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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10/07
    유목(8)
    schua
  2. 2007/10/07
    성장통(5)
    schua
  3. 2007/10/01
    아이는 자란다. (5)
    schua

유목

달군님의 [작별들] 에 관련된 글.

이런 쓰던 글이 날라갔다. 흨..

 

여튼 요약하면 이번 베트남 가가전 바빠서 여행준비를 제대로 못했다.

막상 공항에 도착하니 슁숭하기도 하고 자유롭기도 한데 그 느낌은 안을 수가 없어서 짐 붙이고 서점으로 향했다. 거서 산 책이 고미숙씨가 쓴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이다. 원래 여행가서 읽으려고 했던 책은 여러번 읽었는데도 다시 그 느낌들을 내 살로 만들고 싶었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제목이 이게 맞나? 이 제목은 항상 헷깔린다. 처음 발을 잘못들려놓은 것이지) 였는데 안 가져왔고 다른 블로그에서 본 '여행의 기술'(이것도 맞나? 이건 기억력 저하로..흨)이었는데 없었지 뭐. 그래서 여행의 기운을 담을 책을 찼다 든것이 이 책. 밑줄을 꼭 거야만 진도가 나가는데...그 밑줄 중 하나. 달군의 블로그를 보니 요즘 달군의 냄새가 이것과 비슷해서..

 

 

"고향을 감미롭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허약한 미숙아다.

모든 곳을 고향이라고 느끼는 사람은 상당한 힘을 갖춘 사람이다.

그러나 전세계를 낯설게 느끼는 사람이야말로 완벽한 인간이다.

- 신비주의 스콜라 철학자 '빅톨 위고'"

 

 

'난 상당한 힘을 갖춘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며 비행기 속에서 살짝 웃었지. -_-

달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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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통

어젯밤 일이다.

하루를 세식구 만족스럽게 보내고(상구백 알바 때문에 주말을 세식구가 못 보내다 보니 그런 기회만 생기면 무슨 걸식 걸린 사람들 처럼 세식구가 서로한테 밀착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근인거지.) 미루 먼저 잠자리에 들고 나도 너무 졸려서 같이 자고 있는데 미루가 두 번을 깨는 거다. 미루는 주로 9시 전후로 자서 12시까지는 자주 안깬다. 그 이후에는 그날 그날 다른데 이것도 좀 묘하다. 여튼...

 

미루가 한번깨고 두번째 깨서는...대성통곡.

안아줘도 울고 맘달래라고 젖을 먹으라고 하는데도 물려고도 하지 않는다.

혹시 저녁에 먹은 것 중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이 있나 싶어 얼굴을 보려고 불을 켰는데 다행이 아무 이상이 없다. 눈이 좀 부어오르긴 했는데 그건 그냥 울어서 그런 것 같다. 목소리를 들어봐도 별 다른 게 없다. 이전에 미루가 덜 익은 달걀을 먹고 얼굴이 부어 오른 적이 있어서 응급실에 갔을때 의사가 얼굴이 붓는 것 중에서 입주변이 부어오르면 바로 병원으로 오라고 했었다. 입주변 특히 입속이 부어오르는 것, 목 구멍쪽이 부어오르면서 호흡곤란이 올 수 있단다. 여튼 우는 소리를 들어 보니 평소와 다르지 않다. 그런데 마구 울어 데는데 한 이십분을 운다. 목이 마를 것 같아 물을 줄까 물어보니 먹겠단 얼굴이다. 그릇에 조금 덜어 먹이려고 입에 대니 몸을 비비 꼬면서 뒤로 자지러진다. 참나...아무래도 이가 나는 것 같다.  한 이십분을 자기 몸에 손도 못 대게 하고 울더니 지쳐서 잤다.

 

미루는 이 나는 속도가 남다르다. 다른 아이들이 하나씩 하나씩 나아서 여덟개가 된 이후에 미루는 위 아래 합해서 네개인채로 한참을 있다 갑자기 한꺼번에 네개가 나와서 여덟개가 됐었다. 아마도 지금쯤 다른 아이들은 송곳니 어금니도 나왔을꺼다. 그래서 미루는 어금니가 아직 없어서 음식을 꼭꼭 씹어먹지 못하고 대충대충 먹는 편이다. 항상 앞니로 덮섭덮섭.

 

아침에 일어나 입안을 보니 윗니 두개 옆에 송곳니가 봉긋 나와 있다. 이게 살을 파고 나오려고 그랬나 싶어 야속하기도 하고 너무 멋지기도 해서 자꾸 보고 싶은데 입을 벌리면 미루가 혀로 이를 가린다.

 

뒤집을때나 걸을때 폭풍이 일어난다고 하던데 미루는 여지껏 이런 일은 없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성장통을 하는 것 같다. 근디...이제 겨우 송곳니 하나 나왔다. 아직 나머지 송곳니 어금니들이 기다리고 있다. 아 무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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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자란다.

아니 더 정확히 변한다. 아니 그냥 자란다가 더 맞는 것 같다. 변한다에는 성장의 의미가 없으니까.

 

*

지금 생각해보면 항상 부족했는데, 10대를 보내면서 경제적으로 부족했지만 그것보다는 부모의 눈빛과 말, 정서적 나눔 뭐 그런 것들이 부족했던 것 같다. 당시 가장 답답했던 것은 요상하게 반복되는 일상이 싫었던 마음을 나눌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 학교, 집의 무한 반복, 무한 반복되는 모든 것들이 답답했다. 그래서 소설책도 읽고 낭중에는 철학책도 읽었지만 그래도 참 지루했던 것 같다. 그래서 세계여행을 꿈꾸기도 하고 그러다가 너무 먼 일인것 같아 그냥 노선이 가장 긴 버스를 타고 2~3시간을 멍하니 시내구경을 하면서 맘을 달래기도 했다. 아마도 이건 좀 커서 일이고 초등학교때는 집 뒷산으로 마구 돌아다니며 칡도 캐서 먹고 비 맞으며 돌아다니고 그랬던 거 같다. 그땐 좀 외로웠던거 같다. 그때 조금이라도 그런 맘을 나눌 사람이 있었다면 맏이인 난 그럴 맘을 나눌 사람이 부모였을텐데 엄마는 아이 셋을 건사하면서 일을 하느라 항상 바빴다. 아침이면 도시락을 다섯개까지 싸는 엄마를 보면서 그냥 그녀의 일을 조금이라도 덜어줘야지 하는 맘 밖에 안들었다. 그래서 피아노를, 태권도를 배우겠다는 동생들이 이상했다. 나에겐 원초적으로 배제되었던 욕망이었으니까. 그런걸 배우고 싶어하다니. 우리집 같은 경제상황은 가진 집에서 말이지. 뭐 그런 생각을 했었다.  지금 생각하니 좀 슬프네. 어린것이 말이지. 참.

 

여튼 아이는 변한다. 자란다. 매 순간 자라고 생각하고 자란다. 그 순간을 나눌 수만 있다면...좋겠다.

 

*

베트남으로 떠나던 날 아침, 상구백이 미루를 놀이집에 데려다 주러 나가는 모습을 핸드폰에 담았다. 베트남에 가서 보고 싶으면 보려고...그러고는 정작 베트남에서는 오기 전날 아침에 한번 꺼내 봤다. 그곳에서는 로밍하지 않은 핸드폰은 별 쓸모가 없었기 때문에 짐 가방 가장 깊숙히 넣어 둔 이유도 있었지만 왠쥐 한번 보면 보고싶은 마음을 주채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보고싶은 마음을 닫아버렸다. 아니 미루에 대한 마음을 닫아 버렸다. 밤마다 상구백이랑 통화하면서도 미루 안부는 물어봤지만 차마 목소리는 들을 수 없어서 바꾸지 말라고 했다. 미루랑 16개월만에 처음 떨어지는 것이기도 하고 그래서 보고싶은 맘이 어떤 모양새를 띠고 있을지 감이 안오고 막 보고싶어지면 그 다음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 그냥 마음을 닫아 버렸다. 물론 여러가지 걱정은 됐지만 의외로 그런 부분은 쉽게 맘이 정리됐었다. 어차피 내가 같이 없으니 무슨 일이 나든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그저 상구백이 잘 할거라 믿고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의지라도 되게 전화라도 자주하자 뭐 그런 맘이었다. 여튼....오는 날 아침 사진을 보는데 참 낯설었다. 내 머릿속에 있는 아이는 더 작고 더 어린데 사진 속의 아이는 크고 성장한 모습이었다. 이상한 맘이 들었지만 뭐...그러고 집에 왔다.

 

현관문을 여니 이내 상구백이 온갖 호들갑을 떨면서 팔짝팔짝 뛴다. 그러면서 "미루야~~~ 엄마 왔어" 하면서 식탁쪽을 바라본다. 다 들어와서 그쪽을 봤더니 식탁위에 왠 거대한 아이가 있는 것이 아닌가???

미루는 일주일 만에 본 엄마가 좀 머쓱했는지 그냥 미소띤 얼굴로 밥을 먹는다. 16개월 아기는 기억력이 일주일이라던데 그래서 못 알아보나 뭐 그런 맘은 들었지만 솔직히 미루는 대충 머쓱한 얼굴로 그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 같은데 정작 난 참 낯설었다. 일주일만에 아이가 이렇게 크다니...정말 몰라보게 자랐다. 덩치도 많이 큰 것 같고 하는 표정이며 동작이 내가 아는 미루가 아니었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 입으면서 상구백이랑 계속 이야기를 하는데도 미루는 날 살피면서 밥만 먹는다. 옷을 다 갈아 입고 미루한테 갔더니 그제서야 미루가 두팔을 내민다. 꼭 안고 늘 앉던 자리에 앉았더니 어깨를 들썩이면서 곱게 웃는다. 그러고는 젖을 달라고 옷을 올린다. 한참을 젖을 먹이는데 아기가 참 많이 자랐다. 더 또렷해지고 더 컸다. 다리도 팔도 얼굴도 어깨도 참 많이 자랐다.

 

*

미루는 태어난지 이제 16개월하고 15일 정도 지났다. 그런데도 난 내 머릿속에 미루에 대한 이미지가 고정되어 있나보다. 어느새 문장으로 뭐라 뭐라 하는 녀석을 보면 이런 순간이 다신 오지 않을텐데 많이 아쉽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난 미루를 여전히 뒤집지도 못하고 누워만 있었던 아기 미루로 여기고 있다. 슬쩍 보면 별 차이 안나는데....그래도 아기는 변한다. 조금씩 조금씩 하루 하루 성장한다. 내가 그리 지겹게 여겼던 반복되는 일상속에서도 아이는 성장한다. 놓치지 말아야지. 아기가 하루 하루 성장하는 것을 봐야지. 그리고 즐겨야지. 안그럼 정말 어느순간 내 등 뒤에서 외로워하는 아이가 있을 것 같다. 자길 좀 봐달라는 아이가 있을 것 같다. 음...건 또 슬픈 일.

 

*

필요할때 오버해서 박수를 치더라도 너무 나서서 아는척은 하지말아야지. 그냥 한 인간이 자라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즐거움으로 상구백이랑 키득키득 거려야지. 그럼 족하지 뭐.  아이는 자란다. 잊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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