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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이들....

  • 등록일
    2005/06/18 21:12
  • 수정일
    2005/06/18 21:12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외치며 산화해간 전태일 열사의 외침이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

이주노동자들 그/녀들의 삶 그 자체가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이들이다. 그 상처가 덫나지 않게 나와 센터에 있는 사람들은 사방팔방 해결책을 찾아보기도 한다. 때론 비굴하게 사업주에게 제발 체류비자를 살려달라고, 아니면 강하게 끝까지 가보자고 하지만 그/녀들의 삶은 달라지는게 없다. 다만, 근로기준법과 산업재해보상법이라는 테두리에서 그/녀들은 한국인과 똑같은 법적 효력을 적용받는다. 그 이외에는 비자의 유/무에 따라 정부가 정해 놓은 합법이주노동자냐 불법이주노동자(미등록이주노동자)냐를 판가름 받게 된다.

 

이도 얼마전 법무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과 동일한 노동조건을 부여했다는 이유로 고용허가제를 없애고, 과거 트레이닝 비자를 통해 입국을 시킨다고 한다. 참 어이가 없는 이야기이다. 과연 그/녀들에게 노동기본권 조차 주어진 상황으로 한국에서 노동을 하고 있는지 보자... 지나가는 개도 비웃는 일이다. 그/녀들 대부분이 가슴알이 하는 것은 무엇때문인지나 알고나 있는지....

 

단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불법으로 이 땅에 남아 있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렇게 판단하는 것은 오판이다. 그/녀들은 노동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업는 처지에 있다. 노동을 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자신의 전문적 지식을 투영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다. 그/녀들의 전문적 지식을 활용하기엔 이 땅은 너무 협소하다. 그렇지만 불평불만 없이 노동을 하면서도 기쁘게 일한다. 고국에 돌아가서 금휘환양할 생각으로... 천만에... 자신의 꿈을 키우기 위해... 천만에.... 그/녀들은 일을 원하고 일 속에서 자기 자신을 대접받고 싶어한다. 그러나 이 꿈은 연수생으로 일하면서 산산히 부셔져 버린다. 아니 처참히 짖니겨 진다. 그래도 이주노동자 그/녀들은 이 땅에서 살아가고 노동하고 싶어한다.

 

정부는 그/녀들을 내 쫒는다. 악순환의 연속.... 이 땅에 들어와 어느정도 숙련노동자가 되면 정부는 장기체류를 빌미 삼아 고국으로 귀국을 종용하거나 단속을 통해 강제추방 시킨다. 중소기업 사장들은 한국인이 더이상 오지 않는 사업장에 이주노동자들 마저 없으면 회사가 망하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회사 경영(저임음장시간노동)을 위해 불가피 하게 고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이 숙련노동자이기에 다른 이주노동자를 채용할 경우 그에 따른 시간과 인적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이에 불법노동자 고용에 따른 불이익이 있더라도 야간작업만 시켜서라도 고용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정부는 다르다. 장기체류를 이유를 삼아 무작정 단속을 통해 강제출국 시키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이주노동자들이 고용허가제에 따라 연수생으로 한국 땅에 들어온다. 이 되물림은 끝도 없을 것이다.

 

어제 작년말 산업연수생(E9 비자)인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한 분이 와서 말이 도통 통하지 않아 답답해 하면서 하소연 한다. 자신은 거짓말 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런데 사장이 가불한 돈을 떼어먹었어요. 어떻게 하면 되요. 그리고 가불한 돈 주지 않고 해고를 시켰다고 찾아온 인도네시아 연수생.... 작년 말에 와서 처음 겪는 그 낮설음 그는 자신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인도네시아 대사관, 노동부, 안산 외국인의 집을 찾아가 상담과 구제 방법을 찾으려 다니다. 마지막으로 해결점을 찾기 위해 회사 인근에 위치한 오산이주노동자센터를 찾아 왔다.

 

오산에 와서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한다. 그래서 사업주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화를 내면서 해고를 했다고 한다.(해고를 하고 통지를 하면 비자의 시한이 그즉시 소멸이 된다. 그리고 출국을 하지 않으면 불법체류자자 신분이 된다.  참 어이가 없는 현실이다.) 이유는 사업장 무단 이탈과 잘못 계산된 임금을 달라고 사업주에 대한 말을 듣지 않아서 해고를 하였다고 한다.

 

그 이주노동자는 그나마 형편이 좋은 조건에서 노동을 하였다. 기본금 70만원, 수당 10만원, 밥값 식대 20만원 총 100만원을 받고 일을 하였다. 그러나 그 이주노동자는 무엇보다 회사에서 자신에게 이 새끼야 이 새끼야 하는 말에 대해 처음에는 몰라서 그냥 자신을 부르는 소리인줄 알았다. 그 말이 욕이라는 것을 알고 사람들에 대한 실망감 그리고 적대감이 컸던 것 같아... 그 대목에서 눈물을 글썽이는 그를 보면서 해줄 말이 없었다. 그래서 그에게 한 말은 당신은 하나도 나쁘지 않다. 그런 욕을 하고 당신을 그렇게 부르는 사람들이 잘못되 있는 거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말을 잊는다. 그는 1998년부터 `1999년 1년간 일본에서 건설노동자로 취업해 있었다고 일본에서 증명하는 건설노동자 근무확인증을 내밀며... 그 곳에서 일할 때도 일본인들에게 그런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하며, 서러움을 호소한다.

 

그를 달래고, 해고가 되어 어떻게 할 것이냐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대표가 와서 통역을 하면서 이야기를 같이 하였다.

 

우리는 그에게 당신은 하나도 잘못한게 없지만.... 당신이 불법체류자(미등록이주노동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일단 회사가서 사장에게 당신이 올바름에도 불구하고 싹싹빌어라 말을 하였다. 참으로 해결책이 없어... 하나도 잘못없는 이주노동자에게 비자를 살리기 위해 우리가 내놓은 안이다. 기가 막히지만 그는 불법체류자는 무섭다면 꼭 일을 해야 한다고 한다. 집에 동생이 아파서 병원비를 내가 벌어 주어야 한단다... 그래서 싹싹빌라고 하였다. 해놓고도 참 잘하는 일인가? 멍하니 한숨만 쉬다가 그래도 어찌하랴... 비자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그렇게 잘못없는 그에게 회사사장에게 빌라고 말했다. 그래서 어제.... 마음이 하도 개운치 않아 소주를 몇병 먹었다.... 잘하고 있는 짓인지 몰라서... 잘못없는 사람을 죄인 만드는 것 같아 영 마음이 불편하였다.

 

그리고 아침.... 오목사님이 회사 사장에게 전화기로 한시간 가량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면서 사장에게 인도네세아 이주노동자 해고를 철회해 줄것을 요청한다. 그리고 사장에게 그 잘못없는 이주노동자가 한국 사정을 몰라 잘못을 하였으니 선처를 해달라고 하면서 비위를 맞추며 해고를 철회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말이 잘됐는지.... 고려해 보겠다고 하였다.

 

칼자루를 쥐고 좌지우지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마음이 영 내키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 창고 바닥 콘크리트 작업을 하는 날이라 삽자루 질을 하였다... 땀은 비오듯 이마를 적시는데... 마음 한켠 영 개운치가 않고 속이 쓰리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저녁을 맞이하였다.

그 이주노동자 센터에 찾아와 각서 하나를 건네준다. 그 각서를 잃고 해고가 되지 않았음을 확인하였다. 그런데... 마음이 계속 불편하다. 잘못도 없는 사람에게 각서를 쓰게 했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계속 불편해... 지금 그 이주노동자는 불법체류자 신분을 모면해서 기쁘게 웃고 갖지만.... 그 잘못도 없는 사람에게 잘못을 했다고 시인하게 하였다는 생각을 해보니... 우리가 무엇을 한 것인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다. 구제를 위해서 편법이라고 하지만 참 그 순박한 노동자 그리고 돈 40만원을 포기하게 한 것 같아서 마음이 영 불편하다.

 

이 일로 다들 마음이 좋지 않은 것 같다. 그렇게 마음에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그/녀들의 속이 궁금해진다. 그 숯덩이 같은 속을 어떻게 다스리면서 살까? 마냥 웃고 있는 모습이 아마도 속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을지는 않을까? 생각만 해본다.

 

그리고 늘 단속추방의 공포로 불안감을 떨구지 못하며 살아가는 그/녀들 그리고 그 속에서 죽어간 꽃다운 이주노동자 35명의 열사들.... 그래 그러나 우린 시간이 지나면 언제나 그렇듯 망각으로 모든 것을 잊거나 몇번 추도하다 이도 그 싸움에 참여한 이들의 기억으로 밖에 되새김 되질 않고 있다. 그리고 그 투쟁하였던 이들이 하나둘 강제추방되어 나가면 이도 잊혀지는 것이겠구나 생각을 하니 올해 열사력을 사지 않은 것이 못내 후회스럽게 다가온다. 올해는 열사력이 나왔나... 서울에서 멀어지다 보니 이도 챙기지 쉽지않다. 하루하루 걸쳐진 달력 속에 열사들 이름을 보게 되면 마음은 경건해 진다. 너무 많은 이름으로 빼곡히 차있는 날이면 술한잔으로 시름을 달래던 날도 있었는데.... 그렇게 잊고 살아가고 있구나....

 

그냥 어제와 오늘 일이 마음에 담기 어려워 주저리주저리 횡수를 써보았다.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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