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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르완다..그 전쟁의 기억

해미님의 [[호텔르완다] 평범한, 그래서 가슴 뜨거운] 에 관련된 글.

지난주에 대추리 들어갔을 때 봤던 영화.

 

나름 감동의 물결 영화였던 것 같은데

여럿이서 떠들며 봐서 인지 그런 감동의 물결은 느낄 수 없었다.

계속 우리가 얘기했던 건

이 곳의 상황과 너무 비슷하다는 것.

어디서 많이 들었던 이야기들이 대사로 계속 나와서

그 아이러니함이 우스워서 한없이 끔찍한 영화였음에도 그냥 웃어버렸다.

물론 그들의 비참한 전쟁과 똑같다고는 할 수없었지만

검문이나, 고립된 호텔의 모습이나 이런 것들이 평택의 상황을 연상시켰다.

 

사실 마치 한 사람이 천 몇 명을 살린 것처럼 보이게 하는 카피는 별로였지만

그가 모두를 살려낸 영웅처럼 보이는 것도 별로였지만..

여하튼.

 

나를 끔찍하게 만들었던 것은

전쟁 그 자체였다.

호텔에 고립되어있던 그들이 벨기에든 가나로든 도망가든 말든

그 이후에 르완다는 어찌되는 것인가.

전쟁의 광기 속에 묻혀지냈던 그들이

전범재판에서 단지 몇 명이 극형을 받았다고 해서

남은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을까

그걸 보면서 나는 우리 할머니를 생각했다.

그것과 비슷한 형태의 전쟁을 겪은 사람으로서의 할머니.

그 이후 그녀가 그 이전과 같이 살아가는 게 가능했을까?

동네에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걸 보면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사이 깡통에 밥을 해 먹어야만 했던 삶을 살았던 그녀가

그 이전의 그녀와 같을리 없다.

영화는 함께 밝게 웃으며 떠나는 사람들로

그리고 이후 그들은 잘 살고 있다는 자막으로 끝나지만

나에게는 계속 그 끔찍한 기운만이 남았다.

 

칼을 슬슬 바닥에 갈며 사람들을 죽이던 후투족이나

마치 미개인을 대하듯 총을 쏴대던 군인들이 뭐가 다른가

전쟁의 광기가 누구를 피해갈 수 있었을까.

 

울어라 슬퍼라 하는 음악때문에 오히려 뒤에는 영 별로였지만

나는 그 끔찍함을 그대로 드러내보여주었다는 것이 좋았다.

아이의 공포, 여자의 공포, 가족을 지켜야한다는 생각에 시달리는 그의 공포가

툭툭 느껴졌다.

전쟁 안에는 그 누구도, 영웅일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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