무기계약직의 기만성을 철저하게 폭로해내고 있다. 그리고 9월, 더욱 강력한 파업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는 정치권에 의존하지 않고, 노동자 단결과 연대에 기초해 당당하게 노동자 권리를 되찾자!


김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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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신문 사노위 52호> 택시노동자들,“민주노조 사수투쟁, 정말 징그럽다”

택시노동자들,“민주노조 사수투쟁, 정말 징그럽다”

노조인정 요구하며 철탑농성, 돌아온 건 탄압과 구속...

 

이삼형, 신동기를 석방하라!사용자 삽입 이미지

2013년 1월 4일 새벽 4시, 한 택시노동자(천일교통 김재주 분회장)가 민주노조 인정을 요구하며 전주 종합경기장 야구장 철탑에 올랐다. 그렇게 시작된 69일간의 철탑농성 투쟁은 노동조합을 인정받으며 승리로 마무리 되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행정대집행이란 이름으로 5차례나 행해진, 최소한의 법·절차적 정당성조차 갖추지 못한 폭력적 침탈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장 이삼형과 완산교통 분회장 신동기가 5월 31일 구속되었다. 13일 후 구속된 쌍용차 김정우 지부장과 같은 죄명이다. 이른바 ‘특수공무집행 방해.’
이들이 대체 얼마나 특수하게 공무를 방해했단 말인가. 2월 1일과 2월 6일의 1, 2차 행정대집행을 예고조차 받지 못했던 상황에서, 8명에 불과한 조합원들은 250명 이상의 압도적인 물리력을 동원한 행정대집행 인력과 맞닥뜨렸고, 막무가내의 대집행 과정에서 부상자가 5명이나 발생했다.
노동자, 그 노동자 중에서도 노동조합을 만들고 지켜나가는 것조차 힘들어 철탑에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택시노동자들에 대한 행정관청의 폭력에 손가락이 부러지고, 전치 4주의 다리 부상을 당했던 택시지부장과 분회장은 구속되었고, 폭력을 자행한 공무원들에게는 ‘증거불충분’, ‘혐의 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고무줄 법

단 한 번의 사전고지도 없었던 5번의 행정대집행에, 관할도 아닌 장소의 집회물품에 대한 강탈, 합법적 집회 장소에 대한 침탈이 동반하는 스스로의 불법성에도 불구하고, 저들이 무리하게 구속을 감행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노동자를 탄압하기 위해서라면, 저들은 스스로 만든 법조차 휴지 조각처럼 여길 뿐이다. 대한문, 재능 환구단 농성장, 양재동에서는 심지어 길바닥에 나앉은 노동자들의 깔판마저 빼앗아 가고 있다. 농성천막에서는 비닐 한 장으로, 이제는 그 비닐 한 장마저도 덮을 수 없는 노숙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임에도, 투쟁하는 노동자에게는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집회와 시위의 온전한 자유는, 국가와 자본이 동원하는 관제 데모에나 적용될 뿐이다.
택시노동자 이삼형과 신동기의 구속은, 막대한 비용으로 용역들을 떼로 고용해 집회신고를 선점하고, 양재동 본사에서 웃기지도 않는 위장집회를 하는 현대자동차 사측의 모습과 동전의 양면일 뿐이다.

 

노동자주머니 털어 카드단말기 설치

상대적으로 더 억압받는 노동자들은, 더 싸우기가 힘들다. 당장 최저임금조차도 받지 못하는 택시노동자들이 집회에 참석하고, 사안에 대해 모여서 토론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택시노동자들의 투쟁은 끈질기게 지속되고 있다. 택시자본가들과 지방정부는 투쟁의 사안을 끊임없이 만들어주고 있다.
최근 전주 택시자본가들이 카드결제단말기 설치대금을 노동자들에게 부담시키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 얼마나 황당한가. 금속노동자들의 임금을 털어 자동차 생산라인을 증설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전주 시청은 이런 택시자본가들에게 그들이 부담해야할 카드수수료까지 보조해 주겠다고 한다. ‘비용은 택시노동자에게! 이윤은 택시자본가에게!’ 맑스의 말처럼 자본은 처음부터 피와 오물을 흘리며 이 세상에 나오고, 국가는 ‘자본가계급의 집행위원회’라지만, 정말 노골적이어도 너무 노골적이다. 택시노동자들은 오늘도 싸우고 있다. 민중가요 가사처럼, ‘투쟁, 영원한 투쟁’이다. 

 

김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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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신문 사노위 52호>“능동성을 복원하는 게 민주노조 사수의 길입니다”

[인터뷰]    “능동성을 복원하는 게 민주노조 사수의 길입니다”

금속노조 보쉬전장지회 이화운 지회장을 만나다

 

 

자본의 노동탄압 회오리가 지나고 폐허가 된 현장들이 많다. 그러나 민주노조 깃발을 들고 그 폐허 속에서 민주노조운동을 다시 복원하려는 노력들이 적잖게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금속노조 보쉬전장지회다. 복수노조가 생긴지 1년 6개월. 380명의 조합원이 있었던 보쉬전장에 노조탈퇴가 이어지면서 올해 초에 38명의 금속노조 조합원이 남았었다. 집행부도 사퇴하면서 혼란이 거듭됐다. 과연 민주노조 깃발을 지킬 수 있을까하는 우려도 많았다. 그런데 집행부가 새롭게 선출되고 6개월이 지난 현재, 꾸준한 현장활동으로 조합원이 2배로 늘었다. 재가입이 늘어나면서 조합 활동도 점점 활기를 찾고 있다. 그러나 그들 앞에 놓인 벽은 여전히 거대하다. 민주노조 복원! 그 해답을 찾기 위해 현장노동자들의 고민을 엿보기로 했다.

 

어용(기업)노조가 생긴 후에 자본의 변화 양상에 대해 얘기해달라.사용자 삽입 이미지
첫 질문부터 어렵네요. 기업노조 만들자마자 회사가 가장 적극적으로 진행한 게 외주화예요. 노조와 상의하고 말고도 없어요. 그냥 해버리는 거죠. 이걸 우리 사업장에서는 이원화 전략이라고 말하는데 특정 부서가 아니라 전체부서에서 일부 물량을 각기 다른 외주업체에 맡기는 거죠. 그래서 얼마나 외주화 되었는지 가늠하기도 어렵습니다.
그 결과로 잔업특근이 엄청 줄었죠. 조합원들은 회사가 이걸 하려고 어용노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외주화가 핵심이었던거죠. 외주업체에 넘겨서 인건비를 절감하는 겁니다. 
물론 시간당 생산량도 올렸습니다. 이를 효율로 따지는데 부서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지금은 85%까지 올라간 상태예요. 생산효율이 안오르는 부서는 아예 사람을 빼버려요. 그럼 일이 더 힘들어지는 거죠. 여기에 근무시간 준수를 엄청나게 강요해요. 근무 시간 중에 화장실 가는 걸 규제하기도 하죠.
또 ‘시키면 시키는데로 찍소리 말고 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죠. 그러다보니 조합원들은 인간적인 모멸감 같은 걸 느낍니다.

 

보쉬전장지회는 복수노조 이후 집행부가 두 번이나 바뀌었고, 전직간부들도 모두 어용(기업)노조로 넘어갔다. 어려움이 많았을텐데.
2012년 2월에 복수노조가 생겼죠. 그리고 지회장이 해고된 후에 사퇴를 하고 집행부가 새롭게 구성됐어요. 그리고 얼마 안있다가 집행부가 단협 개악안을 잠정합의했어요. 이걸 조합원들이 부결시키고 집행부를 내렸습니다. 그리고 작년 12월에 다시 집행부를 선출했어요.
이 과정에서 전직 간부들 대부분이 노조를 탈퇴했죠. 현장활동가 그룹 중 대부분이 어용노조로 넘어갔습니다. 사실 현장에서는 충격이었죠. 회사가 직장폐쇄를 한 것도 아니고 용역을 투입해서 노조를 박살낸 것도 아닌데 노조간부들이 금속노조를 탈퇴하니까 일반조합원들은 오죽 했겠습니까.
그럼에도 금속노조를 지킨 조합원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합원들은 민주노조를 지켰다는 자긍심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조합 활동의 변화라는 게 자연스럽게 조합원 중심으로 흘러가는 거죠.

 

노조활동의 변화도 있을거 같은데, 재가입도 많이 늘었다.
사실 어용노조에 있는 사람들은 자포자기하는 것도 있어요. 워낙 관리자들의 회유와 협박, 사측의 무언의 강요에 의해 노조를 탈퇴한 거잖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어차피 저항하지 못할 바엔 순응하고 살자’는 생각을 하는 것같아요.
그에 비해 우리 조합원들은 많이 바뀌었어요. 예전엔 ‘정치파업 왜 하냐’는 반발이 일상적이었거든요. 하지만 조합원들 스스로 이런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이해를 합니다. 매주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조합원 간담회를 하는데 자기 시간 뺏는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조합활동도 유급이냐 아니냐 하는 논란이 아예 없습니다. 간부들도 마찬가지구요. 이제는 당연하게 자기 시간 빼서 조합 활동에 참여합니다.
재가입이 늘어난 것도 조합원들 활동 덕분이죠. 노조가 조직화 사업을 하기는 했지만 실제 성공률은 조합원들이 다 높인 겁니다. 어떻게 조직해왔냐고 물으면 조합원들은 그저 웃기만 하죠. 우리 사업장만 그런 게 아니라 소수노조 사업장들은 비슷할 겁니다.

 

노조활동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 같다.
소수노조가 되니 장점도 있어요. 우선 집행부의 생각과 조합원들의 생각 사이에 괴리가 없어요. 또 모든 정보가 공개되는 편이죠. 예전에는 대의원회의를 통해 결정하기 때문에 대의원이 조합원들에게 얘기를 안하면 알 수 없는 게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직통이죠.
어려운 점은 조합원은 70명인데 조합 활동은 400명을 대상으로 한다는 거예요. 복수노조로 있으니 늘 재가입을 조직해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선전물도 더 자주내야 하고 현장순회도 더 많이 해야 합니다. 비교할 거잖아요(웃음). 그래서 모이기만 하면 이걸 해볼까, 저걸 해볼까 궁리가 많죠.
활동변화요? 제가 뭘 알아서 거창하게 말할 자신은 없구요. 음...금속이 산별노조지만 지회는 실질적으로 교섭권과 파업권을 가지고 있어요. 현장에서 할 수 있는게 많은 거죠.
그런데 산별노조로 와서 간부들은 이리저리 많이 불려다니는데 정작 현장활동은 너무 약해졌던 것 같아요. 현장은 능동성이 사라지고 자기 활동이 오히려 없어진 거죠. 현장활동 내용도 그래요. 자기 사업장 문제만이 아니라 현장에서부터 담벼락을 넘는 자발적인 활동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저부터도 담벼락을 넘는 활동은 금속 지침이 없으면 안한단 말이죠.
사노위는 정치세력이잖아요. 현장에서부터 계급적인 문제들, 담벼락을 넘는 활동들을 같이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게 현장 정치라면서요(웃음).
내 임금, 내 노동조건을 넘어서 우리의 삶과 전체 노동자의 문제에 대한 현장에서의 활동이 없는데  어떻게 의식의 발전이 있겠어요. 그런 건 다 바깥 일이고 외부세력들의 일인거죠. 그게 또 회사 논리였구요. 그래서 사실 조합원들이나 간부들의 의식은 기업별 노조 때보다도 더 낮아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형식은 산별인데 우리는 기업별노조 때보다도 못한 상태까지 간거죠.

 

앞으로 활동방향은 어떻게 세우고 있는지?
우리 조합원들은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이예요. 교섭을 해서 성과를 내오지 못하는데 조합원들이 욕하지 않아요. 미안할 때가 많죠.
그런데 조합원들이 민주노조를 복원하는 게 교섭에서 뭔가를 따오는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진짜 조합원들이 바라는 것은 현장의 주도력을 찾는 거예요.
그런데 그게 무작정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예요. 잘 모르겠어요. 다만 노동자다운 의식과 활동의 발전이 있어야 한다는 건 분명합니다. 금속노조와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그런 도움을 줬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구체사업으로 만들지 또 궁리해봐야죠.

 

정리 : 선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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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신문 사노위 52호> 삼성권력에 파열구를 내는 투쟁

삼성권력에 파열구를 내는 투쟁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 노조준비위원회 구성
주 10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에 최저임금에 불과

 

성수기에는 힘들어 죽을 것 같고,
비수기에는 굶어 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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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7일, 삼성전자서비스 마크를 단 A/S기사들이 실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가 아니라 협력업체 노동자라는 사실이 기자회견을 통해 알려졌다. 그런데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 전까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요구는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이 아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근로기준법을 지켜라”였다.
주 100시간이 넘는 장시간노동(기본이 08시 출근~20시 퇴근이라고 한다)에, 주말도 없다. 그렇다고 시간외수당, 휴일수당 등이 제대로 나오는 것도 아니다. 기름값이며, 통신비며, 밥값은 거의 대부분 노동자들이 부담해야 할 몫으로 돌아온다. 비수기 때는 월 150~160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하지만 기름값 떼고, 통신비 떼고, 밥값 떼고 나면 최저임금에도 미달해 굶어죽을 지경이다. 성수기에는 그야말로 장시간 노동에 일하다가 죽을 것 같다고 한다.      

 

잃을 게 없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1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이마트 사례를 통해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노동자들의 힘이 있어야 ‘짝퉁 정규직’을 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길이 쉽지 않다는 것도 이미 예감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가 한 이야기가 있다. “삼성에 맞서 이긴다는 게 더 이상할지도 모르죠. 진다고 해도 지금까지 20년간 삼성에 바쳐온 삶을 생각하면 본전입니다. 그래서 우리 동료들이 뭉칠 수 있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을 보며 누군가는 설익은 생각이라고, 순진한 생각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이것이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모이고 있는 이유임에는 분명하다. 

 

삼성자본에 맞선 투쟁으로!
전사회적 투쟁으로!

현대자본이 그러했듯이, 삼성자본은 보도되기 무섭게 불법파견 증거인멸 작업에 들어갔다. 동시에 노조가입을 방해하는 온갖 치졸한 행각들을 음으로 양으로 진행하고 있다. 항상 그래왔듯이 고용노동부는 늑장을 부리며 삼성전자서비스에 증거 인멸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보수 언론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애써 뒤로 숨긴다. 정치권력은 스스로 삼성자본의 발아래 있음을 직시하고, 감히 삼성에 맞서는 노동자들을 가당치 않게 바라보며 삼성을 보위한다. 집단행동이라도 할라치면 공권력과 자본의 사병인 용역깡패가 폭력으로 가로막을 것이다. 자본의 이윤이 모든 것의 우위에 있는 이 사회는, 자신의 심장인 삼성을 건드리도록 놓아두지 않을 것이다. 자본은 자신의 이윤에 흠집 내지 않으려는 온갖 꼼수(무점포 개인사업자 전환이야기가 초장부터 흘러나오고 있다)를 고안할 것이다. 복수노조를 악용해 노동자들을 분할하고 흠집 난 이윤을 만회할 대상을 만들어내려 할 것이다.
그래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모여 그 힘을 키우는 것과 함께 삼성에 맞선 사회적 투쟁을 조직해가야 한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권리찾기 투쟁은 자본의 이윤논리에 저항하는 운동과 만나야 한다.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투쟁과 동시에 삼성을 향한 다양한 투쟁을 조직하자. 반올림 투쟁으로 시작돼 삼성전자 서비스노동자들의 투쟁으로 확대되고 있는 삼성에 맞선 노동자들의 저항은 자본의 심장부를 향한 투쟁일 수밖에 없다.

일인시위에서부터 시작해도 좋다. 서비스 대리점 앞 집회도 좋다. 삼성전자 서비스노동자들만의 투쟁이 아니라 저들이 벌이는 악랄한 노동착취와 자원수탈에 대한 사회적 저항을 함께 만들어내자. 그렇게 우리의 투쟁 하나하나를 자본의 심장부를 겨냥한 투쟁으로 발전시켜나가자.
주 100시간 노동을 시키며 무노조의 신화를 자랑으로 여기는 삼성자본을 향해 노동의 분노를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남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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