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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2/22
    눈오는 날의 삽화(3)
    손을 내밀어 우리
  2. 2005/02/19
    중앙위원 공동성명(4)
    손을 내밀어 우리
  3. 2005/02/18
    민주노총 자유게시판에서(4)
    손을 내밀어 우리
  4. 2005/02/16
    분신 선언과 대대 사수, 그 사이(13)
    손을 내밀어 우리
  5. 2005/02/15
    지각(2)
    손을 내밀어 우리
  6. 2005/02/08
    (6)
    손을 내밀어 우리
  7. 2005/02/02
    권력(17)
    손을 내밀어 우리
  8. 2005/01/28
    대구에서 횡설수설(2)
    손을 내밀어 우리
  9. 2005/01/27
    헥산의 추억?
    손을 내밀어 우리
  10. 2005/01/21
    15시간의 회의...(10)
    손을 내밀어 우리

눈오는 날의 삽화

1.

날씨도 춥고 눈까지 온다고 했다. 밥솥을 열었더니 식은 밥이 충분히 남아 있다. 밥을 새로 지어 도시락을 싸야 하는데 콘센트를 꽂고 그냥 보온모드로 전환했다. 간밤에 다시마와 무까지 넉넉하게 넣어 시원하게 끓인 콩나물국과, 어제 아침에 도시락 반찬으로 싸고 남았던 무생채를 꺼내어 아침밥을 배불리(!) 먹었다. 겨울이 지나고 있음인지 7시가 채 되지 않았는데 사위가 제법 밝다. 겨울이 다가고 있구나. 서울 출퇴근이 익숙해질수록 더이상 기차시간에 쫓기지 않고, 매사에 여유가 있다.

 

2.

그래도 잠은 늘 부족하다. 새벽 4시가 다 되어 잠이 들었다가 3시간(90분의 수면주기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편임. 즉, 3시간, 4시간 30분, 6시간으로 수면시간을 설정함)이라는 최소 수면시간도 채우지 못하고 손전화의 알람으로 깨어난 터에 밥까지 충분히 먹었으니, 오랜만에 차를 타자마자 잠을 청했다. 깨어나니 한강을 지나고 있다. 눈이 내린다. 갈매기가 끼루룩 끼루룩 소리를 내며 날아가던 황지우의 어떤 시를 떠올린다. 세상 밖으로 날아오른 새들이 눈이 되어 돌아오는건가. 

 

3.

서울역에 내리자마자 눈보라가 매서운 현실이 되어 몰아친다. 옷깃을 급히 여미고 지하철로 뛰어드니, 거기에는 이미 인산인해. 인천행 전철이 어찌된 영문인지 역주행을 하고 있다. 어-랍-쇼? 다급한 안내방송이 이어진다. 죄송합니다. 고장난 전동차를 견인하고 있습니다. 남영역쪽으로 가려했으나 눈이 오고 경사가 심해서 반대쪽으로 견인하고 있사오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 사내는 그렇게 되풀이하며 외치고 있었고, 까맣게 불꺼진 창들이 거꾸로 달려가고 있었다.

 

4.

서울역 지하에서 달리던 전동차에서 합선이 되어 불이 났고, 전철이 멈췄단다. 사고 시간이 7시 20분이라 했다. 그리고도 한시간 후에야 내가 그 광경을 목격했으니, 무려 1시간 이상 출근길의 서울특별시민들은 발을 동동 굴러야 했나 보다. 나비의 날개짓 하나로도 서울은 얼마든지 사람들을 죽였다 살렸다 하겠구나 싶었다. 그래도 나는 제방향으로 가는 전철을 타고, 시청앞에서 한번 더 갈아타고, 사무실에 무사히 제 시간에 도착했다. 눈이 아무리 내려도 그 곳만 벗어나면 황량한 겨울 벌판임에야.

 

5.

사무실에 들어서면 눈은 딴 세상 일이다. 서울역 화장실, 소변기와 소변기 사이 바닥에 둘러앉아서 이른 아침부터 깡소주를 마시고 있던 노숙인 동지들은 이 추운 낮에 어디에서 몸을 쉬고 있을까. 노조 만들고 처음으로 상경집회를 하고 있는 학교비정규직노조 동지들은 모두가 차창을 꽁꽁 닫고 쌩쌩 지나칠 광화문 허허벌판에서 누구에게 쌓인 분노를 내던져야 하나. 국회 앞에서 최저임금 50% 보장하라고 외치고 있을 동지들은 세찬 눈보라도 대한민국의 최저임금보다는 차라리 덜 춥다고 생각할까. 여러 곳에 동지들을 보내 놓고서 이런 쓸데없는 감정의 유희를 즐기고 있는 나.

 

6.

3월 2일에 연맹 정기대의원대회가 예정되어 있다. 지난 해의 사업을 평가하고 올해 할 일들을 계획하고 대중적으로 합의를 모아가는 과정이 참 지난하기만 하다. 끝없이 이어지는 투쟁과 교육과 회의와 간담회와 집회로 사무처의 상근 간부들이나 임원들이나 모두 정신없는데, 내가 떠맡아야 할 일주일치의 버거운 일정과 숙제(내일까지 1천페이지에 달하는 문건을 모두 읽어치워야 함)를 앞에 두고, 이처럼 한가한 독백이라니! 눈은 잠시 그쳤지만, 하얀 눈길이 이 동네에는 그래도 남아 있네.

 

7.

싱거운 덧글 하나. 지하철에서 나이든 광신도 둘이 얘기하는 것을 우연히 들었다. 무어라 무어라 결의하는 듯하더니, 헤어지면서 하는 말이, 팔뚝을 한번 내지르며 "승리합시다!" "아멘!"이었다. 푸하하. 투쟁하는 동지들이여, 모두 함께 끝까지 싸워서 승리하자, 하고 외치려다 보니 요즘 우리끼리 싸우는 곳이 워낙 많아서 누구를 응원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한 동지가 회의하러 간다면서 방금 팩스로 받은 문건 하나를 던지고 간다. <민주노총 대의원들께 드리는 호소문> "기만적인 '사회적 교섭안'의 폐기를 촉구한다!" 이게  또 누구냐, 어디 보자, '사회적 교섭안' 폐기를 촉구하는 교수들이로구나. 두둥 둥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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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위원 공동성명

22일 임시대의원대회를 강행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하리라는 것이 내 판단이다. 그래서 회의든 만남이든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대의원대회 강행을 중단하라고 주장했고 호소했다. 사회적 교섭에 대해서 찬성하는 사람들조차도 상당수는 이번 대의원대회의 강행에 대해서는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 집행부의 입장은 아직까지 요지부동이다.

 

오늘 오후, 다급한 심정으로 민주노총 중앙위원들의 성명을 조직하였다. 우리 연맹의 중앙위원 18명 중에서 절반 이상이 동의의 뜻을 밝혔는데, 최종 발표를 맡은 동지들도 급한 마음이었던지 여러 사람의 이름이 빠져 있다. 참여한 사람들의 숫자가 대수겠는가. (참고로, 민주노총 중앙위원회 숫자는 지난 15일 현재 151명이다)  각자의 입장들이 극명하게 갈라진 상황에서, 성명서가 야기할 수 있는 또다른 파문에 대해서도 다소 걱정은 되지만(민주노총 자유게시판이 난리다), 일단 민주노총 공식 회의단위에 참가하고 있는 사람들의 조직된 입장을드러내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그리하여 나타난 그 차이를 대화와 토론을 통해 좁혀나가야 한다고, 나는 늘 주장해 왔다. 물론 그에 따른 대중적 평가도 받고 책임도 져야 될 것이다. (실은, 주장은 그렇게 했어도 내가 늘 내 입장을 명확히 했던가 자문하면, 그렇지는 않다. 나도 눈치보는데 열심인 적이 많다.-.-)

 

이런저런 긴박한 사정들이 집행부에게도 부담이 된 듯, 예정에는 없었지만, 오늘 밤 산별대표자 간담회(?)에 이어서 내일 11시에 긴급하게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가 열린다고 한다. 공식적으로 현재의 난국을 풀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인다. 일단 내일까지 지켜 보자. 그리고 나서 그 때부터 22일까지는 새로운 고민의 단계로 나아가도록 하자.

 

성명서의 내용을 첨부한다.



                                   민주노총 위기상황 해결을 위한 

                                          중앙위원 공동성명

불과 두달전인 2004년 11월 26일 민주노총은 노무현정권의 비정규확대법안 강행처리에 맞서 17만명이 참가하는 총파업투쟁을 힘차게 전개했습니다. 그리고 조합원들은 2005년투쟁이 2월의 비정규확대법안 저지투쟁으로부터 힘찬 포문을 열 것이라고 믿고 있었으며, 우리 중앙위원들은 부족한 투쟁동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어렵지만 투쟁의 전망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민주노총은 폭풍이 몰아치는 망망대해에서 방향타를 잃고 표류하는 상태입니다. 순식간에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어버린 위기상황은 1월 20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연초부터 노무현정권은 2월 임시국회에서의 파견제확대법안 처리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아울러 노동부장관이 '비정규확대법안 처리유보를 조건으로 한 노사정 사회적 교섭 불가'라는 입장도 분명히 했습니다. 이처럼 정기대의원대회를 앞둔 정세는 매우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는데, 민주노총 집행부는 정기대대에서의 사회적 교섭방침안 처리를 강행하고자 했습니다.


우리는 '사회적 교섭'이라는 미명하에 사회적 합의주의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데 대한 우려와 함께 비정규확대저지투쟁을 둘러싼 긴박한 정세인식에서 '사회적 교섭'안 처리에 반대했습니다. 노무현 정권이 비정규노동자문제를 더욱 개악하고 있는 한편에서, 민주노총이 '사회적 교섭'안을 결정한다는 것은 노무현정권의 비정규확대법안 처리를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습니다. 2004년 9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이수호 위원장 역시 노무현정권의 비정규확대 기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사회적 교섭을 추진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집행부는 정기대대무산 직후 2월 1일 대의원대회를 소집하여 사회적 교섭안 처리를 강행했습니다. 이로 인해 결국 2월 1일 대의원대회는 단상점거라는 사태를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진지한 토론보다는 표결처리에 급급했습니다. 위원장 사퇴발언, 의사정족수도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의 표결시도 등으로 사태는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조직 내의 의결과정에서 단상점거라는 극단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운동의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 동의될 수 있는 합의지점을 찾아 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민주노조운동은 그동안 많은 이견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합의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가장 중요한 활동의 원칙으로 해왔습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통합을 가능하게 하는 지도부의 역할과 자세입니다. 그것이 지도력이라고 봅니다. 아울러 정규직 중심의 민주노총에서 비정규확대법안 최대의 피해자인 미조직 비정규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의원대회가 제대로 수렴하지 못한 점을 겸허히 반성해야 합니다.

2월 1일 대의원대회 이후 사태는 더욱 겉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대대 직후 민주노총 집행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일방적으로 2월 22일 대의원대회 소집을 발표했습니다. 2월 1일 대의원대회까지 집행부는 사회적 교섭과 상관없이 투쟁을 힘차게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대대이후 집행부는 책임있는 투쟁준비 보다는 사회적 교섭을 또 다시 상정하면서 현재의 위기국면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노무현정권은 이 틈을 비집고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위원회 복귀 결정을 하지 않으면 국회에서 비정규확대법안을 강행처리하겠다고 협박하는 형국입니다.


사회적 교섭을 대의원대회에서 상정하고 이를 처리해야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집행부의 지도력이 다시 서고 그래야 민주노조운동의 기풍을 새롭게 세울 수 있다는 집행부의 입장을 우리는 정말로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집행부의 입장이나 조건이 민주노총의 현재의 어려움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집행부의 입장이 정말로 걱정스럽습니다.

더욱이 민주노총 집행부는 2월 22일 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교섭방침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대회사수대를 조직한다고 합니다. 민주노총 집행부가 본인들의 의사와 관계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 집행부의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중집위원이 쓴 문건을 통해 사회적 교섭 강행처리에 반대하는 수많은 동지들을 분파주의자들로 매도하면서 집행부와 입장을 같이하는 특정정파들에 대해 사수대조직 총동원령을 발동하는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집행부가 그렇게 비난하던 또 하나의 물리력에 불과하며 이런 물리력에 의존하여 대의원대회가 진행된다 한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또 한번의 위기는 누가 책임진다는 것입니까?
이 상황에서 대의원대회가 소집된다면 결과는 너무나 명확합니다. 민주노총은 상당기간 겉잡을 수 없는 위기상태로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사회적 교섭안 처리를 위한 대의원대회를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이에 우리는 현 사태를 수습하고 조직 내 단결과 비정규직 확대저지 투쟁을 위한 충정으로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첫째, 사회적 교섭안 등 현재 제출되어 있는 안건을 철회해야 합니다.
둘째, 이수호 위원장은 교섭을 위해 민주노총 위원장직을 거는 것을 중단하고 투쟁을 위해 즉각 위원장 업무에 복귀해야 합니다.
셋째, 이런 전제 하에 대의원대회를 소집하여 비정규확대저지 총파업투쟁을 힘차게 결의해야 합니다.

민주노총은 비정규확대저지 투쟁준비를 위한 소중한 2-3개월을 조직 내 논란으로 허비했습니다. 지금이라도 민주노총 지도부를 포함한 중앙위원, 대의원들이 조직의 위기를 극복하고, 단결의 기운을 높여, 비정규화대저지투쟁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합니다. 진정으로 그러할 때 민주노총 지도부 전체에 대한 조합원 동지들의 질책은 투쟁결의로 전환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제 더 이상 혼란이 계속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우리 중앙위원들이 적극 대처할 것입니다. 투쟁을 포기하고 조직내 혼란과 분열을 초래하는 '사회적 교섭안'을 저지하기 위해 강력히 대응할 것을 천명합니다.

                                                        2월 18일

                                                민주노총 중앙위원

/ 공공연맹 위원장 양경규, 수석부위원장 박정규, 부위원장 권수정, 부위원장 허인, 사무처장 이성우, 전기안전공사노조 위원장 이영원, 사회보험노조 부위원장 송종연, 아시아나항공노조 위원장 고경임, 발전노조 위원장 신종승 / 민주노총 경북본부 본부장 김병일, 교육국장 배태선, 서울본부 본부장 고종환, 부본부장 이덕순, 경기본부 본부장 이상무, 충남본부 본부장 이경수, 전교조 충남지부 부지부장 전순옥, 충복본부 본부장 이영섭, 충북대지부 지부장 이향숙, 강원본부 본부장 김종수, 제주본부 본부장 강봉균, 민주노총 회계감사 배기남 / 금속산업연맹 위원장 직무대행 우병국, 울산본부장 전규석, 두원정공노조 위원장 이용섭, 대우조선노조 부위원장 김태룡, 현자자동차노조 위원장 이상욱, 수석부위원장 김태곤, 정보통신부장 최임숙, 정영자, 부위원장 최용원, 조직강화1팀장 서동식, 대협실장 지진성, 한라공조노조 위원장 조민제,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 손송주, 사무처장 김형계 / 화학섬유연맹 한국메디칼사푸라이노조 위원장 박종숙 / 화물통준위 직무대행 김달식 / 전교조 정정순, 최정윤, 전순옥 /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 현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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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자유게시판에서

* 이 글은 손을 내밀어 우리님의 [분신 선언과 대대 사수, 그 사이] 에 관련된 글입니다.

누군가 내 글을 민주노총 자유게시판에 옮겼고,

거기에 답글이 하나 달린 것을

지금에사 보았다.

그 답글과 답글에 대한 내 입장을 여기에 나란히 옮겨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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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글 내용으로 보면 공공연맹의 임원인데 이름을 못밝히는 것은 왜일까?

작성자: 대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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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듯 정말 민주노총을 위해 걱정을 고민을 정말 많이 하는듯 하며
당신은 무엇을 주장하는 것입니까?
당신이야 말로 그 유명한 한 대학총장이며 신부였던 사람의  "죽음을 부르는 어두운 세력"
과 같은 음모론의 주장으로 대중을 현혹하고 내가 죽을 자신이 없어 남에게라도 죽어서
이판을 내가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어 보려는 알팍한 기회주의 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보여지지 않습니까?
지금의. 민주노총은 지혜가 필요한때입니다.
뚯을 모으고 차이를 좁히고 해서 방법을 찾아야 할때입니다.
민주노총의 교선실장의 글이라는 것이 인용되고 있습니다.
지난 중앙위 에서 그 글을 공개하고 잃은 사람이 공공연맹의 임원이였던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최소한 민주노총 답게 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런 지혜를 모을 생각을 하기 보다는  죽음을 부르는 어두운세력을 요구하듯
음모론만 이 사실인것처럼 유포시킨다고 문제가 해결 되겠습니까?
제발 자중하십시요.
그런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럴시간이 있으면 지금이라도 민주노총의 지도부와 대화를 시도해 보십시요
지혜를 모아 보십시요.
이런 얄팍한 음모론으로 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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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글을 쓴 당사자입니다.

작성자: 이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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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공공연맹 사무처장 이성우라고 합니다.
<분신 선언과 대대 사수, 그 사이>라는 글은
제가 민주노총 제2차 중앙위원회(2/15)에 참가하고 나서
지극히 개인적인, 착잡하고 비통한 심경을, 느낌 그대로 써서
제 블로그에 올린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공간이 아니라서
누군가 이 게시판으로 옮길 줄로는 미처 생각을 못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애써 감추고자 쓴 것도 아닙니다.

제 글의 요지는, 분열과 갈등과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민주노총의 현재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노력과 해법을 찾지도 못한 채
그저 대의원대회만 강행하는 것에 대한 걱정을 나타낸 것이고,
특히나 '분신 선언'과 '이수봉 문건'의 극단적 대립에 대해서
노동조합 간부로서 느끼는 막막하고 답답한 심정을 써 본 것입니다.

일반 대중들에게 퍼뜨리고자 쓴 글이 아니라는 것은
글의 행간을 살펴 보시면 충분히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의 분명한 입장은,
22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강행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나름대로의 고민을 바탕으로
책임있는 행동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동지께서 지적하시는 것처럼
'얄팍한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지만,
혹시라도 그러한 느낌을 받는 대목이나 표현이 있다면
이 게시판에서 구체적으로 지적해 주시거나
제 이메일로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그 누구의 말씀이든 경청하고
제가 받아들여야 할 것이 있으면 기꺼이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011-451-7760, people4@nodong.org 이성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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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선언과 대대 사수, 그 사이

민주노총 제2차 중앙위원회가 있었다.

27명의 중앙위원들이 22일에 강행되는 대의원대회에 대해서

강행해라, 하지 말라, 하며 제가끔 열변을 토했고,

정회 후에 의장(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이 이렇게 정리를 시도했다.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할테니, 대의원대회 사수를 위해

 노력해 달라, 오늘 회의가 표결까지 가지 않도록 해 달라, 당부드린다.

 

분열과 파행으로 치닫는 대의원대회를 강행하는 것은

민주노총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기는커녕

더 큰 나락으로 떨어지는 길이다, 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나로서는

의장의 발언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가 없어서 되물어 보았다.

 

=1) 2월 22일 대의원대회는 한다, 2) 장소는 경희대 크라운관이다,

 3) 안건은 이미 공지된 3가지(위원장 신임, 사회적 교섭, 남북교류기금사용)이다,

 이렇게 정리하면 되는가?

 

의장이 거듭 그렇다고 했다.

자칫하면 파국으로 치닫을 지도 모르는 대의원대회가

불과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모두가,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다, 정말로 걱정이다 하면서

중앙위원회가 집행부의 당부만으로 끝내서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그것은 회의가 아니라 중앙위원 간담회나 토론회라 부르는 게 낫다)

정말로 걱정이다, 그렇게 나는 말했다.

 

나의 마지막 발언에 대해서 집행부의 임원이

그렇다면 표결을 하자고 응수를 했지만, 나도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 토론에 들어가기 전에

나는 세 가지 문건을 접했고, 참담한 심경으로 그것을 읽었다.

 

 

 



하나는, 민주노총 중앙위원 동지들께 드리는 전국비정규노동조합대표자연대회의(준)의 호소문이었다. 회의실 입구 탁자에 가지런하게 놓여있었다. 각 게시판마다 올려져 있으니 찾아서 읽어보기를 바란다. 사회적 교섭에 대한 일체의 논의를 중단하고 법 개악 저지와 권리입법 쟁취를 위한 총파업 투쟁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발전노조의 가장 오래된 해고자(전력노조 해고자라는 게 맞지만) 박주석 동지가 우리 연맹 게시판(자유게시판 12611)에 올린 "내가 분신하겠습니다"라는 글을 다음으로 읽었다. 읽었다기보다는 흐느꼈다.

 

-가장 구체적인 탄압 속에서 성장한 우리들이라 가장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노사협조주의에 가장 구체적으로 투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그들이 뿜어내는 노사협조주의에, 사회적 교섭에 결코 방관자가 되거나 또는 침묵으로 동조하거나 양비론으로 그들을 돕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나의 온몸으로 저항하고 싶을 따름입니다.

-내가 아는 조수원 열사, 양봉수 열사, 김시자 열사는 모두 다수결에 의한 민주주의의 희생양들입니다. 그들은 다수의 횡포에 맞서 저항한 사람들입니다. 또다시 한 사람의 희생이 필요하다면, 그들의 사회적 교섭을 저지할 수 있다면, 나도 기꺼이 우리 동지들의 뒤를 따르겠습니다. 더럽게 살지 않기 위해서 말입니다.

 

속리산에서 있었던 정기대의원대회 이후, 나는 줄곧 민주노총의 대의원대회장에서 한 노동자가 분신을 하는 환영에 휩싸이곤 했다. 지난 2월 1일 영등포구민회관에서 신나가 뿌려지는 것을 보면서 까마득하게 내 몸이 추락하는 기분을 느꼈던 것은 진작부터의 불안감때문이었다. 신나를 뿌렸던 그 동지는 경위보고와 총연맹 대의원 사퇴서에서 "지금 게시판에 퍼부어지는 온갖 비난을 보면, 그 때 제가 왜 분신을 생각해내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듭니다. 제가 조금만 더 냉정했고, 조금만 더 용기가 있었더라면 구석에서 조용히 신나를 껴얹고 불을 질렀겠지요" 하고 썼다.

 

민주노총을 상대로 분신을 생각하는 사람이 한두사람이 아니란 얘기이다. 막아야 한다. 막아야 한다. 지금 대의원대회를 강행하는 것은 분신이든 그 무엇이든 극단적 갈등과 충돌과 예기치 못한 사고를 예고하는 것이다.

 

이와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나에게 충격을 던진 문건이 하나 있었다. 끝에 "2005. 2. 12. 민주노총 교선실장 이수봉 드림"이라고 이름이 쓰인 것이다. 물론 이수봉 실장이 직접 작성했는지 따져 묻지는 않았다. 그 문건은 대의원대회를 사수하자는 것이었다.

 

-대의원대회를 사수하자. 관건은 폭력과 의사진행방해가 없는 대회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참관인을 허용해서는 안됩니다. 둘째 토론은 하되 고의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단호히 경고조치하고 지도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셋째 질서유지대가 충분히 조직되어야 합니다. 우선 500명을 목표로 조직되어야 합니다.

-긴급제안을 하겠습니다. 첫째 각 연맹은 대중조직을 발동해주십시오.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민주노총 폭력추방결의대회를 진행해 주십시오. 둘째 ...가능한 모든 현장조직들은 전조직원 동원령을 내려주십시오. 민주노총 사수 결의대회를 대대 장소 근처에서 진행해 주십시오.

-동지들 분명히 합시다. 대중조직의 정당한 의사진행과정을 야비한 전술로 방해한 쪽이 누구입니까? 그동안 우리는 얼마나 참아왔습니까? 얼마나 설득해왔습니까?

 

아아, 더 이상 인용하고 싶지도 않고 일일이 논평하고 싶지도 않다. 분명한 것은 이대로 가면 2월 22일에 우리는 어떤 사태를 감당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소소한 얘기지만, 의장은 오늘 집행부가 파국을 피하고 민주노총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지를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연휴 동안 내내 의견을 달리하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자"고 했습니다! 그래, 내가 확인한 바로는 그는 "만나자"고만 했지, 그 사람들이 애써 만나겠다고 하는데도 시간이 없다면서 실제로 "만나지는 않았다"! 또 다른 노력도 했다고 했지. 속리산 대의원대회를 유회시키기 위한 시나리오가 있었다고 제기하면서 그 증거인 문건은 집행부의 노력의 일환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그러한 음모론에 대해서는 오히려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할 일이라고 나는 지난 대의원대회에서 말했었다.

 

지독히 심란하다. 왜 나는 그 회의장에 끝까지 앉아 있었을까, 자괴감이 여러번 들었다. 자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자고 내일도 새벽 첫차로 빨리 사무실 가야 하는데, 내일 아침 우리 연맹 중집위라도 제대로 준비해야 하는데, 아니아니, 차라리 지금 느끼는 이 심경을 밤을 새서라도 써야 되는것 아닌가, 이런저런 생각에 혼란스럽다. 의연하자. 차분하자. 남은 기간이라도 동지들과 함께 방법을 찾아보자....................

 

한가지만 덧붙이고 끝내자. 22일 대의원대회를 원만하게 개최하기 위해서 집행부가 회의자료에 제시한 것은 다음 세 가지 준비사항이 전부이다.

 

-민주노총 최고의결기관인 대의원대회에서 60만 조합원의 대표인 파견대의원들의 정확한 발언과 의결을 보장하는 대의원대회장이 마련되도록 한다.

-이번 2.22 개최 예정인 35차 임시대의원대회는 회의 진행 내용이 완전공개되도록 하며, 대회장소의 규모에 따라 참관인원은 별도의 참관석을 마련하여 참관할 수 있도록 한다.

-대의원대회 진행에 있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하여 가맹.산하조직에서는 안전요원을 선출하여 대회가 원만히 성사되도록 한다.

 

후우, 이 중에서 세번째 내용은 오늘 조직담당자 회의에서 반발이 커서 폐기되었다던가 유보되었다던가... 이런 걸 보면서 앞서 소개한 이수봉 문건의 끔찍한 내용들을 떠올린다면 내가 너무 과민한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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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연맹의 월요일은 아침 8시 임원회의부터 시작해서

아침 10시 상집회의, 이어서 실별회의, 점검회의 등등이 이어진다.

연휴를 맘껏 개기다가

일요일밤이 되어서야 미루었던 일 몇 개 처리하고,

새벽 3시가 지나서 간신히 잠자리에 들 수 있었는데

2주만에 열리는 임원회의에 늦을까봐 너무 긴장을 해서인지

30분 간격으로 4번이나 잠에서 깨었다가

5시 40분, 첫 차 출발시간이 너끈히 남을 시간에 집을 나섰다.

깜냥에는 서울가는 기차안에서 좀 자야지 했던 것인데

이런저런 생각들에 휩싸이다 보니 금세 서울역이다.

그렇게 시작한 어제,

회의는 변함없이 종일 이어졌고,

부산, 광주, 대구, 대전에서 달려온 지역본부 활동가들까지

모두 참석한 회의 하나 끝나기를 기다려 밥도 먹고 소주도 마시다 보니

집에는 또 새벽에야 귀가할 수 있었다.

이번 주의 일정을 챙기다 보니

당초 목요일로 예정된 사무처 운영회의(처장, 상설위원장, 실장단 회의)를

앞당길 사정이 생겼고,

그걸 오늘 아침 9시에 소집해 두었다.

 

그리고 아침,

5시 50분에 맞춰둔 손전화의 알람소리에 깨어난 듯했는데

시계를 봤더니 어랍쇼 7시가 막 지나고 있었다. 와아아아악-

서둘러 씻고 챙겨서는

밥 대신에 우유 한잔 마시고 역으로 달렸다.

(간장오타맨 걱정을 생각해서, 김밥에 녹차로 아침식사는 했음)

7시 50분차를 탄 것은 1월 이후 처음이다.

다행히 천안아산, 광명역에서 서지 않고

곧바로 50분만에 서울역으로 가는 기차였기에

미리 회의 참석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날리고

20분 지각으로 그칠 수 있었다. 휴우-

 

엎어지면 코닿을 곳에 사무실이 있을 때에는

좀 늦어도 사무실에 도착하는 순간까지만

지각이라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면 끝나는데,

(그래서 이 핑계 저 핑계 없이도 20분 지각쯤은 밥먹듯이 했음)

2시간이 더 걸리는 거리에서 당초 출발부터 늦으니

20분의 지각에도 2시간 내내 안절부절이다.

이래서 집 가까운 사람이 더 늦는 것일까...^^

 

암튼, 지각하지 말아야지.

밤을 새더라도 제 시간에 차를 타야지-

 

아, 밥 먹으면 또

민주노총 중앙위원회에 가야 하는 처지이다.

전쟁같은 회의가 벌어지는 민주노총 회의라...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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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떤 문자메시지

 

동지가 있어 행복합니다.

동지가 있어 꿈을 꿉니다.

을유년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낮에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

전화번호도 이름도 남겨져 있지 않다.

누구신지 모르겠소만, 나에게 그대도 마찬가지요,

하고 말 전하고 싶다.

 

2. 배추뿌리

 

재래시장 입구에

배추뿌리들이 뒹굴고 있었다.

한무더기에 2천원, 5개를 사왔다.

아내가 반기면서 생으로 반개 먹고

남은 반개를 채썰어서

어제 해둔 무생채에 버무려 반찬으로 먹었다.

술집에서 입가심으로 먹던 배추뿌리,

실은 어릴 적 우리네 소중한 간식이었는데, 잊고 있었다.

저녁에 다시

한개를 우적우적 깨물어 먹었다.

 

3. 차례

 

부모님께서 우리집으로 오시기로 했다.

3일동안 집에만 처박혀 지내야겠다.

 

아, 리베라노조 동지들에게는 가봐야 하는데.

 

4. 밤비

 

비가 온다.

 

심심해서

새벽 1시가 지나 가문비와 함께 장보러 간다.

컴퓨터잡지 한권, 사탕 한봉지, 안주거리 두엇,

과일 한바구니, 두부 한모, 캔맥주 하나, 샐러리 한다발,

이것저것 주섬주섬 챙겨다가

새벽 3시에 도란도란 얘기도 나누고 맥주도 마시고...

 

비가 계속 내린다.

이번 겨울에

눈구경이라고는 한번 했나 두번 했나.

 

5. 단술 또는 식혜

 

고두밥에 엿기름 불린 물을 부은지 얼마나 되었나,

슬로우쿠커에서 제법 단내가 난다.

아내가 새벽 4시쯤에 설탕 두컵 더하고

강한 온도로 바꾸라고 했는데, 벌써 4시가 지났네.

 

밥알이 우르르 동동 떠올라야 하는데

겨우 열두어개 떠올라서 헤엄치고 있다.

 

6. 인사

 

새해 인사를 두번씩 받고 있으려니

민망하고 미안하기만 하네.

대전에서 전화거는 동지들 있으면

집에 와서 술이나 한잔 하고 가라고 할꺼나.

 

세상이 아무리 엉망진창 제멋대로 굴러도

내가 처박힌 곳은 똑바로 살피렷다,

동무들, 동지들, 벗들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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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민주노총 제34차 임시대의원대회

-2005. 2. 1. (화) 14:00

-영등포 구민회관

 

거기에 갔다가 왔다. 참담한 심경으로 돌아와 잠에 빠져들었다.

새벽에 일어나 몇 마디 심경을 쓴다.

 

노동조합은 이미 그 자체로서 하나의 권력이라고 나는 2000년에

한 술자리에서 말한 적이 있다. 노동조합 위원장으로서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합원들과 또다른 노동자들에게 하나의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타락하는 것을 경계하고자 한 말이었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그 말을 어제 영등포구민회관에서 얼마나

여러번 되뇌었는지 모르겠다. 집에 와서 권력이라는 말의 의미를

우선 찾아보았다.

 

"의도한 효과를 만들어내는 힘"(B.A.W.러셀)

"선이라고 생각되는 장래의 어떤 것을 획득하기 위하여 그가 현재

 가지고 있는 방법"(T.홉스)

"어떤 사회관계 내부에서 저항을 무릅쓰고까지 자기의 의사를 관철

 하여야 하는 모든 기회"(M.베버)

 

이수호 위원장은 회의의 첫머리에서 벌써 천박한 절차적 민주주의

의 논리에 기대어 되풀이해서 이런 식의 얘기를 했다.

 

"(대의원들은) 오늘 이 대의원대회 사수에 대한 책임까지 가지고 왔다."

"(대의원들이) 판단할 일이다."

"(대의원들이) 결정해 달라."

 

그리고는 일사천리로 안건을 처리하고자 했다.

사회적 교섭안을 지지하는(혹은 지지하기 위해서 조직된?) 대의원들만 믿고

무모하리만치 과잉의 발언 차단과 답변 회피로 끌어간 회의에서

위원장은 하나의 공고한 권력이었다.

기필코 저항을 초래하고야 만, 그리고 그 저항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는, 그러나 끝까지 자신을 반성하지 못하는!!

 

그 소용돌이 속에서

나는 이런 발언을 하고 싶었다.

 




-저는 사회적 교섭안을 반대합니다. 극단적인 분열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이 회의 자체가

제가 사회적 교섭을 반대하는 첫번째 이유입니다. 민주노총을 분열시키고 노동자를 갈라쳐서 얻는 사회적 교섭의 성과가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앞서 사회적 교섭을 찬성하는 여러 대의원들께서는 사회적 교섭안이 민주노총이 당연히 해야 할 교섭의 원칙을 담고 있을 뿐이라고 했는데, 그것이 과연 교섭의 일반적인 원칙만을 얘기하고 있다면, 위원장께서 정부와 자본에게 우리의 교섭의 원칙은 이러이러하니까, 당신들이 우리의 원칙에 맞는 사회적 교섭방안을 먼저 제시해라, 하고 선언하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지만, 노무현 정부와 노동부장관은 이미 우리의 교섭원칙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발언들을 마구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미 그 실체가 드러난 노무현 정부에게 노동자가 기대할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반대합니다.

 

-투쟁할 수 없기 때문에, 총파업을 조직할 수 없기 때문에, 교섭에라도 희망을 걸어야 한다고 얘기하는 대의원들이 있습니다. 당신 파업할 수 있어? 파업도 못하면서 왜 교섭을 거부하는 거야? 이런 억지가 어디 있습니까? 당장 투쟁할 수 있는 힘이 없다고 노동조합이 아예 노조 깃발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사용자가 아무리 좋은 조건을 내걸어도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해산하고 노사협의회로 달려가지는 않습니다. 사회적 교섭안은 현재 시점에서 투쟁하고자 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스스로 차단하는 것이라서 저는 반대합니다.

 

그러나 나는 이 발언을 할 수가 없었다. 멀쩡히 손을 들고 발언을 신청하고 있는데도 위원장은 토론종결을 선언했다. 그러자 모두 퇴장하자는 발언이 있었고, 단상으로 밀어닥치는 노동자들이 있었다. 민주노총의 대의원대회가 엉망진창이 되고 있었다. 욕설이 난무하고 뒷쪽에서는 폭력사태까지 벌어졌다. 한 마디 하려고 마이크 앞에 가서 스위치를 켰다가 그냥 서있었다. 말로 정상화될 상황이 이미 아니었던 것이다.

 

민주노총의 상당수 대의원들이 단상에 올라간 노동자들에게 내려와라, 당신들의 의사는 이미 충분히 전달되었다, 의사진행을 방해하지 말고 내려와라, 대의원이 왜 거기에서 발언하려 하느냐, 마이크 앞에 가서 발언해라, 참관인은 발언자격없다, 이런 얘기들을 퍼부어대고 있었다. 기어이 의사진행발언을 한마디 했다.

 

-대의원들께서 단상의 대의원, 조합원, 노동자들이 이 회의를 방해하고 있다고 몰아부치지 말기 바랍니다. 이 회의를 올바르게 진행하는 것은 의장과 우리 대의원들의 몫입니다. 오늘 회의의 파행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서둘러 토론종결을 선언한 의장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의 진행과 관련해서, 저는 이 안건에 대해서 밤을 새서라도 충분히 토론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합니다. 그것이 의사진행발언이고, 짧게 두 가지만 더 얘기하겠습니다.

 

-수석부위원장께서 지난번 속리산 대의원대회에서 회의를 무산시킬 시나리오를 입수했다고 한것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 날 저도 질문 하나, 발언 두번을 했던 사람으로서 (어떻게 그런 음모론이 제기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고, 안건과는 별개로 분명한 추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점은 여러 대의원들이 강력히 문제를 제기했음)

 

-절차적 민주주의를 말씀하시는데, 노동조합은 태생적으로 자본주의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싸우는 조직입니다. 절차적 민주주의만 강조했으면 오늘 우리 노동자가 어떻게 여기 와 있겠습니까? 내용의 민주주의가 중요합니다. 우리 대의원들의 권한이라는 것은 70만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위임받아서 생긴 것입니다. 저기 단상의 노동자들이 바로 우리들 동지라는 것을 잊지 말고 회의를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이 발언은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기억을 더듬어 지금 정리한 것이다. 하지만 끝내 못한 말이 있다.

 

-여기 있는 대의원 누구에게도 단상의 저 노동자들을 나무라고 내려오라고 할 권리가 없습니다. 민주주의를 위해서 일체의 혼란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은 독선입니다. 이미 오래 전에 박정희 전두환을 통해서 뼈저리게 경험한 독재 그것입니다. 거기에 저항해 싸우면서 우리는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단상의 노동자들을 적대시하고 있는 대의원이라면 이미 여기 있을 자격이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 노동자가  싸워서 극복해야 할 권력에 불과할 뿐입니다. 제발, 동지를 적으로 몰아부치지 말고 투쟁의 대상을 명확히 하기 바랍니다.

 

대의원대회를 사수하자고 무수히 외쳤던 이수호 위원장은, 급기야 이 안건이 통과시키지 않으면 위원장직을 사퇴할 수 밖에 없다고 배수진을 치더니, 성원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표결을 강행하려다 제지당했고, 8시간만에 회의는 다시 유회되었다. 회의는 가고 혼란과 분열은 남았다. 만화에서 보면 어둠의 세력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아니던가.

 

현직의 노동조합 간부로서, 나는 이 상황에 대한 책임을 면할 길 없다. 책임지는 길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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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횡설수설

연맹의 핵심 활동가 한 동지가

정기대의원대회가 끝나면 그만두겠다고 했었다.

가뜩이나 인력 부족으로 허덕이는 판에

정책과 기획에 탁월한 역량을 가진 그 동지가 그만두면

연맹도 연맹이지만 내가 받는 타격이 워낙 클 것이기에,

가는 사람 잡지 말자고 하던 내 입장을 180도 바꾸어서

몇 달만이라도 같이 일하자고 사정도 하고

술이라도 한번 마시면서 얘기 좀 하자고 했더니

올해 들어 술도 끊었다고 좀처럼 응하지 않았다.

 

중집위 수련회와 공공연대 워크샵 모두 마치고

해양지부에 가서 과기노조 동지들과 함께 술이나 마시려 했는데

일 때문에 다시 사무실로 들어갔던 어제,

임원회의에서 골칫거리들을 다루고 나오니까

그 동지랑 술마시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무조건 달려갔지.

 

 



먼저 도착한 동지들이 복분자술을 마시고 있길래 몇 잔 들이키다가

이걸로는 취하지도 않겠으니 소주 마시자고 선동해서

저녁도 먹지 않은 채 소주와 안주로 배를 채웠고,

그 술보다 많은 얘기들을 쏟아냈다.

그 동지와의 첫만남의 기억부터 시작해서

나를 출마하게 만든 몇 가지 계기를 만든 사건들을 회고하면서

그러고도 어떻게 내가 익숙해지기도 전에 갈 수 있느냐고 타박했고,

동지는 그저 빙그레 웃으면서, 에이, 거짓말 마세요, 를 반복했다.

 

지난 번에 동지는 나에게

일이 너무 힘들어서 혈압도 올라가고 신경안정제까지 먹고 있다면서

자기한테 봐달라 하지 말고

사무처장(나)이 자기를 좀 봐달라고 간청했었다.

어지간하면 그러고 싶다, 하지만 연맹사정 잘 알지 않느냐,

파견, 채용 등등으로 인력을 늘여갈 테니

제발 몇달만 봐주라 사정도 하고 얼르기도 했는데,

별무소득이고, 애꿎은 소주잔만 잘도 비는구나.

 

그러다가 KTX막차(10:30) 놓치고, 무궁화호 막차(11:00)도 놓치고,

마지막 남은 고속버스(12:00)까지 모두 놓쳤다.

집에 전화를 했더니 아내는 택시를 타고라도 오라고 했고,

그래 그러마 하고 일단 강남터미널로 택시를 타고 달렸다.

대전가는 택시 없냐고 했더니 어떤 기사가 반색을 하며

자기 고향이 옥천이니 자기 차로 가자고 해서 일단 타고 봤더니

고속도로에 일단 올라타고 흥정을 한다.

15만원이란다, 으악.

10만원 안될까요? 안돼요, 14만원 합시다, 악.

그러는데 집에서 또 전화가 왔고

전화기를 켠채로 요금 흥정을 계속했더니

이윽고 그냥 자고 오란다.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서 다시 터미널로 돌아갔다.

하필이면 오늘(28일) 모든 임원들이 각기 다른 행사로 일정이 빼곡하여

급기야 나까지 대구지하철노조 정기대의원대회(10:00)에 참가하기로 했으니,

서울서 잔다고 일이 해결되는게 아니다.

 

택시를 타고 서울역으로 간다.

남대문 시장 근처를 지나다가 사우나 간판을 보고 내렸다.

요금 7천원에 목욕도 하고 잠도 두어 시간 잤다.

첫차(05:30)를 타고 집에 가니 오전 7시,

옷갈아 입고 이빨 닦고

대구로 가는 기차(08:17)를 타려고 7시 40분에 집을 나섰으니

48시간만에 집에 와서는 40분 머무른 셈이다.

 

동대구역에서 내려 지하철타고 거의 끝까지 와서는

물어물어 대구지하철노조를 찾아왔다.

작년 7월 21일에 파업을 시작해서

2005년 1월 28일 현재, 총파업투쟁 189일차, 현장투쟁 104일차 진행중이다.

한나라당 일색의 대구지역 반노조 정서에도 참 끈질기게 싸우는 노조,

우리 연맹의 추천으로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표창도 받았지.

 

투쟁이 해를 넘겨 반년 이상 계속되고 있으니 조합원들도 조금씩 지쳐

어서 빨리 끝나기나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들인데,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은 참 의연하다.

연맹 위원장을 대신해서 한 말씀 하라는데,

오래동안 끈질기게 투쟁하는 곳에 오면 할말이 참 궁색하다.

싸우지 않는 자 어찌 해방의 의미를 알겠나, 노래가사만 생각난다.

그래도 몇 마디 했다.

힘내자고, 나도 열심히 하겠노라고.

사무처장 맡으니 연설같은 거 안해서 좋았는데...

 

회의는 계속 진행되고

참관하다가 노조 사무실로 와서 이러고 있다.

빨리 서울로 가려 했는데, 위원장이 점심은 먹고 가라고 붙잡아서,

뿌리치지 못했다.

 

참, 2월 18일은 대구지하철참사 2주기이다.

시민안전을 위해서 대구지하철노조는 오늘도 투쟁하고 있고,

그 날에는 추모행사를 벌일 것이라고 한다.

손님들이 왔다.

그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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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산의 추억?

어제 아침부터 오늘 새벽 2시까지

안산에서 연맹 중앙집행위원회(수련회-사업계획, 재정대책 등등),

새벽 4시까지 술마시기,

아침에 영등포로 달려가서

낮 1시까지 공공연대 회의(워크샵-사업평가, 계획 등등),

점심먹고는 모처럼 과기노조 동지들과 어울려 보려 했더니

어제 오늘 쌓인 일이 장난이 아니다, 곧장 사무실로 왔다.

 

잠시 짬을 내어

여러 게시판을 둘러보고 나니

내 게시판이 휑뎅그렁하다.

 

흔적이나 남기지.

마감을 한참 넘겨서

어제 새벽에 휘갈겨 써보낸

<네트워커> 원고가 편지함에 남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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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

 

무색무취의 유기용제. 공업용 세척제와 타이어 접착제 등의 소재로 쓰이는 물질. 신체에 직접 노출될 경우 호흡기를 통해 독성이 침투하여 신경장애를 일으킬 수 있음. 독성이 강하여 인체에 흡수될 경우 신경·호흡기·소화기 및 각종 장기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유기용제를 제조·취급하는 사업장에서는 환풍기 같은 각종 안전시설 설치 및 보호구 착용 등이 의무화되어 있음.

 

태국 노동자 8명이 집단으로 하반신이 마비되는 ‘다발성 신경장애’(일명 앉은뱅이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그 원인물질이라고 하는 노말헥산(n-Hexane)에 대해서 일반적인 사항을 간추려 읽었다. 노말헥산, normal Hexane, 노르말헥산, 그렇게 소리내어 읽어보니 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것들이 되살아난다. 식물을 추출해서 새로운 약리활성물질을 찾던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에, 나는 메탄올, 벤젠, 클로로포름, 헥산 따위의 용매들을 벗삼아 실험실에서 지냈다.

 

학원 실험실은 새내기 혹은 예비과학자들에게 24시간 편의점처럼 언제나 활짝 열린 공간이었다. 연이은 실험과 시험에 짓눌린 몸으로, 밤이면 그 곳에서 술도 마시고 잠도 잤다. 실험실 구석에 매트리스 침대를 깔고 누우면 이따금 옆 실험실에서 도망친 흰쥐들이 가슴팍에 올라타서 사람을 놀라게 했다. 거기에 넘치던 것들이 헥산과 같은 유기용매들이었다. 발암성이 높은 벤젠조차 환기장치를 갖추지 않은 곳에서 대충 쓰곤 했으니, 헥산쯤이야 참으로 만만한 물질이었다. 실험실 안전과 유기 용매의 독성에 대해서는 교과서적인 경각심만 있었을 뿐 실험실의 환경은 70년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랬으니 ‘하늘엔 조각구름 떠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있는’ 대한민국 88년 올림픽의 영광이 무색하게, 꽃다운 열다섯 나이의 문송면은 수은중독으로 숨지지 않았겠나.

 

그 때 우리는 간혹 낄낄대며 농담처럼 얘기하곤 했다. 나중에 누군가 암에 걸려 죽으면 실험실에서 마신 용매들 때문이라고. 그 말이 씨가 되었을까, 나의 두 선배는 나중에 교수가 되어 실험실로 복귀했는데, 한 선배는 간 기능이 난데없이 크게 떨어졌고 또 다른 선배는 몇 년 전에 젊은 나이로 돌연 세상을 등졌다. 건강하고 쾌활했던 선배의 사인이 간암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련하지만 정겹고 열정적이었던 실험실의 추억을 뚫고, 클로로포름과 벤젠고리의 기억이 섬뜩한 죽음의 무게로 나를 덮쳤다.

 

그리고 오랜만에 다발성 신경장애라는 낯선 딱지를 달고 온 노말헥산을 만난다. 나에게 헥산이라는 이름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앉은뱅이로 만든 원인물질이기에 앞서서, 연구실에서 실험에 몰두하고 있는 이 땅의 과학기술노동자들을 위협하는 안전불감증의 선연한 징표이다. 대덕연구단지만 하더라도 최근 2년 사이에 잇따른 폭발사고로 인하여 젊은 학생과 연구원들이 죽거나 혹은 크게 다쳤지만, 아직은 기억할만한 하나의 사건일 뿐, 사회적으로 미연에 방지해야할 재난은 아닌 듯하니 말이다.

(2005.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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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시간의 회의...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가 속리산 유스타운에서 있었다.

20일 오후 1시에서 21일까지 한다고 공고가 되었었다.

1시부터 연맹 대의원 사전모임을 갖고자 했는데

전국에서 모여들다보니 2시나 되어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

 

그 때부터 시작해서 이수호 위원장이 유회를 선언한

21일 새벽 5시 30분까지 무려 15시간 30분을 우리는 무엇을 했을까.

 

대강 이렇다.

 

사전토의 1시간(14:00 - 15:00)

식전행사(투쟁보고) 1시간(-15:30)

기념행사 30-40분(-16:00)

 

그러고서 10분쯤 쉬기로 했다.

전체 대의원 785명 중에서

참석한 대의원만 538명으로 보고되었으니

7-8백명 참석자들이 하나밖에 없는 출입구를 통해서

로비나 복도에 나가 담배를 피거나 차를 마시고

돌아오는 시간만 얼추 30분 걸렸다.

즉, 10분 정회는 실제로 30분 동안 쉬는 것이다.

 

긴급안건이 2건 발의되었다.

17시 45분쯤 서울대병원지부에서 상정한 건을 표결에 부쳤고

494명 중 223명 찬성으로 과반수를 얻지 못해 폐기되었다.

18시 35분쯤 공공연맹에서 제기한 iT연맹 승인 건을 표결에 넘겼는데

493명 중에서 221명이 찬성하여 역시 폐기되었다.

 

저녁을 먹었다.

줄이 너무 길어서 몇명이서 나가서 먹었다.

자연산버섯전골,

능이, 싸리 등등 오랜만에 만나는 버섯들이 감칠맛났다.

 

좀 늑장을 부려서 8시에나 들어왔나,

저녁시간 전에 현장에서 또 하나 긴급발의되었던 것이

집행부와 제안자 사이에 대강 합의처리되었던 모양이다.

 

이때부터 심의안건으로 들어갔다.

사업평가 보고 결산 승인 건, 22시 5분쯤에

사업평가에 대한 전면수정안이 표결에 부쳐졌고

467명 중에서 129명만 찬성했다.

토론이 계속되어 여러 수정안이 제안되어 다루어진 다음에

평가보고와 결산 승인건은 436명 중에서 327명의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23시경, 사실상의 첫 정회가 있었다.

30분 걸려서 다시 속개되었고, 사업계획과 예산을 다루었다.

50억모금이 구체적인 계획도 부족하고 실천력도 의심되니까

폐기하자고 한 제안이 425명 중에서 172명 찬성으로 폐기되고,

10주년 기념행사 사업비에서 1억을 빼서 지역본부 교부금을

증액하자고 한 것도 역시 422명 중에서 172명 찬성으로 폐기되고,

2호 안건 전체를 422명 중에서 295명이 찬성해서

통과한 시간이 새벽 1시 45분쯤.

 

쉬자고 누군가 제안했지만, 의장은 요지부동 계속한다.

앞자리에 앉아서 줄곧 지켜봤는데

이수호 위원장 표정에서 피곤함이 역력히 배어나는데,

억지로 강행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2월 총력투쟁에 관한 건이 3호 안건이었다.

3시 20분까지 공방이 이어졌고,

비정규연대회의에서 제안되었던 하루파업계획은

399명 중에서 불과 77명만이 찬성했다.

원안이 통과된 것이지...

 

3시 20부터 다시 정회하지 계속하자가 맞붙었고,

그동안 기자실에서 쉬고 있던 TV카메라들이 일제히 몰려왔다.

정회론을 의장의 권한으로 잠재우고

이 날의 최대 쟁점인 사회적 합의건에 대한 제안설명이 있었다.

또 정회하자, 효율적으로 회의진행해달라, 공방이 있었고,

결국에는 40분간 그 공방 하다가 4시쯤 정회를 한다.

 

정회 중에 잇따라 중집위 또는 산별대표자회의가 약식으로 열렸고,

5시쯤 되어서 제안된 내용이

성원은 오락가락하지만

현재 상태로 회의를 심도있게 논의하는 것은 무리니까

28일쯤 속개하자는 안이 대표자들 사이에서 제시되었다.

 

연맹 대의원들이 따로 모였는데, 의견이 모아질 턱이 있나.

새벽 5시 20분에 속개된 회의에서는

의장의 정회 및 28일 개최에 대한 협조요청에 대해

성원부터 확인해달라는 주문이 제시되었고,

의장이 성원을 확인하도록 한다.

 

성원을 확인하는 도중에, 의장의 애처로운 말씀들,

"지금 들어오시는 동지, 대의원 아닙니까?"

"예, 또 한명!"

 

그러나 최종 확인된 숫자는 380명이었다.

 

의장, "정확히 확인했나요?"

 

그렇게 새벽 5시 30분에 끝났다.

사무총장은 사무처 성원들로 하여금

남아있는 대의원들의 명찰을 앞으로 거둬내도록 지시했고

몇몇 대의원들이 이에 질세라, 명찰 거둬서 도망간 사람들

인터넷에 공개하라고 했고, 누군가는 징계발의하겠다고 나오기도 했다.

 

나?

명찰 그대로 목에 걸고 나왔다 왜.

 

민주노총 대의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존중도 없이

짜증과 분노와 욕설과 억지와 집착과 승부욕으로 요지경이 된 회의,

그 감상문을 차분히 올릴 시간을 찾아가기 전에

일단

연맹 사무실에 돌아와서

서글펐던 시간의 기록들만 우선 남긴다.

 

주절주절

설레설레

 

별로 졸지도 않고 자리를 뜨지도 않고

그 긴 시간을 불편한 접이식 의자에 앉아서 버텼던

나와 모든 동지들에게 경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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