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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09/30
    빨래와 라디오(9)
    schua
  2. 2006/09/27
    삭신이 쑤시다.(4)
    schua
  3. 2006/09/26
    강아지.(2)
    schua
  4. 2006/09/20
    스스로 칭찬하기(7)
    schua
  5. 2006/09/08
    이기적인 년? 아니 잔인한 사회!(7)
    schua
  6. 2006/09/01
    독립적인 미루.(16)
    schua

빨래와 라디오

1. 빨래

요즘은 미루 옷도 나머지 식구들 옷과 같이 빤다.

처음에는 미루 옷만 따로 빨고 그걸 삶고 어른 빨래는 또 따로 하고 해서

어떤 날은 하루에도 세번 세탁기를 돌린 적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세탁기에 같이 넣고 빤다.

대신 세제는 아기에게도 괜찮은 중성세제를 사용한다.

미루가 그만큼 큰거지..^^

 

빨래가 끝났다고 세탁기가 띵똥하면

빨래를 꺼내서 빨래줄에 넌다.

 

근데....참 느낌이 그렇다.

미루 빨래를 널때는...작은 옷을 빨래줄에 하나 둘 널다 보면

아...인간 하나가 더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괜시리 빨래줄에 빨래를 한번 더 어루만진다.

 

이런 내가 아주...웃긴다.

 

2. 라디오

난 라디오 매니아다.

요즘 밤시간에 즐겨 듣는 프로그램은

97.3에서 10시에 하는 '김영하의 문화 포커스'다.

근데 이 시간대가 미루가 푹 자는 시간대다.

미루는 주로 9시대에 한번 12시대에 한번 깬다.

미루가 깨면 난 미루에게 젖을 주고 나머지 시간은 집안 일을 한다.

빨래도 하고 방도 쓸고 닦고 간혹 책도 읽고..

그리고 운동도 한다.

 

요즘 주로 하는 운동은 걷기인데

집앞 운동장에서 신나게 몇바퀴 돌다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몸도 가벼워진다.

 

미루가 푹 자는 시간대인 10시에 나가서 운동을 하다보면

내가 듣고 싶은 프로그램을 못듣는다.

 

히히..

그래서 라디오를 샀다.

6,800원

과연 이게 나올까 의심스러웠는데

건전지 넣었더니 자~알 나온다.

으메...

 

오늘은 신나게 라디오를 들으면

기분좋게 걷다 왔다.

물론 10시대에 같이 사는 사람이 운동하는 바람에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운동하면서 못 들었지만

덕분에 올만에 음악을 들으며 운동을 했다.

발걸음도 가볍게~~

 

6,800원의 행복이당.

 

자야한다. 얼렁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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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신이 쑤시다.

엄마랑 같이 살때 엄마가 이런 말을 하면

대충 대충 하지 꼭 저렇게 살아야 하나?? 뭐 그런 생각을 한 거 같은데.

지금 내가 그 말을 한다. 삭신이 쑤신다.

 

하루종일 미루랑 있다 보니 힘이 든다.

이제 겨우 아무것도 안해도 되는 시간이 됐다.

물론 아직 미루가 12시에 젖 먹는 것을 안해서 언제 깰지 모르지만...

참..샤워도 해야 하는구나.

 

여튼...하루가 간다.

어깨도 뻐근하고 목도 단단하다.

손목도 아프고...

 

그래도 오늘 책이 왔다.

같이 사는 사람이 필요한 책이랑

내가 보고 싶었던 책이랑 7권을 샀는데

오늘 왔다.

 

음...신난다.

읽을 책이 많아지니 기분이 좋아진다.

요즘 우리 생활비의 대부분은 먹는 것과 책 사는 것이다.

 

난 오랜만에 책을 읽는다.

물론 진도가 팍팍 나가는 건 아니다.

그래도 활동 할 때는 이 회의, 저 회의,

이런 저런 해야 할일들 때문에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었는데

육아를 하니 몸은 힘들지만

머리는 스폰지 같다.

 

미루 덕분에 오랜만에 책을 읽게 됐다. ^^ 

 

그래도 잠자는 시간을 지켜야지.

낼 미루랑 하루를 또 보내려면..

 

아기 키우는 것은 이런 것 같다.

하루도 그냥 넘길 수 없는 거.

대충 하루 쉬고 갈 수 없는 거.

하루 하루가 꽉 차서 넘치는 거.

그래서 쉼표가 느무 필요한데

그럼 다른 사람이 힘들어지는 거..

그래서 힘들다.

 

얼렁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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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아이구 내 강아지"

어른들이 그런말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왜 저런 말을 하나 했는데..

 

뭐 내 강아지까지는 아니지만

미루가 강아지 같단 생각이 들었다. --;;

 

미루는 밤잠을 잘 잔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그나마 이것 마저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다.

오후 내내 힘들게 보내다가도 6시가 다가오면

하루의 끝이 보이는 느낌.

 

6시에 목욕하고 6시 반쯤 젖을 먹이면

9시, 12시 전후해서 깨서 젖을 먹는다.

그때는 눈도 안뜨고 낑낑거린다.

그래서 가까이 가보면 내쪽으로 고개를 휙 돌리고 젖을 찾는다.

진짜 강아지 같다. ㅋㅋ

 

이때는 막 만져도 그냥 젖을 먹는다.

낮에는 손을 탁 친다. 건들지 말라고.

진짜루 독립적인 놈이다.

그래서 밤에 젖 주면서 실컷 만진다.

어깨도 만지고 손도 만지고 볼도 만지고..

점점 사람다워지는 것이...참 신기하다.

 

강아지~

미루 강아지~

낼은 아빠가 일이 있어 늦게 오거든

아빠 없이 잘 지내보자.

강아지야~

 

미루의 아침 담당이 나다.

얼렁 자야겠다.

잘 마크할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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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칭찬하기

역시 난 칭찬을 먹고 자란다.

크허...

그래서 오늘은 스스로 칭찬을 해볼까 한다.

 

미루가 이제 4개월이 지났다. 5월 17일생이니까...이제 4개월하고 5일 지났다.

그리고 이제 한달 있으면 이유식도 시작해야 한다.

참....

 

한 두어달은 모유수유 때문에 진짜 고생 많이 했다.

한달이 다 되어가서는 그만 젖몸살이 걸려서 고생을 이빠이 했다.

다들 자리를 잡아가는 한달 즈음에 난 젖몸살에 걸리고

젖꼭지는 이빠이 갈라져 젖 먹일때 마다 울었다.

그때는 몸이 힘든 것도 힘든 거지만

남들 다 잘하는 건데 난 왜 이리 힘드나 하는 맘에

더 힘들었던 거 같다. 

 

근데 알고 보니 남들도 다 고생하더라...

다들 혼자서 힘들어 한거다.

육아의 모든 것이 베일에 가려 있듯이.

 

이제는 이전보다 나아진 것은 많이 없지만

그래도 육아라는 생활을 받아들이고 있는 거 같다.

 

유축기로 아직도 한번씩 젖을 짜는 데

이전에는 그 상황이 너무 싫었다.

유축기를 가슴에 데고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멍하니 앉아 있어야 할 때는

젖소가 된 거 같기도 하고 우유 공장이 된 거 같기도 하고

여하튼 난 유난히 그 상황을 이겨내기가 힘들었다.

손목도 넘 아프고...

 

그런데 이제는 요령이 생겨서

책상에 앉아서 한손으로는 유축기를 잡고 다른 한손으로는

인터넷을 클릭하면서 블로그들의 글을 읽는다...

물론 넘 덧글을 달고 싶고

넘 글을 쓰고 싶지만

그건 좀 힘들다.

누가 손 안대고 유축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면 좋겠다.

ㅎㅎ

 

미루도 이젠 커져서 젖꼭지를 아프게 물진 않는다.

하루에도 수십번 내가 이놈의 모유수유를 왜 하나??

당장 관둬야지했는데...이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거 같다.

여전히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하는 두려움은 있지만

그래도 처음 보다는 참 잘하고 있는 거 같다.

장하다....히히...

 

미루는 아직 젖병을 안빤다.

같이 사는 사람이 한동안 바빠서 사무실 나갈 엄두를 못 냈다.

그러다 보니 맘 먹고 젖병을 물려야 하는데 그럴 기회가 없었다.

일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큰소리 쳐 놓고 게으름이다.

 

그래도 4개월이나 잘 지낸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그리고 아기를 키우는 모든 엄마들에게도 칭찬해주고 싶다.

잘했어 슈아~~~!!!

다들 장해요~~~!!!

 

앞으로 더 힘든 일든 날이 많겠지만 그래도 뭐...

4개월이나 보내다니 진짜 내가 장하다.



오늘 수영을 했다.

4개월만이다.

 

한의사한테 물어 보니 해도 된다기에

무리하지 않고 함 해보자 했다.

 

약간 망설임도 있었다.

새벽 같이 일어난 미루가 안 자고 징징 거리다 겨우 자서

몸이 지쳐 있었고 글고 언제 미루가 깨서 젖달라고 울지 몰라

다음 기회로 미룰까 하다 그냥 수영장으로 향했다.

 

 

역시 난 물에서 왔나 보다.

물에 들어가 몸을 띄우는데

캬~

 

날아오르는 줄 알았다.

 

느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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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년? 아니 잔인한 사회!

엄마되기님의 [엄마의 시간] 에 관련된 글.

뻐꾸기님의 [몸에 대한 추억?] 에 관련된 글.
알엠님의 [하향평준화] 에 관련된 글.
초보좌파님의 ['엄마'는 없다] 에 관련된 글.

 

어제 위의 글들을 읽고 바로 트랙백을 날리려 했으나 아기 자고 나서 글을 쓰다 보니 시간이 없었고 그리고 글을 쓰려했던 당초의 의도와는 다르게 나도 나름대로 고생 마이 한다 뭐 그런 모드가 되면서 글이 디지게 길어졌다. 그래서 다시 쓴다. 근데 역시 아기가 자고 있고 급한 마음이라 정리가 안될 거 같다. 그래도 함 해봐야지.

 

 

고민은 트랙백을 타고~~~

 

 

요즘 난 진로 때문에 고민이다. 진로라고 하니 이상하지만 그게 딱 맞는 표현이다.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하나 아니면 아기를 내가 '전적으로' 키우고 같이 사는 사람한테는 '전적으로' 돈 벌러 가라고 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제대로 하는 건지 몰라 답답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아기를 키우나 궁금하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선배들을 보게 된다. 누리맘, 알엠, 스머프, 진경맘, 뻐꾸기, 모모...

 

그러면서 조금씩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어떻게 하면 지금처럼 징징거리지 않을 수 있는 지 그리고 쉽지는 않겠지만 육아를 좀 신나게 할 수 있는 지 등을 생각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요즘은 정신이 마이 황폐해졌다.

 

그러다 어제는 블로그의 글들을 읽으면서 나를 정리할 수 있었다.

우선 엄마되기님의 [엄마의 시간] 을 보면서 최근 며칠 동안 나의 심리상태를 정리할 수 있었다.

 

아이를 같이 키우는 것은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나는 남자 여자 구분 없이 키워준 부모 덕에 경험적으로 성평등적인 경향이 있었고 같이 사는 사람은 평등이 정치적인 입장이니 사회적으로 여자에게만 부여된 육아를 같이 나누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난 좀 이기적이어서 나 혼자 힘든 것을 참기 디지게 어려운 사람이다. 특히 같이 사는 사람이랑 있을 때는 유난히 그렇다. 왜냐? 그거이 지가 평등을 외치는 사람인데 당연히 평등하게 해야지 뭐 그런거다. 그러다 보니 이미 사회적으로 '남자', '여자'로 키워진 부분에서 차이가 나는 것을 없애기 위해 둘다 부단히 노력해야 했다.

 

10살 때부터 맞벌이 부모덕에 밥을 해먹고 다녔어야 했던 나는 대학졸업하고도 하숙을 했던 같이 사는 사람이 밥 하나 못하는 것이 디지게 답답했다. 그래서 첨에는 내가 다 하다가 이건 아니지 싶어 일주일에 하나씩 음식을 하라고 했다. 근데 어떤 음식을 할 지 정해달라는 거다. 그리고 미리 미리 정해달라는 거다. 그래야 마음의 준비를 해서 토욜날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거다. 참 어이가 없었지만 월요일쯤 음식을 정해주고 토욜날이 되면 하루 종일 요리를 하는 사람을 옆에서 지켜봐야했다. 디지게 답답했다. 당시에는 파 다듬는 것도 한시간이 걸렸다. 아~주~ 오래전 일이다.

 

평등을 지 정치적 입장으로 가지고 있기도 하고 같이 사는 사람에 대한 연민이 있기도 한 사람이니까 열심히 해서 지금이야 왠만한 주부를 능가하는 요리 솜씨를 가지고 있지만 그 동안의 각자 투쟁을 말로 하라면 좀 뭣하다.

 

왜냐? 알엠 말대로 "자랑하는 거지?", '그래도 **형은 괜찮지 뭐~'를 듣는 건 좀 힘빠지니까.

 

애초 우리의 계획은 혼자서도 키우는 아기를 둘이 키우니까 같이 사는 사람은 아기 키우면서 그 동안 활동하느라 못했던 것들을 하고 난 아기 키우면서 일을 반나절씩만 하기로 했다. 다만 아기 낳고 3개월 동안은 아기만 키우는 것으로 했다. 내가 산후조리도 해야 하고 같이 사는 사람이 아기 키우는 것도 익혀야 하니 말이다. 대신 가족들의 도움은 안 받는 것으로...

 

그런데 3개월이 지나 4개월을 앞두고 있는데 난 일에 복귀하지 못했다. '그래도 아기는 엄마가 키워야지'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 내 속에서. 그렇게 부단히 각자 속에 있는 '남자', '여자' 역할을 지우고 살면서 그저 같이 사는 사람으로서 인간으로만 살려고 노력했는데 여전히 내 속엔 '여자'가 많이 있더라.  

 

표면적으로는 모유수유 때문에 힘들었던 것도 있었던지라 아기에게 젖병 물리는 것이 느무 무서워 차일 피일 미루고 있지만 속으로는 아기는 자고로 엄마가 키워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다. 그렇게 사람들한테 아기는 누가 키워도 상관 없다고 해놓고서 말이다. 무섭다.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은 게...언제까지 이런 투쟁을 해야 하는 지, 자신의 욕망과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내 속에서 내가 아닌 나를 구분해 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밖에서 들어온 나와 나의 진짜 욕망을 구분해 내는 것이 가능한건지 회의가 들면서 서늘해졌다.

 

그러다 뻐꾸기님의 [몸에 대한 추억?]의 글을 봤다.

 



그 지도교순지 그 사람의 말이 느무 잔인했다. 내가 아기를 낳아보니 알겠더라 얼마나 몸이 힘든지. 내가 아기 낳고 언제 몸이 제대로 돌아오나 안달 나 있을 때 뻐꾸기님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몸이 제대로 돌아오는 데 세달은 걸리더란말. 그래. 딱 세달 걸리더라. 아니 지금도 삐그덕 거리지만 여튼 몸을 좀 움직이는 데 괜찮을 즈음이 세달이더라. 무섭다. 진경맘 말대로 군대이야기는 군대 근처에도 못 가본 내가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데 왜 여자들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게 은폐되었는지 화가 났다.

 

화를 활활 내다가 문득, 뻐꾸기님한테서 날 봤다. 아픈 거 잘 표현 안하는 날 보면서 같이 사는 사람은 '아픈 거 참기' 참피언이라고 했다. 미루 날때도 진통이 오는 데도, 이게 진통이 아니면 어쩌지 아파해도 되나 확신이 안서서 참았다. 좀 미련한 건데...그렇다고 뻐꾸기님이 미련하단 야그는 아니고...여튼 이를 악물고 뭐든 해 내고 그리고는 집에 와서 끙끙 거리는 모습이 나를 보는 거 같았다. 왜 그리 비슷한지. 그리고 그 글이 너무 '엄마'틱해서 속상했다.

 

아기를 낳고 나서 앞으로는 나의 건강을 과신하지 말자 다짐했지만 과연 그게 잘 될지 모르겠다. 하지마 노력은 하자고 다시 다짐을 하게 됐다. 마치 엄마 모습을 보면서 '난 엄마처럼은 안 살거야' 하는 딸의 심정으로 말이다. 됀장.

 

그러다 알엠님의 [하향평준화] 의 글을 봤다.

우리 엄마 말이 생각 났다. "대방동에 공주가 있어." 나를 두고 하는 말이다.

난 우리 식구들 사이에서 공주로 통한다. 여동생이 10달 된 아기가 있다. 내 동생은 무지 고생하고 있다. 남편이 무던하고 사람은 좋은데 성별분업화된 사회에 평균치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고생이다. 아이도 드세고. 그런 동생을 본 엄마는 나한테 그렇게 이야기한다. '"그래도 넌 둘이잖니~"

 

요즘 난 말을 흐리는 버릇이 생겼다.  

공원에서 엄마들과 떠들다 아기 없이 장 보러 나온 나를 보면 엄마들이 묻는다.

“‘애기는?” “아빠가” “어머 아빠가 일찍 들어오시나 보네??” “아니 육아휴직 냈어요.” “어머 좋겠다.” “....”



난 할말이 없다.

‘네 좋기는 한데요. 통장에 잔고가 없어요.’ 첨보는 사람한테 그럴 수는 없는 거다.


미루를 낳기 전에 나름 계획한 것이 돈을 모아 놓는 것이었다. 대략 3개월 동안은 먹고 살 것을 통장에 비축해 놓는 것이었다. 그래 봐야 얼마 안된다. 우리 셋이 쓰는 한달 돈이 왠만한 사람 한달 용돈일테니까....우린 엥겔지수가 무지 높다. ㅋㅋ...여튼 3달이 지난 후에는 내가 벌든 같이 사는 사람이 벌던 하면 되는 것이었다.


얼마전 같이 사는 사람이 문득 그런다.


“두려워. 미루가 생기니까, 돈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그런 생각이 들어. 그래서 좀 두려워.”


같이 사는 사람한테서 처음 듣는 말이다. 돈이 없어서 두렵다니...헝


난 당황스러웠지만 웃으며 야그했다.


“괜찮아, 없이 살면 돼!”


그래 없이 살면 된다. 우린 오랫동안 없이 살았다. 생활비 50만원으로 월세 20만원하는 데서 살면서도 틈틈히 생기는 원고료 등을 모아 적금을 붓기도 했다. 하지만 아기가 생기니 약간 문제가 달라졌다. 그리고 급기야 돈에는 그리 관심이 없는 같이 사는 사람이 두렵다는 말까지 했다. 참 맘 아팠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난 어느 순간 자기 하고 싶은 것에만 열중해 있으면서 아르바이트를 알아보지 않는 같이 사는 사람을 원망했다. 그리고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무책임한 것은 나란 걸 깨달고 내 가슴을 쳤다.


난 어느 순간 '여자'인 내가 아기를 낳았으니 '남자'인 니가 돈을 벌어와야지 하고 같이 사는 사람이 알아서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고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길 기다린 것이다. '여자'가 '남자'가..이런 걸 디지게 싫어하면서도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더란 말이지..그리고 경제적인 것을 떠넘기면서 원망했단 말이지..참으로 무책임하다.

 

이렇게 여전히 내속의 내가 너무 많다. 방심하면 안된다.

 

차라리 몸이 디지게 힘들어도 돈 걱정 안하면 좋겠단 맘이 들었다. 챙피하다.

 

하지만. 육아휴직은 정말 좋은 것 같다. 남자에게 말이다. 여자에게야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니 칭찬 받을 일도 아니고 심지어 18개월이나 키워서 어린이집에 보내는데도 비정한 엄마 소리를 들어야 하는 일이 하지만, 남자는 칭찬 받는 일이다. 게다가 경험도 이빠이 확장된다.

 

얼마 전 같이 사는 사람이 어딘가에 쓴 글 소제목이 <우리는 자본주의를 '세탁기' 만큼 안다>였다.


미루가 처음 집에 와서 배냇저고리를 입을 때 아기 용품은 모두 다 삶아야했다.

그때 삶은 아기 옷들을 세탁기로 탈수해야 하는데 그걸 작동 못했던 같이 사는 사람은 이제 세탁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그리고 저런 제목으로 글을 쓴다. 아마 육아휴직을 안했으면 절대로 안나왔을 그런 제목이다. 그러니 육아휴직은 남자에게 삶의 지평을 넓히는 기회이다.

 

그러니 같이 사는 사람은 나한테 고마워 해야 한다. 육아휴직의 기회를 줬으니!!! 캬!캬!캬!

 

그러다 초보좌파님의 ['엄마'는 없다] 을 읽었다.

그래...이거다. 내가 평소에 생각했던 거다. 허울뿐인 모성이데올로기! 너무나 성스럽다고 항상 칭송하는 거. 그렇게 성스러운 것이라면 지들이 하지 왜 여자들 보러 하라고 하나. 뭐 그런거. 글을 읽다 내 속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래! 아빠도 아기 잘키워! 아니 누구든 인간대 인간의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되는 거야!!!'

그러면서 이제 일하러 나가야한단 생각을 했다. 같이 사는 사람한테도 더 진하게 아기 키울 기회를 주고 나한테도 일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

 

오늘 미루랑 아기마사지 강좌에 갔다. 극성은 아니고 그 강좌 선생님이 내가 모유수유 때문에 고생할 때 많이 도와줬고 참 매력적인 사람이라 계속 보고 싶은 욕심도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어린 아기를 데리고 다녀도 욕 안 먹을 수 있는 소아과에서 하는 강좌이기 때문이다.

 

강좌가 끝나고 같이 사는 사람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 보러 가고

난 미루와 함께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같이 사는 사람이랑 다녔을 때는 항상 택시를 타고 다녔는데 역시 난 태생이 빈티고 미루도 좀 컸고 해서 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내려 집에 오는데 아기띠 멘 어깨가 빠지더라. 지금도 어깨가 디지게 아프다.

 

하루 아기띠를 메고 다녀도 이리 진이 빠지는 데 몇날 며칠을...음...

솔직히 둘이 키우니 평정심을 덜 잃었던 거 같다. 물론 힘들어서 아기 안고 울기도 몇번 했지만 적어도 내가 평정심을 잃으면 같이 사는 사람이 달려와는 주니까. 물론 평정심 잃은 나와 미루까지 커버해야 하는 같이 사는 사람은 스트레스 이빠이 받았다고는 하지만...여튼..육아를 한 사람이 맡아서 하는 거...그리고 일하면서 아기까지 키우는 거 ..혹은 아기를 안키우더라도 여자한테 가해지는 그와 관련된 모든 일이 난 잔인하단 생각을 했다. 잔인하다. 잔인하다. 이 사회가 참 잔인하다.

 

선배들...아기를 키운 선배들을 다시 본다. 다들 각자 자신의 상황에 맞게 아기를 키웠다. 최선을 다하면서 그 시간을 꽉차게 살았다. 나도 그렇게 살아야지. 하지만 너무 힘들어 상처가 남게 살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덜 힘들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처로 남기고 싶지는 않다. 상처를 남기더라도 조금 덜 남겨야 한다. 그래야 선배들이 좀 위안을 받지 않을까???

 

둘이 같이 키우면서도 벅차서 헉헉거렸는데...이젠 내가 일하러 가면 같이 사는 사람이 혼자 아기를 보고 같이 사는 사람이 일하러 가면 내가 아기를 봐야한다.

 

디지게 힘들겠지. 근데 적어도 둘이 한꺼번에 아기 울음소리에 스트레스 안 받아도 되고 한 사람이 육아 때문에 이빠이 힘든 하루를 보냈어도 다른 한 사람이 '너무 힘들었겠다~~~'하면서 호들갑을 떨수는 있지 않을까? 그래도 아기를 키워봤으니...둘다. 그럼 덜 외롭겠지. 이거이 상향된 육아라면 뭐 받아들일 수 있을 거 같다.

 

남들이 "애를 남편한테 맡겨놓고 지 일을 한다고? 독한 년, 이기적인 년!" 해도 어쩔 수 없다. 둘이 나누기로 했고 그게 우리 둘의 정신 건강에 그리고 미루의 건강에도 느므 좋을 거 같다. 우린 이 잔인한 사회에서 좀 덜 외롭게 살고 싶을 뿐이다. 늙어서 둘이 "그땐 그랬지~~" 하면서 키득거릴 수 있게.

 

우선 젖병으로 엄마 젖 먹는 연습 부터 시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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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적인 미루.

나를 밀치는 저 팔을 보라.

그대 충분히 독립적인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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